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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시인
 조말선 시인
ⓒ 계간 사이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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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여섯 번째인 '사이펀 문학상' 수상자로 조말선 시인(부산)이 선정되었다.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은 2016년 창간 이후 매년 '사이펀 문학상'(상금 500만원)을 시상해 오고 있다.

<사이펀> 가을호에 발표된 조말선 시인의 시 <환대>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시에 대해 "오밀조밀한 언어의 다양한 협곡이 자연스럽게 형상화되는 점"을 높이 샀다.

2020년 겨울호~2021년 가을호 동안 계간 <사이펀>에 발표된 신작시는 모두 181명의 시인 350여 편이다. 서정시, 실험시, 리얼리즘시 등 각양각색의 시들이 지면을 채웠던 것이다.

<사이펀>은 신작 가운데 우선 30여명의 시들을 추천받은 뒤 문단의 지위와 큰 상을 수상한 분들을 우선 배제시키고 14명으로 추렸다. 강은교 시인과 조창용 문학상운영위원장이 최종심사에서 조말선 시인의 시가 뽑혔다.

강은교·조창용 시인은 시 "환대"에 대해 "무엇보다 안정적인 시적면모를 갖추고 있다. '둥근 아치형'과 '능소화'의 두 이미지를 축으로 하여 오밀조밀 언어의 다양한 협곡을 드나드는 기술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시적 긴장미를 떨구는 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이 시를 어떤 식으로 이해할지는 미지수지만 시인의 상상력이 마치 봄바람의 훈풍처럼 자유롭게 행간을 타고 다니는 것이 언어를 다루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말선 시인은 "시를 쓰는 동료들을 만나보지 못한지 거의 2년이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으며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환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손님이 불현 듯 그 울타리를 넘어와 세계를 혼란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의심이 공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간절해져 갔다. 사실은 아주 편하고 좋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웠다는 말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도 절실해야 하는 것이 시!라고 하는 님들 빼고 2박 3일 생활 얘기만 하자던 먼 동료와의 통화가 제일 따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말선 시인은 김해 출신으로 시집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등이 있다.

'사이펀 신인상'(각 상금 50만원)은 김동곤(울산), 김서(부산), 김중호(경북), 방미영(부산) 시인이 선정되었다.

다음은 수상작 <환대> 전문이다.
 
환대
조말선

당신은 뒷모습이 없고 둥근 아치형입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의 아들이 되어본 적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식사 때면 오른손을 사용하느라 눈에 띄지도 않고 살인을 저질렀을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발과 저 발을 번갈아 사용하는 산책과 달리 들리지 않는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어요 쌍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거든요 그렇게 안 보인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으니 진심으로 대해주시겠습니까 긴 아치를 지나갈 때는 환영받는 기분입니다 목구멍으로 꿀꺽 넘긴 굳은 빵조각을 다시 내뱉을 생각이 없는 내 식도가 떠올랐거든요 대체로 건강한 육체를 가졌지만 오빠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은 경청하기 위해 태어난 귀 같군요 이 경우에는 침묵이 악덕이므로 오른손과 왼손을 마주치려합니다 오른발과 왼발을 동시에 구르며 답례를 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바로 당신을 돌보러 온 자가 틀림없지만 누가 누구를 돌보게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두 팔을 옆으로 쭉 뻗어 올려서 당신은 둥근 아치형입니다 능소화처럼 매달린 빨간 귀들이 쫑긋거리며 윙크하느라 나는 별꼴이라는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밤이 이슥하도록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능소화가 그런 당신을 켜둘 참이군요 당신이 하는 접대에 당신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하고...... 언니, 라고 부르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선생 말고도 다른 호칭이 있을 겁니다 아, 지금 삼키는 알약은 비타민제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당신의 눈동자가 능소화처럼 빨갛습니다 오늘 밤 당신은 잘 생각이 없어 보이고요 내가 잠들기 전까지 돌볼 자는 누구입니까 나는 잠깐 잃어버린 우산을 생각하다가 잠들 겁니다 초대장처럼 오른손을 내밀었지만 당신은 줄곧 두 팔을 들고 있어서 언제 악수 할까요
 

태그:#조말선 시인, #사이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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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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