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던 코로나19의 영향이 올해도 그대로 이어졌다. 백신 접종을 통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꿈꾸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연말이 흘러가고 있다.

올 한 해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간 방탄소년단(아래 BTS),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 열풍, <미나리> 윤여정의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등 다시 한 번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입증했던 해였다.

한편으로는 11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또 다시 미뤄야 했던 영화, 공연계는 울상을 지어야 했다. 사실상 문화계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희비가 교차된 2021년, 어떤 일이 우리를 웃고 울게 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BTS 신드롬은 진행형... '올해의 아티스트상'까지 휩쓴 한 해
 
 11월 28일(현지시간)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의 <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 콘서트

11월 28일(현지시간)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의 <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 콘서트 ⓒ 빅히트뮤직

 
지난해 한국인 최초 그래미 어워드 공연, <타임지> '올해의 연예인 선정' 등 상승 곡선을 그려나간 BTS는 2021년을 '자신들의 해'로 장식했다. 각각 5월, 7월에 발매된 'Butter'와 'Permission to Dance' 모두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했고, 특히 'Butter'의 경우 10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키면서 아시아 가수로는 역대 최장 기간 1위라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굵직한 시상식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5월에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Top Duo/Group 부문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이들의 이름이 호명됐고, 지난 달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올해의 가수상(Artist of the Year)'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각종 수상, 기록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만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해였다. 11월 27~28일, 12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SoFi 스타디움에서 오프라인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를 개최, 20만 명이 넘는 관객이 4일 동안 BTS와 함께 호흡했다.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면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BTS는 내년 3월 서울에서 오프라인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전세계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BTS가 2022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징어게임>, 윤여정... 위상 드높인 K-콘텐츠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하는 윤여정 한국의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하는 윤여정 한국의 배우 윤여정이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오스카 홈페이지 / 연합뉴스

 
2021년 한국 대중문화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 BTS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존재, 바로 <오징어게임>이다. 지난 9월 중순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가 <오징어게임> 시청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체 83개국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CNN, <뉴욕타임스> 등 주요 해외 매체는 연일 <오징어게임>을 향해 극찬을 보냈다.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장편 시리즈 부문을 수상했고, 지난 13일에 발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도 작품상 등 3개 부문서 노미네이트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징어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 측과 시즌2에 이어 시즌3 제작까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즌1이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게 된 가운데, 후속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할머니'라는 단어를 전세계 관객들에게 알린 <미나리>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밖에도 영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 미국배우조합상 등 다른 시상식에서도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나리>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박진감이나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고 사실상 '독립영화'에 가까웠던 작품이었다.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으나 소위 말해 '웰메이드' 영화로서 잔잔한 여운을 전달했고, 그 중심에는 윤여정의 몫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연말에도 웃을 수 없는 문화계... 코로나19 여파 이어졌다
 
다시 시작된 거리두기, 전체 상영관 백신패스 운영 19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백신패스를 인증한 뒤 상영관에 입장하고 있다.

▲ 다시 시작된 거리두기, 전체 상영관 백신패스 운영 19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백신패스를 인증한 뒤 상영관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보자면 2021년이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높인 해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코로나19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문화계의 현실이 존재한다.

1년 내내 지속된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규제를 받아야 했던 영화관, 공연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특히 영화계의 경우 극장 관객 수,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감소했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되면서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이달 중순부터 강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29일에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킹메이커>가 내년 설 연휴로 미뤄지는 등 촬영 및 제작을 끝내놓고도 공개하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비스 이용자의 증가와 콘텐츠의 질적 향상으로 OTT 서비스의 문을 두드리는 배우가 많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극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해외 경쟁력 향상 만큼이나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하는 국내 상황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쯤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에 따른 탄력적인 대처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했던 2021년을 뒤로하고 '임인년'을 맞이하는 한국 대중문화가 한 걸음 더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대중문화 BTS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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