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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번아웃
 패션 번아웃
ⓒ Christian Erfurt/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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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코로나에 미세먼지까지 세상을 뿌옇게 만들고 있으니 예전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건 비단 나뿐일까? 나갈 일이 현저히 줄어들고 사람 만날 일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입을 옷이 줄어든 건 당연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예전보다 옷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한다. 덩달아 나 같은 옷문제 솔루션 코칭을 하는 사람에게는 끝없는 비수기가 찾아온 셈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옷 스트레스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옷 문제는 사실 옷 때문에 생기는 심리 문제라고 해도 무방하다. 옷장 속 너무 많은 옷들, 실패한 아이템들, 만족스럽지 않은 코디 등 옷 문제가 문제인 것은 우리의 감정을 담당하는 여러 수도 꼭지 중 부정감의 수도꼭지를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감으로 패션 번아웃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며 무기력해진 당신은 아무 변화도 시도하지 않게 되고 또 시도할 수 없게 된다.

1) 부족감
옷장에 많은 옷을 갖고 있다 해도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따져봐야 하는데 그걸 따지기 전에 일단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쇼핑에 나선다. 하지만 옷장 분석이 되지 않은 쇼핑은 또 다른 실패를 낳을 확률이 높다. 채워지지 않는 물동이처럼 옷장에 계속 옷을 채워 넣지만 부족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2) 실패감/후회감
옷장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쇼핑을 하게 되면 정작 필요한 옷보다는 눈에 띄는 옷을 사게 마련이다. 혹은 익숙한 옷이거나. 하지만 옷을 사고 나서 옷장을 둘러보면 '왜 비슷한 옷이 있는 거지?' '이 색깔의 옷은 너무 많네' 혹은 '같이 입을 옷이 없잖아!'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덩달아 쓴 돈도 아까워진다. '이번에도 헛돈 썼네' 하며 새로 산 아이템을 옷장에 채워 넣는다.

3) 자책감
잘못 산 옷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실패감뿐만이 아니다. 사실 옷은 나에게 맞는 옷을 입으면 좋은 영향을 주지만 뭔가 옷이 애매한 기분이 들면 '옷이 문제'라는 생각보다는 '내 몸이 문제'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지 옷의 핏이 내 몸보다 조금 컸을 뿐인데, 코트의 길이가 나의 키와 맞지 않았을 뿐인데, 바지의 품이 내 사이즈(같은 66이라 해도 실제 사이즈는 다르다)보다 작았을 뿐인데 말이다.

4) 피로감
이러한 감정들은 옷을 입는 것에 피로감을 불러온다. 쇼핑을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 옷 정리에 대한 피로감, 나에게 맞는 아이템의 조합을 찾는 것에 대한 피로감. 하지만 우리는 매일 옷을 입고 살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처럼 나의 아이덴티티를 단벌신사로 설정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피로감은 쇼핑을 어렵고 멀리하게 되며 새로운 옷을 사지 않기에 갖고 있는 옷을 더 더 꽁꽁 싸매고 비우지 않게 된다. 이것마저 비우면 나는 뭘 입고 살라고.

5) 위축감
그렇게 모인 옷장 속 아이템이 나를 잘 표현할 리 없다. 어쩔 수 없이 입지만 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유나 조인성도 자기 얼굴이 부족하다 말하는 마당에 자기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멋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멋져 보이기에 나를 위축시키지 않는 멋을 찾는 것은 나에 대한 애정이자 매너다. 갖고 있는 옷의 조합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다시 1번으로 돌아가 무엇이 부족한지 제대로 파악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패션번아웃, #스타일칼럼, #스타일심리, #옷장심리, #쇼핑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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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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