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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면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69)씨에 대해 특별 사면을 전격 실시했다. 청와대 측은 이같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 과정에서 두 달 보름여 앞둔 대통령선거는 고려하지 않고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신년 특별사면 발표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면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정치인 사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터라 사면 결정을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 

특히 문 대통령이 '철저한 정치중립, 선거중립' 입장을 밝혀온 것에 반해 이번 사면이 대선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의 유불리는 저도 선거를 여러 차례 경험해 본 사람인데, 이것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게다가 분명한 것은 선거 관련 고려는 일절 하지 않았다. 전혀 그런 것이 고려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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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그는 "만약에 선거에 대한 고려를 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선거랑 연관 짓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사면 시기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에 사면 조치를 하실 수 있다면 연말 사면과 선거 이후,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 당선자와 협의해서 하는 사면, 두 가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그 두 계기 중에 이번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고려 사항들이 있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건강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한 사면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건의해 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결국 이번 박근혜씨 사면은 '건강 문제'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현재 박씨는 어깨와 허리 질환 등으로 수술과 입원 치료를 거듭하다가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병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알렸다. 

문 대통령, 사면 놓고 "여러 의견 들어... 마지막까지 고뇌 있었을 것"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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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누가 대상인지 여부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철희 정무수석,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등 주변 인사들도 모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면권은) 저희 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면서 "아시다시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은 여러 차례 종교계나 시민단체 또 비공식적으로는 정치권의 요청이나 건의들이 있었고, 또 금년 연초였던가 이낙연 전 총리께서 발언하신 바도 있고 해서 이 건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이후에도 이러저러한 얘기들이나 요청, 건의 같은 것들은 계속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세한 내용도 잘 모르고,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언제쯤 결정하셨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두루 있었기 때문에 계속 그동안 고심하셨던 것으로 (안다), 한 쪽은 해줘야 된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른 한 쪽은 해 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때문에 두루 아마 의견을 들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고, 당연히 고심이 깊으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참모로서 짐작한다면,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 참모들도 사면과 관련해 지난 여름 이후로 문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하거나 상의한 바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일찌감치 여름 전에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한 번 드린 적이 있다"면서 "어디로 (방향을) 가자는 말씀은 안 드렸지만 이런 저런 의견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근래에 특별히 관련해서 대통령과 의논하거나 상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경우가 다르다... 사면 시점도 대통령 고유 권한"

특히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씨가 이번 특별사면에서 제외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왜 그랬는지를 제가 책임있게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지 않는가, 아마 기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라며 "두 분의 케이스는 많이 다르다. 그런 점이 아마 우리가 이 문제를 볼 때는 고려해 볼 문제"라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명박씨가 재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한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어서 그는 "국민적 공감대라는 것은 여론의 추이도 봐야되겠지만,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번 사면이 미래 지향적으로 통합에 기여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면서 "발표한 입장문에도 반대하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리기도 했고, 통합을 이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잘 풀어가는 새 동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사면 반대하는 분들의 이해와 혜량 부탁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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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헌법에 정해진 대통령의 사면권을 사면심사위원회인가요, 민간인들도 참여하는 사면심사위원회, 국무회의, 이와 같은 정해진 절차를 충분히 거쳐서 사면권을 절차된 형태로 행사했다"라면서 "이번 결정과 관련해서 당과 또는 특정인, 어떤 정치인과 협의한 바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 대통령께서는 절차를 중요하시는 분"이라면서 "사면권이 헌법에 정해진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다만, 절차를 거쳐서 본인이 재가를 해야 완성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차 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사면이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이 기자들에게 나왔는데, 고위 관계자는 "오늘(24일)이 크리스마스 전날이라서 뭘 한 것 같지는 않고, 4월 초파일이나 성탄절을 기념해서 사면하는 관례는 이미 없어졌다"면서 "전적으로 (시기에 대한) 그 판단은 대통령께서 하신 것이고, 그런 시기적 선택도 대통령의 사면권의 일부 아닐까"라고 답변했다. 

박근혜 "사면 결정해준 문 대통령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한편,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박근혜씨는 처음 구속된 2017년 3월 31일부터 특별사면이 되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계산하면 총 수감기간 1737일만에 풀려나게 됐다. 만약 이번 특별사면 없이 징역 22년을 살고 만기출소하면, 박씨는 87세인 2039년까지 있어야 했다. 

특별사면 소식을 접한 박씨는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먼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35억 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았다. 이와 별도로 2018년 11월 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먼저 확정받았다.

태그:#문재인, #박근혜,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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