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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짓는 로망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건축 왕초보들이 두 달 정도 주말을 투자해 한옥으로 자기 집을 뚝딱 지어서 싣고 떠납니다.

산림청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이 한옥시공기술 보급, 농막 및 이동식 주택 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한옥 초가삼간 내집짓기' 프로젝트를 매주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한옥몫수님에게 연장 쓰는 법 하나하나 배워가며 내집을 짓는다
▲ "이 연장은 이렇게" 한옥몫수님에게 연장 쓰는 법 하나하나 배워가며 내집을 짓는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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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초가삼간 내집짓기'는 참여자가 전문가들의 코칭을 받아 19㎡(6평) 규모의 이동식 한옥을 직접 짓는 프로그램입니다. 강원도산 소나무를 대패질하여 기둥을 세우고 보와 도리를 겁니다. 창문과 문을 내는 위치를 두고 고민하느라 몇 번이고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는 결정권을 누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데…."

걱정이 앞서는 이들에게는 영월한옥협동조합 치목장에 와서 지금도 직접 짓고 있는 '왕초보 목수'분들을 만나볼 것을 권합니다. 나의 작은 아지트가 필요해서, 고향 부모님께 선물하려고, 주말 가족들과 보낼 휴식 공간을 직접 짓고 있는 주말마다 '목수'로 변신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립하며 내가 파놓은 장부들이 잘 들어맞는지 확인하는데, 신기하게 모두 척척 들어맞는다.
▲ 신나는 목부재 조립 조립하며 내가 파놓은 장부들이 잘 들어맞는지 확인하는데, 신기하게 모두 척척 들어맞는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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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를 걸고 나면 집의 꼴이 갖추어져서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은 이때는 잘 모른다.
▲ 서까래 걸기 서까래를 걸고 나면 집의 꼴이 갖추어져서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은 이때는 잘 모른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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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안목과 기술이 필요한 공정에는 한옥목수님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코칭합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른 채 나무를 자르고, 끌구멍을 파고, 대패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립을 함께 하면서 '아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한옥을 조립하면서 느끼는 희열이기도 합니다.

이후부터는 내가 짓는 집에 대한 그림이 더 구체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창과 문, 화장실 위치, 벽체와 바닥 단열재, 집 안팎의 마감 재료와 조명기구까지…. 구슬땀을 흘려 집을 지으면서 행복한 고민과 선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결정장애가 있다고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는 분들의 얼굴에서는 근심보다 기대로 가득 차 보입니다. 
 
벽체를 다 세울 때까지도 창과 문을 어떻게 내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 벽체 세우기 벽체를 다 세울 때까지도 창과 문을 어떻게 내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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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내부를 마감하고 잠시 방에서 쉬면, 방안 가득 나무 향이 퍼진다. 다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격려한다.
▲ 방안 가득 나무 향이~ 집안 내부를 마감하고 잠시 방에서 쉬면, 방안 가득 나무 향이 퍼진다. 다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격려한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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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과정은 나홀로 짓기도 하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기도 합니다. 서울에 가족과 일터가 있는 분은 평창에 구입한 땅에 놓을 '이동식 한옥'을 지으면서 나중에 방문할 직장동료, 친구들의 손길을 가끔씩 빌렸습니다. 대신 나중에 이용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듯하였습니다. 이번 봄에는 영월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50대 부부가 열띤 토론을 벌여가며 작은 한옥을 완성하여 가져갔습니다.

공무원 은퇴를 앞둔 아버지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아들이 주말마다 함께 집을 지었습니다. 부자지간에 투닥투닥하면서 결국은 지난 5월 완성하여 차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주말만으로 아쉬워 일주일을 휴가를 내 집중해서 일한 직장인도 있고, 한 주 지날 때마다 연장이 늘어나는 동물병원 원장님도 멋진 집을 완성해갑니다.
 
다 지은 집은 트럭이 싣고 놓은 곳으로 향한다.
▲ 집을 싣고 집으로~ 다 지은 집은 트럭이 싣고 놓은 곳으로 향한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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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함께 지은 이 작은 한옥은 본채 옆에 별당으로 쓰기로 했다.
▲ 소형 이동식 한옥 부자가 함께 지은 이 작은 한옥은 본채 옆에 별당으로 쓰기로 했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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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집을 짓는 일. 그래서 집을 한번 짓고 나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다고들 하지만, 영월한옥협동조합 치목장에서 집을 짓는 이들은 모두가 즐거워 보입니다. 좋은 집에 사는 기쁨 못지 않게 집을 짓는 기쁨도 크다는 걸 이분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말 목수님'들이 완성한 집들은 화물차에 실립니다. 그래서 어디든 이동이 가능합니다. 재료비에 나의 노동력만 들이면, 저렴하게 작은 별장이나 쉼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지을 형편이 안되는 이들 위해서는 완성된 '소형 주택'을 판매하기로 합니다. 치목장 옆 상설전시장에는 한옥과 목조주택을 결합한 '한옥형 목조주택' 모델하우스가 있어서 집과 목수들 일하는 모습을 구경만 오셔도 됩니다.
 
펜션을 운영하는 부부는 너와를 얹고 벽에 황토칠을 하는 솜씨를 부리셨다.
▲ 너와 얹은 소형 한옥 펜션을 운영하는 부부는 너와를 얹고 벽에 황토칠을 하는 솜씨를 부리셨다.
ⓒ 영월한옥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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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문의는 영월한옥협동조합 033-372-6050


태그:#영월한옥협동조합, #한옥, #이동식주택, #영월, #초가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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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에 살면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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