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번아웃 증상으로 인한 무력감에 고통받는 가수 김윤아, 자매에 대한 집착과 애증으로 마음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왔던 방송인 양정원-양한나 자매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1월 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각자 다른 '존재의 이유'로 고민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첫 번째 의뢰인으로 등장한 데뷔 26년차 가수 김윤아는 "번아웃이 왔다"고 고백했다. "음악을 하는 게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태가 오래되다 보니까 집 안의 작업실에도 못 들어가겠더라"라며 번아웃과 친해지는(공존) 방법을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번아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 써버려서 고갈된 상태를 의미한다. 오은영은 "번아웃에 걸리면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진다. 불안과 우울을 동반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이 많이 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10년째 번아웃에 시달려온 김윤아, 이유는...

김윤아는 2011년부터 무려 10년째 번아웃에 시달렸다고 밝히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윤아는 번아웃 증상으로 각종 신경통과 두통, 부비동염 등을 겪었음을 고백했다. "당시 MBC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청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스피커를 들으면 귀가 떨어질 것 같았다. 한쪽 귀와 눈을 가리고 준결승이 끝난 뒤 바로 입원했다. 결승전에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윤아는 그때 이후로 극심한 수면장애로 잠에서 15분마다 깨어나 작업하던 노래가 머릿속을 빙빙돌던 일화와, 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음식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어서 계속 체중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고백하여 걱정을 자아냈다. 번아웃 증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정도부터라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에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하는 기질의 김윤아는 번아웃 증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앨범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김윤아는 증상이 더욱 심해진 계기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음악'에 대해서도 "의미가 없다는 무력감이 왔다"고 고백했다.
 
그 원인에 대하여 김윤아는 "2014년에 유난히 사회적으로 어두운 사건들이 많았다"고 세월호 사건 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그녀의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했다. 김윤아는 "내가 음악이나 하고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은영이 "사람의 마음은 비슷한데 그 사건들이 왜 유독 김윤아에게 큰 타격이 되었을까"라고 질문하자 김윤아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어른으로서 납득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하며 "나는 음악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데, 나 자체인 음악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면?"이라는 고민에 직면했음을 밝혔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김윤아가 지나친 공감능력 때문에 같은 생각을 겪어도 감정적으로 더 많이 괴로워하는 '초민감자(Hihgly sensitive person)'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은영은 김윤아가 모든 상황에 대하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이며,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어야 안전하다고 느낌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김윤아도 이에 공감하며 "무방비 상태가 되면 불안해진다. 항상 통제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이어 김윤아는 어린 시절의 가정 폭력과 학대 경험을 고백했다. "아버지가 폭력적이었다. 어머니와 나, 동생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밝히며 "아버지가 목공소에 가서 매를 사이즈별로 맞췄다. 그런 아버지가 밖에서는 너무 좋은 가장처럼 행동했다는 게 화가 났다. 항상 불안했고 초등학교 때는 내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뇌가 멍든 것처럼 멍했다"고 털어놨다.

김윤아는 "어릴 때는 '이 세상이 다 가짜야'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지도 못했고 어릴 때 음악과 책으로 도피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김윤아의 음악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자우림 1집에 'Violent Violet'이 아동학대에 관한 곡이고, 솔로곡 '증오는 나의 힘'은 "나의 일기장을 썼다"고 고백했다. 김윤아는 "항상 '될 대로 돼라'라는 기분이 항상 있었고 자기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뭔가 내뱉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버지의 예측불가한 폭력적 행동들과 통제에 김윤아가 장악되어 있었다"고 분석하며 그 반작용으로 김윤아가 본인이 예측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사회와 어른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그녀가 엇나가지는 않은 이유는, "음악이라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통하여 내면의 분노를 발산한 것이다. 음악은 김윤아에게 생명의 줄기였을 것이다. 음악을 창조함으로써 본인을 창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김윤아는 몇 년 전만 해도 다른 사람과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라디오 DJ를 하던 시절 "매일 모르는 사람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게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 김형규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만화로 따지면 내가 극사실주의라면, 김형규는 명랑만화체였다. 본질적으로 항상 웃길 준비가 되어 있었고 안심을 주는 존재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김형규를 "~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어떤 그릇에 담으면 그 모양대로 나오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아는 김형규가 이전에 만난 남자친구들과 너무 달랐다며 결혼하기 직전 안심스테이크를 사주면서 "항상 안심시켜줄게"라고 프로포즈했던 귀여운 일화를 공개했다.
 
오은영은 김윤아의 번아웃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보호 받지 못했던 상황, 어른이 제 역할을 못한 상황,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아버지에 대한 아픔을 만 배 정도 느끼면서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진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당신의 음악 때문에 누군가는 생존해나갈 큰 힘을 얻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여전히 번아웃과의 공존을 근심하는 김윤아에게 오은영은 "아버지로 받은 아픔을 비워내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를 미워해도 괜찮다. 마음의 그릇을 수시로 비워라"고 당부했다. 김윤아는 "항상 음악으로 마음의 응어리를 토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상담은 뭔가 마음이 다르게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고백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자매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두기'의 필요성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양한나, 양정원 자매가 두 번째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함께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며 방송활동을 병행중인 자매는 서로에 대한 두터운 우애를 과시했다. 양정원은 양한나와의 관계를 '양날의 검'으로 규정했다. 양정원은 자매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남자친구나 다른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느낄 기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양한나도 "결혼 생각이 없는 게 서로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정원은 "언니와 공생하면서도 독립적인 관계가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오은영은 "부모님이 볼 땐 너무 아름다운 자매지만, 역할을 분담해도 될 것까지 그 과정을 다 물어보는(지나치게 공유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정원과 양한나는 여기서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양정원은 상대적으로 좀 더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라면, 양한나는 동생에게 더 많이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양정원은 "항상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선택하는 게 고민"이라고 밝히며 다른 사람의 간섭과 잔소리를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한나는 그런 양정원에 대하여 참견이 많았고, 동생도 언니의 참견에 대해서는 별 불만없이 수용하고 있었다. 양정원은 "언니의 행동을 간섭이라고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양한나는 동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엄청 예뻤던 양정원을 더 빛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경쟁심, 열등감, 질투심 등은 인간이라면 가족이라도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라고 설명하며 양한나의 심리가 "언니보다는 엄마의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한나는 집안에서 동생의 존재와 사회적 지위가 커져가며 자신의 성격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양정원의 언니'로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다. 동생이 유명해진 다음에 혹시 나 때문에 피해가 갈까봐 말을 안 하는 성격으로 변했다"고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오은영이 타인에게 정작 본인은 어떤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하는지를 질문하자, 양한나는 "역시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고 답했다.
 
오은영은 "바로 이것이 나라는 존재의 이유를 설명한다"고 지적하며 "나를 꿋꿋하게 지켜주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이 됐을 때는 본인 존재의 이유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양정원은 발레에 실패하여 방황했던 순간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이름이 크게 알려진 후에 느꼈던 두려움을 밝혔다. 본인이 손가락질을 받으면 언니도 타격을 받을까봐 걱정하며 "내가 일적으로 잘했을 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양정원은 인기보다 실력으로 잘 해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일에 대한 성취, 성과,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양한나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열등감, 질투심, 경쟁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했던 거다. 동생을 아끼는 '헌신적인 언니'로 평가 받는 것이 자신의 '존재의 의미'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매는 일상과 업무를 공유하고 있지만 일의 특성상 스포트라이트는 동생 양정원에게 몰릴 수밖에 없기에 자신의 존재감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양한나는 오은영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실제로 8년간 해온 아나운서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오은영은 "양정원의 언니가 아닌 '그냥 양한나'로서 꿋꿋하게 홀로서기를 시작해 봐라. 내 삶의 주인공이 돼라"고 조언했다.
 
두 자매는 서로 '남남'이라는 오은영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듯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눈시울까지 글썽였다. 오은영은 남이라는 의미에 대하여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 존중하며 각자의 영역과 경계를 지켜주는 사이"라고 보충 설명하며 '적당한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자매는 솔루션을 마친 뒤 두 사람만의 대화를 통하여 그동안 못다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끈끈한 우애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많은 사람들이 평생 가슴 한켠에 담아두고있는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내면의 아픔과 고뇌를 창조적인 활동으로 승화시키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희망이자 의지가 되기 위하여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그녀들의 인생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남겼다.
금쪽상담소 오은영 양정원 김윤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