메뉴 건너뛰기

close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기다리신 칼럼이 사실은 이 전자기기와의 전쟁 부분이다. 현재 부모들의 심정을 이제까지의 지구 상에 살았던 우리 인류의 선조 아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않는다. 집에 오면 방에 틀어박히고 밥 먹으라고 해야 나올까 말까이다. 부모세대가 10대일 때는 밖에서 즐거움을 찾고 친구들과 여기저기 다니고, 해서는 안되는 약물이나 주류에 손을 대고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은 집에만 있다. 사이버 세계에 자신들의 감각을 맡겨놓고 이른바 '메타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친구와도 이야기하며 게임을 하고 영상도 본다. 스크린을 손끝으로 쓸면 24시간 새로운 소식과 재밌는 밈(meme)이 쏟아져내린다. 중독을 일으키는 도파민 분비가 밤낮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벗어날 수가 없다. 전무후무한 z세대의 출현이다.

부모들은 무력하다. '라우터를 던져버렸다, 랩탑 컴퓨터를 부숴버렸다, 와이파이를 해제하고 3G만 쓴다'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애를 쓴다. 혼내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유행병 코로나 상황에서 수업까지 전자기기로 이루어지는 상황에 부모가 무슨 수로 전자기기와 아이들을 떼어 놓겠는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들의 스크린 타임이 너무 길고 몰입해 있어 걱정이 된다면 일단 아래의 사항을 차례대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1. 내 아이는 중독인가 아닌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컴퓨터 사용 중독 진단 가이드 (예:http://www.drchoi.pe.kr/scale-cyad.htm)등을 사용해서 일단 자녀의 전자기기 사용양태가 병적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시라. 이렇게 간단한 평가로도 중독 진단이 나온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독은 이유가 아니라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때문에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이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 몰입이라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 당신의 아이는 스크린 앞에서 무엇을 하는가?
만약 자녀가,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전자기기와 함께 하고 일상생활이 편안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것을 살펴보자. 아이는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스크린 타임을 갖는가, 아이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인가? 게임인가? 소셜 미디어인가? 오락의 목적인가, 정보를 얻는 목적인가, 아니면 친구와 소통이 목적인가?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잡고 있다면 소셜 미디어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 만약 부모가 이 구체적인 스크린 타임의 실체를 모른다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한다. 일단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시라. 여기서 다시 아이와의 연결감이 중요해진다. 입은 다물고 눈은 웃으면서  아이가 하는 게임에 대해 배우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 들어보자. 

'아, 너는 그래서 그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나한테는 이러이러한 게 힘들고 저러저러한 것은 재밌어 보이더라'는 이야기를 아이와 부모가 나눌 수 있으면 그 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이고 아이는 결국 그릇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친구와 소통하는 것이 아이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주목적이라면 아이들의 사교 형태가 지금은 온라인으로 비중이 확 기울었음을 인정하고 소통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부모와 연결감이 약한 아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위험한 관계나 사기 행각에 연루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일단은 아이와 사이가 좋아야 한다.

3. 부모와 자녀는 같은 팀이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도 자신의 스크린 타임이 길다는 것,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요즘 중점적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의 유혹과 도파민 분비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다른 것 할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것 할 게 왜 없어. 숙제도 하고 예습도 하고 하면 되지!" 부모는 쉽게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자녀와 부모가 같은 팀이 되어야 한다. 너무 긴 스크린 타임의 위험성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며 원칙을 세우고 2주에 한 번 디지털 프리데이를 한다든지, 스크린 타임 제한 앱을 깔아서 아이에게 시간을 정하게 한다든지 같이 전략을 세운다.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정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같이 알아보고 잡초뽑기, 세탁물 개기, 설거지 등의 집안일도 아이가 고르게 하여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로 만들자.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공격하지 말 것. 아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아이도 미룰 수만은 없다. 

힘든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되기를 바라며 여기 몇 개의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HealthygamerGG – 미국 심리학자인 Dr. K가 자신이 게임을 중독적으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여러 주제를 다룬다. 영어가 편하고,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한 자녀가 있다면 꼭 들어가 보시라.

이임숙의 부모마음TV  - 청소년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임숙 선생님의 부모 대상 동영상 채널 #사춘기 대화편은 아주 유용하다.

덧붙이는 글 | 호주의 한국어 매체 한호일보에도 같이 연재됩니다. hanhodaily.com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태그:#10대, #컴퓨터중독, #스마트폰중독, #인터넷중독, #호주한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