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대통령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지금 사실상 매일 나오다시피 하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1월 4주 초중반까지만 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두 후보간 격차가 10%P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27일(목)에 나온 전국지표조사(NBS, 1월 24~26일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는 35%,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34%로 이 후보가 1%P 앞선다고 나왔다(오차범위 내). 그리고 <세계일보>-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1월 24~25일 조사)에서도 이재명 33.5%, 윤석열 32.9%로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가 0.6%P 앞섰다. 28일(금)에 나온 한국갤럽 자체 조사(1월 25~27일 조사)에선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35% 지지도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지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언론보도 내용 역시 천차만별이고 불과 며칠 사이에 방향이 뒤바뀌기도 한다. 안정감이 떨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한 여러 분석이 뒤따른다. 필자도 이 문제가 매우 궁금했다. 대체 왜 그럴까? 발표된 여론조사의 세부 결과를 검토해봤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① ARS는 전화면접에 비해서 후보별 적극적 의사표시율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다. 그런데 이와 같은 표집과정에서 나타난 특성은 응답한 사람(표본)이 모집단인 전체 유권자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만약 후보별 적극적 의사표시율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하면 ARS방식에 의한 여론조사는 굴절된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② 이번 대선 정국에서 ARS조사에선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보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더 표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후보의 적극적 의사표시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 지지층의 경우 정권교체 열기 속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 지지층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 이유는 이 후보가 기존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과 달리 소위 존경받는 범주에 속하지 않아서 그에 대한 소극적 지지층은 많이 있어도 적극적 지지층의 숫자는 과거에 비해 적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적극적 의사표시자
  
그 근거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 먼저 두 조사 방법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ARS조사에서는 전화면접에 비해서 주로 정치고관여층이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보통 광고 목적의 전화가 올 경우에도 상대가 사람이면 통화를 이어가기 싫어도 바로 끊긴 어렵다. 그러나 기계음이 나오면 전화를 끊는 데 부담이 없다. 그래서 전화면접 응답율이 ARS 응답율보다 통상 2배 이상 높게 나온다.

여기서 좀 더 따져봐야 할 내용이 있다. ARS에 주로 응답하는 사람을 정치고관여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고관여층이라고 해서 모두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건 아니다. 관심과 표현은 좀 다른 영역이고, 관심이 있다고 모두 표현하는 건 아니다. 정치고관여층보다는 적극적 의사표시자가 ARS에 주로 응답한다고 표현하는 게 현상에 부합한 개념 규정이다.

이렇게 규정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ARS조사는 전화면접에 비해서 심층여론을 파악하는 데에 훨씬 더 어려운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ARS조사 결과상의 의견유보, 즉 유동층(모름, 없다 등)의 비율은 대략 응답자의 5% 정도로서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하다. 반면 전화면접은 대략 15%에서 18% 정도 나온다. 이는 ARS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정치고관여층임과 동시에 자신의 표심을 적극적으로 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선거 판세를 예측하기 위한 목적의 여론조사에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실제 알고 싶어하는 것은 '선거를 할 경우 누가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느냐'다. 전체 유권자가 모집단이다. 여기엔 정치적인 의사 표시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적극적-소극적 지지자가 모두 혼재돼 있다.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 당시 경남 김해 진영한빛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 당시 경남 김해 진영한빛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대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소극적 지지자들도 상당부분 투표에 참여하며, 정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사람이나 소극적으로 표시하는 사람이나 주어지는 표는 1표로 동일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모집단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표집과정에서 얻은 표본, 즉 응답한 사람들이 위와 같은 성향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표본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실제 유권자의 성향을 오차범위 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ARS든 전화면접이든 모든 여론조사의 표집 과정에서 연령·지역·성별 등 객관적 요소는 전체 유권자의 구성비에 맞게 반영되는데, 각 후보에 대한 적극적 의사표시율처럼 주관적 요소는 반영될 수 없다. 그런데 각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시율이 항상 같은 건 아니다. 비슷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일정 정도 차이가 발생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후보별 적극적 의사표시율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특정 후보 지지자는 과대 표집되고, 다른 후보 지지자는 과소 표집된다. 전체 유권자의 속성을 왜곡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전화면접은 조사방식 특성상 소극적 의사표시자도 적절하게 표집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오류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별 적극적 의사표시율에 있어 차이가 발생할 경우, ARS 결과는 모집단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서 ARS와 전화면접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볼 때 ARS 결과의 경우 전반적인 추세와 정도 등을 파악하는 데에 활용하는 것이 합당하고, 실제 표심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는 전화면접을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ARS에서 윤석열 지지가 높고 이재명 지지가 낮게 나오는 이유는?
 
통계.
 통계.
ⓒ pexels

관련사진보기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ARS에서 윤석열 후보의 우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의 설명과 연결해서 보면 윤석열 지지층의 적극적 의사표시율이 높고 이재명 지지층은 적극적 의사표시율이 낮기 때문이다.

먼저 윤석열 후보 지지층을 보면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강력하게 형성된 정권교체 열기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은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윤 후보 지지층의 적극적 의사표시율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은 가능하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 지지층의 적극적 의사표시율은 왜 낮다고 볼 수 있을까? 그동안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후보 시절 이미지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었다고 평가된다. 보수 진영과 달리 민주-진보 진영은 이 지점에서 자부심이 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데에는 경기도지사로서의 장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전 대선주자에 비춰볼 때 이질적인 존재다. 욕설 파문 등 이 후보의 과오는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껄끄러운 지점이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층이 보기엔 이재명 후보가 소위 '존경'의 범주에 속하는 인물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적극적 의사표시가 정도가 낮다. 상당수가 소극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샤이 이재명' 지지층의 존재를 뜻하지 않는다. 소극적 지지층이기는 해도 전화면접에서는 응답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ARS상 윤 후보 지지층이 과대표집되고 이후보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과소표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전화면접과 ARS 방식의 차이와 맞물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여론조사에 근거한 언론보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분석에 기초해서 볼 때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각 언론사의 대선 보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ARS는 여론의 추세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유효하나 적극적 의사표시율에 있어 차이가 있을 경우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수치화하는 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전화면접 조사조차도 오차범위 내에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고려없이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실제 표심을 수치화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이것은 부동층의 의사결정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다.

덧붙이는 글 | -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태그:#여론조사
댓글3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