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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근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한 김병민 국민의힘 광진갑 당협위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근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한 김병민 국민의힘 광진갑 당협위원장.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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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물에 그 밥.' -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다채로운 비빔밥"을 내세우며, 윤 후보를 '비빔밥'의 '당근'으로 비유해왔다. "당근 없으면 밥 안 먹는다"라고까지 이야기해온 이 대표는 윤 후보와의 '치킨 회동' 이후 그의 입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이준석-윤석열 신경전 끝 '치맥회동'... "만나보니 대동소이").

윤석열 후보 측은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며 당 밖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제3지대의 색깔을 이미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큰 차이 나지 않는 '보수일색' 윤석열 캠프가 당에 합류하더라도, 별다른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국민캠프'와의 거리두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발과 당내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국민캠프, 실상은 '국민의힘 캠프'

지난 '김종인 비대위'의 비상대책위원이었던 김병민 국민의힘 광진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의 공식 명칭은 '국민캠프'"라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모아, 국민의 상식이 통용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국민의 선거캠프'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김종인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김병민 국민의힘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캠프 대변인을 맡게 되었다"고 밝힌 뒤 최근 보강된 캠프 인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은 최지현 부대변인.
 김종인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김병민 국민의힘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캠프 대변인을 맡게 되었다"고 밝힌 뒤 최근 보강된 캠프 인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은 최지현 부대변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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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자리에서 캠프의 새 인선도 함께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구성원도 있고, 과거 국민의당에 몸을 담았던 인사도, 또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인사에 이르기까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크게 열어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상당수가 국민의힘 소속이거나 출신 인사다.

김병민 대변인을 포함해 이학재 상근 정무특보(전 국회의원), 박민식 기획실장(전 국회의원), 이두아 대변인(전 국회의원), 윤희석 대변인(전 국민의힘 대변인), 함경우 상근 정무보좌역(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등은 모두 국민의힘 당적을 지닌 이들이다. 특히 박민식·이학재·함경우·김병민 네 사람은 현직 당협위원장이기까지 하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프에 활동하는 것에 한해서 허용한다고 밝혔다. 당외 대선주자인 윤 후보를 향한 견제구였다. 그러나 당대표의 공표가 있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들이 공개적으로 등장한 상황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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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징계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25일 '이준석-윤석열 치킨 회동'으로 경색된 양측의 관계를 풀었는데, 이제 와서 당 차원의 징계조치가 이뤄지면 당밖 유력 대선주자와의 관계가 다시 틀어지게 된다. 이미 당과 캠프의 교집합이 커진 상황에서 당의 갈등만 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도부가 결정해 당대표가 직접 공표한 사안을 어긴 데 대해 그냥 넘어가는 것 역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이 대표는 최근 당내 중진들에게 공격받으며 설전을 벌여야 했다(관련 기사: "선 넘었다"... 당밖 윤석열 놓고, 이준석-중진들 내분). 신임 당대표로써 정치력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엇갈린 당내 대선주자들] "해당행위"... "이미 동지"...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상수 의원은 26일 "기다렸다는 듯이 당내인사들의 무분별한 캠프인선이 이뤄진 윤 전 총장 캠프에게 묻는다"라며 "과연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던 윤 전 총장 본인의 결정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런 식으로 당대표의 말을 전면에서 거부하고 분란을 일으킨 행위는 분명한 해당행위"라며 "분명 우리 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를 돕는 부분은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해당행위 여부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윤희숙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를 견제하거나 입당을 압박하거나, 이에 반발하여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며 "시기와 방식의 문제가 남았을 뿐,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정권 교체를 위한 싸움에서 이미 동지"라고 해 '일체감'을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당 정치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라며 "아무리 입당 교섭이 진행 중이라지만 윤 전 총장은 오늘 현재 무소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을 위해서라도 입당이 확정된 연후에 합류하는 게 옳았다"라면서도 "(캠프) 참여 인사 당직 자진사퇴로 결자해지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인사가 윤석열 캠프에 참여한 일은 잘못됐지만, 당의 징계가 내려지는 것 또한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입장이다.  
 
26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지도부끼리도 의견 일치를 못 보고 이견을 보인 건 이 때문이다(관련 기사: '충전 중' 국민의힘 들뜬 모습... "윤석열 입당 확실").

원칙 실종에 우왕좌왕... 유일한 모순 해소책은 8월 경선버스 탑승뿐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일본 군함도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일본 군함도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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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의원은 "(국민캠프에) 함께 참여하신 당협위원장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윤 전 총장이 보다 빠른 결단을 내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 대해서 당내 주자들의 형평성 문제나 논란이 없도록 국민이 납득할만한 방향, 당원이 납득할만한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재원·정미경 두 최고위원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화합을 촉구하며 기대감을 표한 반면, 한기호 사무총장과 김용태 최고위원은 해당 인사들을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이러한 갈등을 손쉽게 봉합하는 방법도 있다. 윤 후보의 '8월 입당'이 성사되는 것이다. 8월에 입당해 국민의힘 경선에 합류한다면, 미리 합류한 인사들의 명분도 생기고 이준석 대표가 주장해온 '8월 경선 버스' 역시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사이 '대동소이' 중 '소이'가 이 부분인 만큼, 섣불리 예상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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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 분의 당협위원장들 중에서 정확히 두 분이 저한테 사전에 발표되기 한두 시간 전에 말씀을 주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해당 당협위원장들에게 "8월 중에 (윤석열 후보가) 입당 안 하고 경선열차가 출발하게 되면, 당내에서 당연히 '제명 조치하자'는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여러분들도 정치적으로 경험이 없는 분들이 아닌데, 8월 입당을 확신하셨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겠느냐고 이해한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분들도 8월 입당에 대해서는 본인들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정법이 이야기하기 힘들어서 말을 자제하는 것인데, 대선주자가 들어오지 않고 경선열차가 출발하면 명백하게 당 밖의 주자를 돕는 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 윤리규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에 다른 여지는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윤 후보의 8월 입당이 무산되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의 징계는 피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외 대선후보 입당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외 대선후보 입당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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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인사들이 당 밖 대선주자를 돕고 나선 일을 징계할 수도, 징계를 안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되자 최근 '윤석열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 참여 인사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 40명은 이날 오후 "변화의 물결에 대선 도전을 선언하거나 염두에 둔 모든 사람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촉구한다"라며 "특히 이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웠고,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한다"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국민의힘 의원 40명 "윤석열 입당하면 보호할 것").

권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분들과 윤 전 총장이 어떠한 인연으로, 어떤 경위로 캠프에 참여했는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그분들 생각에선 윤 전 총장 입당이 확실시 되고 그래서 거기 참여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분들이 거기에 간 건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의 조기입당을 촉구하기 위해서, 설득하기 위해서 함께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 다급해졌나... 시너지 가능성 하락

하지만 정작 본질적인 의문이 남는다. 윤석열 후보 측이 8월에 입당하든, 11월에 입당을 하든, 2월에 단일화를 하든, 과연 '그 나물에 그 밥'이 '다채로운 비빔밥'이 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다. 역대 성공한 단일화는 양 후보 진영간 어느 정도의 교집합과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각자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지지층 자체를 넓힐 수 있을 때 가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정진석 의원 및 내빈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서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정진석 의원 및 내빈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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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이미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등 국민의힘과 국민캠프의 '집토끼'는 꽤 겹친다. 캠프 구성은 대부분 보수정당 출신이고, 윤 후보의 메시지 역시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보다는 전통적인 보수층에게 호소하는 방향이 훨씬 강하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보수·야권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이미 많이 상쇄됐다"라며 "입당을 하든 단일화를 하든,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으로 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층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빠질 만큼 빠졌다. 지금 윤석열 후보 지지율의 가장 큰 버팀목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면서 "이번 캠프 인사는 일단 보수층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 방향전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실제 윤석열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지난 정부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했던 사람들이 주축 실무라인을 구성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윤 후보의 최근 행보가 "지지율 하락세가 빠르다 보니, '외연 확대'나 '본선 경쟁력'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는 정치참여선언 이후의 '우클릭'과 '아무말 정치'로 이미 확장세를 많이 잃었다"라며 "가장 강력한 지지그룹인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도 붙잡아야 최재형 예비후보(전 감사원장)의 상승세를 차단하고, 보수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애초에 '그 나물'이랄 게 별로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캠프 인선이 국민의힘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데 대해선 "윤석열 후보의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후보 자체보다는 캠프의 조직력 탓이라는 진단"이라고 짚었다. 

윤 실장 역시 윤 후보의 우편향 행보를 '당장 급한 불부터 끄기'로, "(윤 후보 측은) 국민의힘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게 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어차피 본선과 경선은 다르다"라며 "본선에서의 외연 확장 등 경쟁력이 훼손되더라도 일단 지금 지지율 하락세 등의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태그:#윤석열, #국민캠프, #이준석, #국민의힘, #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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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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