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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감학원은 소년 강제 수용소였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감학원은 소년 강제 수용소였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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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을 하는 정진각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 사무국장
 사진 설명을 하는 정진각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 사무국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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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은 불법 수용과 혹독한 강제노동, 심한 폭력과 열악한 생활환경 등 말로 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소년이 목숨을 잃었고 적합한 절차 없이 암매장 당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군사 독재 시기인 1982년까지 존재한 소년 강제수용소 '선감학원' 기록을 보관한 선감역사 박물관에 전시된 글이다.

지난 2017년 '선감 이야기길' 한편 컨테이너에 설립된 선감역사 박물관이 4년 만에 선감학원 옛터인 경기창작센터 본관 1층으로 자리를 옮겨 새 단장을 마치고 10월 초 문을 열었다. 선감 이야기길은, 육지에서 붙잡혀 온 소년들이 배에서 내려 선감학원까지 걸어간 길이다.

박물관 이전을 추진한 것은 경기문화재단이다.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모임인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에서 운영을 맡았다.

관련해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20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가설 건축물이라 냉난방 등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한겨울에는 사실상 관람이 불가능했다"라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선감학원 역사를 담고 있는 사진·영상·신문기사·책자 등이다. 관람객에게 선감학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피해 생존자가 해설사가 되어 박물관에 상주한다.

20여 년간 선감학원에 대한 연구에 매달려, 선감학원 존재 자체가 국가폭력이란 사실을 알린 역사학자인 정진각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 사무국장도 상주하고 있어, 선감학원에 대한 역사·학술적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미국인이 잡지를 읽어주는 사진인데, 소년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곳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다."

정 사무국장은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 보니 미국인은 구두를 신고 있는데 소년 발에는 검정 고무신도 없다.

12살 때 잡혀 와 4년여 뒤 탈출한 피해자 "이런 일 절대 없어야"
 
선감역사박물관
 선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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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선감학원 교직원과 교직원 가족 사진
 일제강점기 선감학원 교직원과 교직원 가족 사진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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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아래 신고센터)에는, 피해자 신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년여간 약 200명이 신고를 마쳤다.

기자가 박물관을 방문한 20일 오전에도, 3명이 신고센터를 찾았다. 이미 신고를 마친 피해 생존자 2명이 그 옛날 고락을 함께한 벗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김아무개(70세)씨는 몇 년 전 건설현장에서 머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했다. 벗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신고센터가 있는 안산 대부도 경기창작센터까지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걸음을 떼었고 손 떨림이 심해 자기 이름을 쓰는데도 진땀을 흘렸다. 말도 어눌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인 1964년께 선감학원에 잡혀 와 4년 만에 탈출해 자유를 찾았다. 학교에는 갈 수 없었고 논과 밭, 취사반에서 노동을 해야 했다. 도망치다 바다에 빠져 죽은 아이를 먼발치로 본 뒤에는 무서워서 밤에 화장실도 가지 못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이 빡빡머리를 한 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납니다. 우리가 그 어린 나이에 무슨 죄가 있다고 죄수 취급을... 앞으로는 이런 일 절대 일어나면 안 됩니다."

그가 신고를 마치며 어눌한 말투로 힘겹게 남긴 말이다.

선감학원은 소년 감화원이란 이름으로 존재한 강제수용소다. 일제가 불량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8세에서 18세 소년을 '감화(感化)' 시킨다는 목적으로 세웠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경기도가 운영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는 미군이 피난민과 전쟁고아 수용시설로 이용하다가, 1955년 미군이 물러나면서 다시 부랑아 수용소로 운영됐다. 군사독재 시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1982년에야 사라졌다.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선감학원과 관련한 피해 사실 등을 조사하고 있다.

태그:#선감학원, #선감역사박물관, #진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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