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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워싱턴에 한 3년 있었는데 트럼프 정권, 바이든 정권 할 것 없이 한미동맹을 언급할 때 이러더라. '우리들은 같이 피를 흘린 동맹이란 사실을 (당신들이) 잊어선 곤란하다'라고. 내가 실제로 몇 번이나 들었다."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일본대사)

최근 한국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뜻을 나타내자 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공중파 민영방송 TBS는 16일 TBS 프로그램 <보도 1930>을 통해 한국의 TPP 가입 신청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공중파 민영방송 TBS는 16일 TBS 프로그램 <보도 1930>을 통해 한국의 TPP 가입 신청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공중파 민영방송 TBS는 16일 TBS 프로그램 <보도 1930>을 통해 한국의 TPP 가입 신청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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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탈(脱) 중국의존'을 위해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패널로 출연한 히토쓰바시 대학 권용석 교수는 2015년 미국을 포함한 12개국 가맹이 결정됐을 때 한국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오바마 정권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으로 TPP를 설정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이 참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이 이탈하고 지금 일본이 중심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중국 견제라기보다 본래의 의미, 즉 자유무역을 위한 형태로 변화했으니까 이렇게 된다면 한국이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싶다."

또 다른 패널로 출연한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일본대사 역시 "TPP 가맹 기준을 맞춘다면 한국의 참가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중국의 개입을 우려했다.

"어느 국가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TPP 11개국을 보면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각각 다르다. 경제합리성의 관점이 가장 중요한데, 각국의 정치적 관점에서 중국이 만약 강하게 치고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은 피의 동맹, 미일동맹과 차원 달라"

자연스럽게 중국이 화두에 오르자 방송은 내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사회자가 개인적 관심임을 전제로 "미국이 베이징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하겠다고 했고, 동맹국인 영국과 호주 등이 미국의 뜻을 따랐는데, 의외로 한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다"며 미국 정가에서 3년간 일본대사를 역임한 스기야마씨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러자 스기야마씨는 "한국과 미국은 피의 동맹이라 사실 미일동맹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한국과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선에서 피를 같이 흘린 동맹임을 강조하면서 미일동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미국에 있어 일본은 적이었다. 적국을 점령해 동맹을 만든 것이다.(중략) 2016년 아베 총리가 하와이에 갔을 때, 나는 그때 외무차관이었는데 총리가 갑자기 진주만에 가도 될까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거긴 미국의 기념비적 공간이다. 그곳에서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 그 연설은 화해의 힘이 이렇게나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그 경위가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피의 동맹, 일본과 미국은 화해의 동맹이다."

물론 스기야마씨는 "현재의 미일동맹은 피의 동맹(한미동맹)을 능가할 정도라는 것을 많은 일본인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다만 지금 일본이 별로 의식하는 것 같지 않지만, 그 '피의 동맹'은 어떤 중대한 일이 발생할 때, 가령 미국, 영국, 호주, 한국은 강고하게 하나의 세력으로 뭉칠 수 있다는 걸 일본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외무성 사무차관 출신의 스기야마씨는 2018년 1월부터 일본국 특명전권대사로 미국에 있다가 올해 1월 일본으로 귀국했다.
 

태그:#일본, #한미동맹, #미일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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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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