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경기서 '리그 3호 도움' 기록한 손흥민 토트넘의 손흥민이 2022년 1월 1일 토요일 왓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새해 첫 경기서 '리그 3호 도움' 기록한 손흥민 토트넘의 손흥민이 2022년 1월 1일 토요일 왓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결장한 토트넘이 FA컵에서 하마터면 3부 리그팀에게 대망신을 당할 뻔했다. 토트넘이 왜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힘든지, 왜 손흥민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체력부담과 부상 위험에도 혹사 당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보여준 경기였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1(3부 리그)의 모어캠비와 FA컵 64강전에서 3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기기는 했지만 졸전이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이 다리근육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해리 케인과 루카스 모우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대신 그동안 주전으로 많이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공격진에 브라이언 힐, 탕기 은돔벨레, 델리 알리가 나섰고 중원은 라이언 세세뇽, 지오바니 로 셀소, 해리 윙크스, 맷 도허티가 포진됐다. 수비는 벤 데이비스, 조 로든, 자펫 탕강가가 스리백으로 출전했다. 골키퍼는 피를루이지 골리니가 포진했다.
 
토트넘은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대만 두 번이나 맞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33분 모어캠비가 세트피스 찬스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소니 오코너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다급해진 토트넘이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후반에도 모어캠비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참다못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결국 후반 24분 힐, 은돔벨레, 알리를 불러들이고 그 자리에 각각 케인과 모우라, 올리버 스킵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들 세 명이 교체되지마자 거짓말처럼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29분 해리 윙크스가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40분에는 모우라의 역전골, 43분 케인의 쐐기골이 터지며 교체선수들의 발끝에서 승부가 갈렸다.
 
32강 진출에 성공한 토트넘은 브라이튼과 16강행을 두고 겨루게 됐다. 부상 중인 손흥민은 검정색 가죽 점퍼 차림으로 관중석에 앉아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다가 동료들이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에 안도했다.
 
토트넘의 심각한 현실 보여준 경기

한편으로 이 경기는 바로 토트넘의 심각한 현실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토트넘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빅클럽에 비하여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컵대회나 약체팀과의 경기에서 종종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성적과 내용이 모두 좋지 않다.
 
토트넘이 올시즌 대규모 로테이션을 감행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누누 산투 전 감독이 이끌던 2021년 8월 파수드 드 페헤이라(포르투갈)와의 컨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0-1), 10월 비테세와의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0-1), 그리고 콘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첫 패배를 당한 11월 NS 무라(슬로베니아)와의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1-2) 등이 있었고 토트넘은 모조리 패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손흥민과 케인 등 원래대로라면 휴식을 취해야 했을 주전들이 어쩔 수 없이 후반에 투입되는 상황도 반복됐다.
 
그나마 FA컵에서는 홈팬들 앞에서 첫 판부터 대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참사는 피했지만, 상대인 모어캠비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리그2(4부 리그)에 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부 리그에 진출한 팀이다. 이번 시즌 3부 리그에서도 강등권에 머물 정도의 약체팀이었다.
 
비록 손흥민을 비롯한 주전 일부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토트넘 정도의 1부 리그 강호라면 로테이션을 가동해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토트넘은 경기 막판 20여 분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모어캠비에게 끌려다니며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주축 선수들을 모조리 투입하고 나서야 겨우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사실상 대대적인 전력 보강 없이는 토트넘에게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은 도박이라는 현실만 확인했다.
 
특히 심각했던 것은 알리와 은돔벨레였다. 알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케인-손흥민-크리스티안 에릭센과 'DESK'라인으로 불리며 토트넘 공격의 중추 역할을 하던 핵심 선수였고, 은돔벨레는 토트넘 역사상 최고 이적료로 영입해왔던 미드필더였다. 콘테 감독이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무패행진을 달리며 팀분위기를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알리와 은돔벨레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콘테 감독은 이날 알리를 전방 공격수, 은돔벨레를 중원에 배치하며 기회를 줬으나 두 선수는 부진한 모습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데 실패했다. 급기야 두 선수가 후반 중반 교체되자 홈팬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오히려 알리와 은돔벨레가 빠지고 나서 바로 경기가 역전되며 두 선수의 존재감은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주전 선수들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으니 자연히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최근 부상을 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토트넘 부동의 주전인 손흥민은 부상 직전 지난달 20일 리버풀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필두로 18일간 6경기(한국시간 기준)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3일에 한 경기씩 치르면서 후반전에 교체출전했던 웨스트햄과 리그컵 8강전(지난달 23일)을 제외하면 5경기 모두 선발 출전이었다. 심지어 박싱데이였던 지난해 연말에는 27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불과 48시간도 안 되어 사우샘프턴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정도로 혹사 당하면서 탈이 안 났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지경이다.
 
토트넘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토트넘은 불과 3일 뒤에 첼시와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을 앞두고 있다. 1차전에서 0-2로 패한 상황이라 3골 이상을 넣어야하는 불리한 상황인데, 가뜩이나 손흥민까지 빠진 상황에서 공격진을 이끌어야 할 케인과 모우라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데도 실패했다.
 
여기에 17일에는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북런던 더비', 20일에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달에서 연기되었던 레스터시티전, 25일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리턴매치까지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난적들과의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은 향후 2주간 훈련조차 참여하기 힘들 전망이어서 1월에 예정된 토트넘 경기에서는 모두 결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케인도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의 슬럼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데다 원래 잔부상이 많은 타입의 선수라 관리가 필요하다. 콘테 감독 체제에서 리그 빅4 재진입과 컵대회 우승에 도전하던 토트넘의 행보가 험난해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잉글랜드FA컵 토트넘경기일정 손흥민부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