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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학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열쇠입니다.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 속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기자말]
[* 이전 기사 <위스키 잔에 담긴 빙하 조각에 과학계가 발칵>(http://omn.kr/1vlgu)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작년(2020년) 한 해 동안 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Mauna Loa Observatory)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412ppm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6억 년의 지구 역사 중 가장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5억 년 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9000ppm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엔 인간이 살 수 없고, 오늘날의 기후시스템과 매우 달라 그때의 이산화탄소와 기후와의 관계성을 오늘날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기후와 가장 유사한 과거 기간에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다고 하는 이유는, 빙하에 포집된 기체를 이용해 복원한 과거 80만 년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가 자연적인 변화를 훌쩍 넘었기 때문입니다.    
 
80만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남극의 기온변화.  데이터 출처: Bereiter et al., (2015), Jouzel et al., (2007)
 80만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남극의 기온변화. 데이터 출처: Bereiter et al., (2015), Jouzel et al., (2007)
ⓒ 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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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는 그래프는 남극 빙하를 이용해 복원한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입니다. 예수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우리의 연대와 달리 과거 기후 그래프의 시작점은 1950년입니다. 그래서 그래프에 1천 년 전이라는 것은 기원전 950년을 뜻합니다.  

80만 년 동안 평균적으로 180ppm(최솟값)과 280ppm(최댓값)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다고 하는 이유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130ppm 이상 상승하며 280ppm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남극 빙하 코어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남극 빙하의 수소 동위 원소비로 남극의 기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남극 온도 자료를 보면 80만 년 동안 8번의 빙하기-간빙기 주기가 나타났습니다.

빙하기(glacial period)는 상대적으로 추운 시기로 빙상이 온대 지역까지 확장된 시기를 말하며 평균적으로 약 9만 년이었습니다. 빙하기 사이에 빙하가 후퇴하고 전반적으로 따뜻한 시기가 있는데 이를 간빙기(interglacial period)라고 하며 이 기간은 1만 년 정도입니다. 간빙기와 빙하기의 기온차는 약 4-5도입니다.  

온도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가 다른 C0₂

흥미로운 것은 이산화탄소와 남극의 기온 변동이 아주 서로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던 빙하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간빙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서 김밥과 함께 마셨던 사이다를 기억하시나요. 가방 안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사이다는 탄산이 빠져 달달한 생수 같습니다. 반대로 냉장고에서 막 꺼낸 사이다를 따 마시면 코끝이 아플 정도로 정도로 탄산이 가득합니다.

이와 같이 이산화탄소는 온도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가 다릅니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온이 낮으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잘 녹습니다. 그래서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빙하기에는 심해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들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습니다.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을 수 없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습니다.
 
남극 주변 해빙(sea ice)
 남극 주변 해빙(sea ice)
ⓒ 최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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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남극 온도와 이산화탄소의 연관성은 남극을 둘러싼 남극해(Southern ocean)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차가운 심층수는 대기 탄소량의 60배에 달하는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소입니다. 이 심층수가 남극 주변을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반구 편서풍(Southern hemisphere westerlies)의 강화로 심층수가 바다 표층으로 올라와 용승(해양에서 비교적 찬 해수가 표층해수를 제치고 올라오는 현상)하게 되면 심층수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킵니다. 그러나 해빙(Sea ice)이 남극해 주변 바다를 둘러싸고 있으면 해양에서 대기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심층수에는 영양염이 많아서 심해수의 용승으로 해양 표층에 사는 식물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하기도 해 식물 플랑크톤의 번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은 어떠한가요. 인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2도 이상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바다의 온도도 높아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능력은 줄어들었고, 남극 주변 해빙의 양이 줄어들었으며, 남극해 주변의 편서풍이 강화돼 남극해에서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를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빙하기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들려 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Bereiter, B., Eggleston, S., Schmitt, J., Nehrbass-Ahles, C., Stocker,T. F., Fischer, H., Kipfstuhl, S., and Chappellaz, J.: Revision of the EPICA Dome C CO2 record from 800 to 600 kyr before present, Geophys. Res. Lett., 42, 542–549, 2015.

Jouzel, J., Masson-Delmotte, V., Cattani, O., Dreyfus, G., Falourd, S., Hoffmann, G., Minster, B., Nouet, J., Barnola, J. M., Chappellaz, J., Fischer, H., Gallet, J. C., Johnsen, S., Leuenberger, M.,Loulergue, L., Luethi, D., Oerter, H., Parrenin, F., Raisbeck, G.,Raynaud, D., Schilt, A., Schwander, A., Selmo, E., Souchez, R.,Spahni, R., Stauffer, B., Steffensen,


태그:#이산화탄소, #기후변화, #극지, #남극 ,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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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과거가 궁금한 빙하학자 (Paleoclimatologist/Glaci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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