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스토리도 빌런도 없었다. 하지만 순수한 매력과 낭만이 넘치는 대학가 식당 사장님들의 인간적인 모습만으로도 훈훈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12월 1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고려대 정문 앞 골목' 편의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졌다.
 
동업자인 혼성 사장님 듀오가 함께 운영하는 토마토제육덮밥집은, 솔루션을 거쳐 '토마토치즈고기덮밥집'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두 사장님은 데미그라스 소스를 업그레이드하여 완성된 토마토치즈고기덮밥 단일메뉴만으로 점심정사에 나섰다.
 
이미 가게에 방문한 경험이 있던 대부분의 손님들은 달라진 메뉴에 처음엔 낯설어했으나 맛을 보고서는 오히려 호평이 쏟아졌다. 고기덮밥은 재료 소진으로 점심장사를 솔드아웃했고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두 사장님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두 동업자 사장님 사이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흘렀다. 두 번째 솔루션 메뉴인 따그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했다. 진한 곰탕 국물을 선호하는 석훈 사장님과, 젊은 취향의 연한 국물을 추구하고 싶었던 김진희 실장님은 육수에 레몬을 넣는 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날선 대화가 오고가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상황실에서 지켜본 백종원은 마지막 점검을 위하여 고기덮밥집을 방문했다. 백종원은 따그맨을 시식해보고 뼈를 더 넣어서 국물을 진하게 할 것과 레몬은 뺄 것을 조언하며 석훈 사장님의 손을 들어줬다.

김진희 실장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백종원에게 상담했다. 두 사장님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로 잘돼서 헤어지는 것'이었다. 김진희 실장님은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만일 잘돼서 헤어진다면, 바로 옆으로 가게를 확장하거나, 가까운 근처에 2호점을 내거나, 아예 딴 동네로 간다. 과연 어느 쪽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백종원은 여기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생각하기에 두 분은 아직 미완(장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두 분 각자의 장점이 있는데 지금 이 상태로 찢어지게 되면, 이름이나 외관만 같을뿐 '전혀 다른 가게'가 된다. 두 사람이 동업했던 보람이나 경험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종원은 "두 사람의 다툼은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다툼의 원인이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견 차이이기 때문이라는 것.
 
백종원은 "부부간에 장사하는 가게는 감정싸움이 집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동업자는 불만이 있어도 가게에서 끝난다. 의견차이를 잘 융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될수 있다. 음식에 대한 주관으로 싸우다보면 서로 설득하고 검증하려고 하게 되고, 그러면서 공부하고 발전이 이루어진다. 싸움같지만 도움이 되는 싸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싸움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며 각자의 주관보다 '우리 가게'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닭반볶반집은 신메뉴 마라치킨라이스를 선보였다. 긴장한 부부 사장님 앞에서 백종원은 "고추장보다 더 낫다. 이국적인 맛이라 좋다"며 호평을 보냈다. 마라를 싫어한다는 아내 사장님조차 맛을 인정했다고. 하지만 경영담당답게 가격 경쟁력을 걱정하는 아내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많이 팔면 된다. 마라치킨라이스는 당장 손해가 있더라도 고정 고객층을 확보할수 있는 메뉴다. 모든 메뉴가 일정한 원가율을 유지하긴 어렵다"며 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MZ세대의 입맛을 대변하는 특별게스트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신인그룹 아이브는 닭반볶반집에 등장했다. 멤버들은 치킨라이스 3종을 모두 맛본 뒤 데리야끼에 가장 많은 호평을 보냈다. 또한 속도와 맛 모두 대학가 학생들이 선호하는 취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두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힙합래퍼 이영지는 치즈돌솥밥집을 방문했다. 치즈밥 마니아라는 이영지는 마늘종 고기치즈밥과 전주비빔치즈밥을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어지럽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이어트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돌솥 두 그릇을 거뜬히 해치운 뒤 공약대로 시크릿의 노래 '매직'에 맞춰 화려한 댄스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이영지는 "학생들을 하는 음식 장사는 사업이라는 느낌보다 '베푼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가격에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사장님의 인정이 음식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영지에 이어 백종원이 마지막 돈까스 메뉴 솔루션을 위하여 치즈돌솥밥집을 방문했다. 백종원은 소스의 염도 조절에 대해서는 약간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을 남겼다. 사장님은 두 치즈돌솥밥과 돈까스까지 세 가지 메뉴로 새단장하여 점심장사에 나섰다. 단골 학생 손님들은 추억의 메뉴가 사라지거나 변한 것을 약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달라진 메뉴에는 금세 호평들이 쏟아졌다. 사장님은 단골 손님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며 골목의 터줏대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고대앞 골목 솔루션을 마무리하며 각 가게 사장님들은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고대 앞 골목에서만 무려 22년째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석은열 치즈돌솥밥집 사장님은 그동안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어떤 사장님보다도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방송 내내 큰 화제가 됐다.

콩나물국을 좋아했다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어 편지와 선물로 감사를 전했던 일화, 미국으로 시집갔다가 8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는 여학생의 일화, 단골손님이었던 학생을 딸의 담임교사와 학부모로 다시 재회했다는 드라마같은 일화들, 넉넉한 인심이 돋보이는 에피소드들이 큰 감동을 선사했다. 손님인 학생들을 그저 장사를 위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자식에게 밥을 먹이는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는 사장님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어려움에다가 솔루션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속도가 다소 느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사장님은 꾸준한 노력과 진심을 통하여 조금씩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솔루션을 마치며 사장님은 "좀더 많이 배워서 오는 학생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아쉽다"며 눈시울을 글썽였다. "학생들이 전에 없던 메뉴들이 없어져서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 메뉴가 생각이 안 날 만큼 맛있게 해주고 싶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부부사장님이 함께 운영했던 닭반볶반집은 그동안 가게 운영 방침을 둘러싸고 서로의 이견차가 극심했던 것이 고민이었다. 홀을 담당하는 아내 사장님은 너무 많이 남는 잔반, 비효율적인 남편의 업무스타일, 포장과 배달을 거부하는 것 등에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남편은 음식의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과 소신을 내세우며 반박해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음식 퀄리티'와 '수익의 효율성'을 주장하는 부부 사장님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백종원은 14년차 베테랑 요리사 남편과, 대기업 외식사업부- 패밀리레스토랑 근무 경력을 보유한 경영자 아내 각자의 '전문성'을 모두 인정하며,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하고 역할분담을 하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내 조혜림 사장님은 "가게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부부생활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았다는 게 이 솔루션의 가장 큰 수확이고 보람"이라고 밝혔다. 남편 김현승 사장님은 "시간에 쫓기듯이 일을 하는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노동강도가 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부부 사장님의 갈등도 결국은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선의에서 비롯되어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할수 있었다.
 
토마토고기치즈덮밥집의 김진희 실장님은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운이 인생이라면, 저희에게 <골목식당>은 99퍼센트의 운과 1퍼센트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99퍼센트를 채워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석훈 사장님은 "저희처럼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잘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장님은 이른바 '오팔세대(Old people with acitve life, 은퇴 이후에도 활동적인 삶을 꿈꾸는 세대)'를 대표하는 50대로서 요식업을 통하여 인연을 맺고 제 2의 인생에 도전한 사례였다. 평생을 음악과 영화 등 예술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석훈 사장님과 법대 졸업에 소비자단체 근무 전력의 김진희 실장님은, 살아온 환경부터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 입맛까지 서로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공통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오팔세대의 현실적인 애환과 동업자 관계에서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다.
 
고대앞 골목편에 등장한 사장님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대학가라는 배경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골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순수한 감성과 낭만이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이나 수익성을 떠나 사람대 사람간의 인간적 유대감, 각자가 추구하는 장사의 목적과 진정한 보람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며, 사장님들의 삶의 태도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낸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의 대학가를 배경으로 한 고대앞 골목편은 그 어느 때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장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어느덧 종영이 가까워지고있는 <골목식당>은 다음주 200회 특집을 통하여 그동안 방송에 출연하여 화제가 됐던 가게들의 재등장, 포항 덮죽집의 상표 출원 이의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골목식당 고대앞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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