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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부산 사상구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부산경남대진연 소속 회원이 "음주운전 노엘 즉각 구속, 장제원 의원 사퇴" 촉구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27일 낮 부산 사상구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부산경남대진연 소속 회원이 "음주운전 노엘 즉각 구속, 장제원 의원 사퇴" 촉구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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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몇 명의 국회의원 이름을 외우는지 세어보지 않았지만, 이름을 외우는 국회의원의 3분 2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란 전제를 달고 나에게 밉상인 의원이다. 어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장 의원이 하는 언행은 하는 것마다 어쩜 그리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개인적으로 뽑은 심기 거슬리는 국회의원 '톱10'이라고 할까. 나머지 9명의 명단은 한 명을 빼고는 공개하지 않으련다.

장 의원이 요즘 곤경에 처했다. 그는 2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직에서 사퇴했다. 아비의 죄를 깊이 반성하며 자숙하겠다는 게 사퇴의 변이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눈물로 날을 지새우는 아내,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계신 어머니. 가정은 쑥대밭이 됐다"며 "이제 자식을 잘못 키운 아비의 죄를 깊이 반성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이 말한 '아버지의 죄'는 주지하듯 그의 아들인 래퍼 장용준씨의 무면허 운전 등 잇단 사고와 관련한 것이다. '노엘'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잇단 범법 행위를 저지른 장용준씨에 대한 분노는 아버지 장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 의원의 의원직 박탈 청원에 1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장 의원의 아들의 계속되는 범죄행위에 장 의원이 아버지로서 책임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런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자신감은 그의 국회의원 아버지 장제원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죄'는 성립하는가

관련한 기사 중 하나의 제목에서 따온 표현은 "'노엘父' 장제원, 의원직 박탈"이다. 노엘이란 사람의 아버지란 죄를 지었으니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정서법'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아버지의 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식을 잘못 키운 아비의 죄"는 실정법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 듯하다.

물론 장 의원이 자신 아들의 범법행위와 관련한 처벌을 경감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것은 명백히 실정법상 죄이고, 그렇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잘못 키운" 것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고 그 죄는 잘못 큰 자식 본인의 죄다.

따라서 '영향력 행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물을 수 있는 것은 자식을 잘못 키운 장 의원의 죄가 아니라, (자식을 잘못 키워서?) 잘못 큰 래퍼 노엘의 죄이다. 장 의원이 평소에 얼마나 거슬리는 언행을 일삼았는지와 무관하게 그는 무죄이고, 당연히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수 없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임위 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임위 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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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 마음속의 '톱10'의 또 다른 한 분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정황상 죄를 물어야 하지 싶다. 그것도 자식을 잘못 키운 아버지의 죄가 아니라, 본인의 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법으로 증명되든 않든, 세상엔 상식이란 것이 있고 돌아가는 이치라는 게 있다. 자신이 소개해 취업한 자식이 일개 대리라는 직급으로 그것도 몇 년 만에 그 직장에서 50억 원이란 퇴직금을 받았다면, 그 돈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00명에게, 50억 원이란 돈(세금 빼고 28억 원)의 주인이 두 곽 씨 중에서 어느 쪽인지를 물으면 99명이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그동안 그렇게 잘 살아와서인지, 정치인 중에선 습관적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사람이 많다. 곽 의원도 그러는 중이다. 

결론은? (정서상 분노가 아무리 치민다 하여도) 장제원 의원에게 의원직 박탈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곽상도 의원에게는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아니 요구해야 한다. 그 이상의 처분을 받아야 할 것도 같다만, 그것은 세상의 이법이라 뭐라 말하긴 힘들겠다. 

'톱10'의 두 의원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화천대유는 어찌 되는 것인가. 매일 새로운 사실이 쏟아지고 상반된 주장이 맞서며 날 선 공방만 있을 뿐 총체적 진실은 짐작될 듯 확인되지 않는다. 화천대유의 진상과 함께 곽 의원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국민은 속 시원하게 알고 싶다. 장 의원과 곽 의원의 사퇴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태그:#장제원, #노엘, #곽상도, #화천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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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미술, 춤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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