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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범죄자의 도피처인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현재 군사법원 폐지 및 민간 이관 논의는 21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범죄자의 도피처인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현재 군사법원 폐지 및 민간 이관 논의는 21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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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 폐지' 논의가 점화 되고 있다.

공군 A 중사 성폭력 사건이 국방부 검찰단 관할로 넘어가면서, 향후 이 사건을 심리할 군사법원을 향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은 국정감사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A 부사관 사건 또한 이곳에서 판결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가해자가 군인일 경우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1·2심 모두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법리만 따지는 3심(대법원) 판단만 민간에서 구할 수 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군 내부 성범죄 사건의 실형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성범죄자 도피처 군사법원, 평시에 존재 이유 없다"

A 중사 사건이 촉발된 이후,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평시 군사법원'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군사법원을 '성범죄자 도피처'로 비유하면서,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군대) 문화의 배경에는 군사법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고 꼬집었다(관련 청원 : 성범죄자의 도피처인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해주세요.).

청원인은 <오마이뉴스>의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 집중분석' 기획을 그 근거로 인용하기도 했다.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문 158건 전수 분석을 토대로 한 해당 기획에 따르면 군 사법기관의 '가해자 봐주기' 판결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보도 내용 중에는 성범죄 피해자를 2차 가해하고, 사건 은폐를 종용하려 했던 A 부사관 사건과 닮은꼴 사례도 포함됐다(관련 기사 : 군사법원 성범죄 판결 집중분석 기획).

청원인은 군사법원의 문제적 판결들을 소개하며 "군 사건도 아닌데 군은 '특수성'을 들먹이며 판사도 아닌 사람에게 재판을 받게 하고, 비공개 재판을 받게 하고, (가해자에게) 주취 감형을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면서 "군대 내에 있는 군판사가 판결을 하는 이상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성범죄인데 일반법원과 군사법원 재판상에서 처벌 및 양형에 크게 차이가 난다면 이는 평등권 위반"이라며 "보수성과 폐쇄성이 짙어서 개선이 힘든데다가 필요성은 현저히 낮은 평시 군사법원을 꼭 없애달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그는 ▲군사법원 재판 과정에서 이뤄지는 피해자의 재판권 침해 ▲일반법원보다 현저히 낮은 군사법원의 성범죄 사건 기소·처벌 비율 ▲공개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군사법원 재판 등을 폐지 청원의 근거로 언급했다.

발등 불 떨어진 21대 국회... "사망 사건에 이르러서야... 늦은 감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아무개 중사가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아무개 중사가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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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미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실현되진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앞서 2018년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 내용을 포함 시켰다. 개헌안 제 110조 1항은 '비상계엄 선포 시, 또는 국회 파병 시의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한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명시했고, 개헌안 28조 2항은 '군인·군무원이 아닌 사람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현행 헌법과 달리 군사법원의 운영은 '전시 상황'으로, 군사법원 대상자는 '군 관계자'로만 극히 제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한 110조 1항은 기본적으로 군사법원을 폐지한다는 전제하에 정부가 만들었던 것"이라며 "2018년 5월 개헌안이 불발되면서 지금은 없던 안건이 됐지만, 군사법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수는 "군 사법 제도의 개선을 위해선 평시 군사법원 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게 맞다"면서 "군 조직 특성상 군 판사는 기본적으로 공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위치이며, 이는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명시한 헌법 27조 1항에도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개헌안은 불발됐지만, 현재 21대 국회에는 국방부가 입법 발의한 '고등군사법원 폐지' 안건이 올라가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5월 19일 "공정한 법원에서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겠다"며 민간 고등법원으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간 계류중인 이 법안은 A 부사관 사망 사건 이후 다시 불이 붙었다. 국회는 9일 국방위원회 현안질의를 통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대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군 특수성에 국한된 '순정 군사범'을 제외한 일반 형사사건을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도 다시 협의될 예정이다. 그간 야당은 군 사건의 특수성, 전문성 등을 이유로 고등군사법원의 민간 이관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은 "군사법원 개혁 요구는 2014년, 2017년에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였는데 이렇게 사망 사건에 이르러서야 논의가 진척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면서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군사법원 폐지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 및 신고 시스템 제도 논의도 함께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군사법원, #청와대국민청원, #공군, #성추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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