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2TV

 
좋은 공기와 경치를 갖추고 널찍하게 탁트인 마당까지 있는 전원주택에서 반려견을 행복하게 키우는 것은 모든 보호자 견주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원주택 생활이나 반려견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섣부른 로망은 오히려 비극적이고 위험천만한 사고를 부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12월 27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전원주택에서 생활 중인 고민견 도찌의 사연이 그려졌다. 16개월된 도베르만 견종인 도찌는 귀여움과 용맹함을 겸비한 모습으로 부부 보호자의 두터운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전 보호자가 해외로 이주하게 되면서 파양 당한 도찌를 아내가 애견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 애교를 떠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남편은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사고로 잃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시험삼아 해본 산책에서 앞서가지 않고 보호자를 기다리는 도찌의 배려에 감동받아 입양을 결정했다.
 
남편은 전원주택으로 내려오게 된 계기에 대하여 평소부터 전원생활이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아내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전원생활의 장점으로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펼쳐진 마당에 우리 개가 뛰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영화같다"고 도찌가 미친 영향을 고백했다.
 
보호자는 집안에서 도찌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계단과 현관까지로 규정했다. 큰 개라서 대부분의 공간에 닿을 수 있다보니 가스밸브 등 위험한 곳을 건드리면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보호자는 도찌가 집에 잘 안 들어오려고 한다고 설명하며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형욱 "개 짖는 소리, 저거 정말 미친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2TV

 
한없이 평화로워보이던 전원생활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마당에 있던 도찌가 아랫집 강아지 웰시코기를 보며 크게 짖기 시작한 것. 두 개의 양보없는 신경전에 동네의 다른 집 강아지도 짖기 시작하며 삽시간에 동네는 개 짖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아랫집은 보호자 가족이 이사온 이후 도찌의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나마 다행히 도찌 보호자들과 이웃간의 사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이웃주민은 "우리 개도 짖으니까. 이웃간에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강형욱 훈련사는 "개 짖는 소리, 저거 정말 미친다"며 질색했다. 강형욱은 "이 이야기가 꼭 방송에 나갔으면 좋겠다. 개 짖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은 소음"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개를 많이 다루는 훈련사가 정색하며 하는 이야기는, 반려견의 소음피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견주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었다.
 
보호자들도 반려견들간의 갈등을 막기 위하여 가림판을 설치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지만 하루에 수십번씩 반복되는 소음 문제는 계속됐다. 아내 보호자는 도찌가 짖을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마당으로 뛰어나가야 했다. 훈련사를 초빙하여 교육도 시켜봤지만 그때뿐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효과가 없었다고.
 
도찌가 짖는 정확한 이유는 미스터리였다. 남편은 "놀자는 건가?"라며 알쏭달쏭해했다. 그런데 정작 도찌는 강아지 인형이나 길에서 만난 강아지에게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반면 도찌는 윗집 강아지 두 마리와 만나 갑자기 공격 당하는 사건을 겪은 이후, 윗집을 지나갈 때마다 강아지가 없어도 갑자기 돌변하여 흥분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더 위험한 것은 도찌의 체구가 커지면서 한 번 흥분하기 시작하면 이제는 성인 남자인 남편 보호자로 제어가 힘들 정도로 힘이 세졌다는 것.
 
강형욱은 심각한 표정으로 전원주택에서 반려견을 키울 때 벌어지는 문제점을 설명했다. "전원주택이라고 개를 밖에서 키우는 그림을 상상하고 전원주택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옳지 못하다. 좋은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강형욱은 "개는 집안에서 키우고 마당은 공유하는 곳이다. 개가 짖으면 방안으로 데려다 놓아야하는데 왜 보호자는 그러지 않았을까"라며 의아해하며 "이 보호자는 개를 키우는 것도 초보고, 전원생활도 초보"라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경규는 전원생활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장단점을 설명했다. 마당을 반려견의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고, 실외배변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마당만 믿고 산책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강아지의 스트레스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해소되기에 마당에 내놓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보호자의 집을 방문했다. 도찌는 낯선 두 사람을 보자 계단 쪽으로 피해버렸다. 이경규와 장도연은 고민견을 거의 보지 못하고 보호자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와야 했다. 보호자들은 도찌가 평소에는 얌전하고 의외로 겁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형욱은 "얌전하다고 생각되던 도베르만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순해보이던 개들을 불과 1년 뒤에 공격성 문제로 다시 만나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고백했다.
 
전원주택에서 반려견을 키울 때 생기는 문제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2TV

 
강형욱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보호자 부부와 만나면서 "전원주택에서 개를 키우는 모든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밝혔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이 도베르만이라는 친구를 알아야 한다. 이 친구들은 한 달 한 달 달라진다. 곧 위협적으로 사나워질 거다. 으르렁대면 안 만지는 게 좋다"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생각지 못했던 도찌의 공격성 진단에 보호자 부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보호자가 흥분하면 통제가 힘들 정도로 날뛰는 도찌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자 강형욱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라"고 주문했다. 강형욱은 도찌의 행동이 '스트레스 전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며 "도베르만은 보호자에 대한 의존이 크고 분리불안이 심하다"며 외부인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면서도 주인에게 집착하는 도베르만의 양면성을 분석했다.
 
이어 강형욱은 "집에 큰 문제가 있다"며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보호자의 잘못된 이해를 지적했다. 그는 "전원주택의 잘못된 로망이다. 전원주택 특징이 밖에 사는 개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마당 밖 사람에게 경계심이 굉장히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강형욱은 한국과 해외의 전원주택 차이도 설명했다. "해외 주택을 보면 다 마당이 뒤에 있고, 뒷마당은 나무 울타리로 막아놔서 남의 마당을 볼 수 없도록 한다. 한국의 전원주택은 개를 밖에서 키우기에 불편한 구조다. 짖는 개를 마당에 두고 방치하는 건 잘못됐다. 몇십분씩 걷는 게 아니라 운동을 몇 번씩 해야하는 거다. 유럽에서는 자전거를 함께 탄다. 여기서는 그런 강아지를 그저 마당에 두니 풀을 뜯게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넓은 마당을 주었으니 도찌가 행복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상황을 정반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보호자들은 강형욱의 지적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남편 보호자는 "망치로 맞은 느낌이다. 전원이고 마당에서 뛰어노는 그림만 본 것 같다. 하루에 한 시간 산책하고 내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반성했다.
 
이어 강형욱은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모든 반려인들한테 말하고 싶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다"고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는 도찌에게 실내생활을 함께하며 편안하게 적응시키기, 수건을 활용한 터그놀이, 이웃집 개들과의 경계심 완화 훈련, 흥분제어 산책 코스 등을 제안했다.
 
다행히 도찌는 훈련에 큰 거부감없이 순조롭게 적응하며 이전보다 크게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남편 보호자는 침착해진 도찌의 모습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성했다. 남편 보호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는데 저는 쉬운 방법만 찾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방송은 솔루션 이후 달라진 도찌와 보호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행복한 전원생활을 기대하게 했다.
 
이경규는 이날 방송의 의미에 대하여 "전원주택에서 강아지를 키울 때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라고 설명하며 한편으로 '반려견의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견주들이 막연하게 반려견과 함께하는 전원생활의 로망을 꿈꾸지만 정작 함께하는 반려견이 어떤 기분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자신의 판타지와 로망에만 빠져있는 보호자의 안이함이 오히려 개들과 사람에게 모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강형욱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변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함께한다면 우리의 전원생활은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사람과 반려견, 이웃과 이웃, 반려견과 반려견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진지한 이해와 노력이 끊임없이 병행되어야 올바른 '공존'이 가능한 것이라는 교훈을 일깨워줬다.
개는훌륭하다 도베르만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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