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8 07:12최종 업데이트 21.05.28 07:12
  • 본문듣기
 

독일 수도 베를린의 트렙토우 아레나에 마련된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서 31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1.03.31 ⓒ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은 1년 5개월째 여러 차례의 파도로 세계 곳곳을 강타해 왔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와 방역 지침 수위, 이를 따르는 시민들의 태도가 다양해 그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곤 했다. 지역뿐 아니라 정치 성향이나 경제적 지위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방역 준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사회과학자들과 정부 당국에게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전염병 방역 정책은 대중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그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학술지 <네이처>는 "코로나19는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How COVID is changing the study of human behaviour)"라는 제목의 5월 18일 자 기사에서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보수-진보의 코로나19 대응 차이

뉴욕대학의 심리학자 제이 판 바벨(Jay Van Bavel)은 사람들이 정부의 방역에 얼마나 잘 따를 것인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사회적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그는 67개국 200명 이상의 연구자들과 방대한 협동 연구를 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총 4만 6769명의 사람들에 대한 설문을 분석한 이 연구는 현재 피어 리뷰(동료 평가) 중이다.

설문은 참여자들의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과 '국가 중심주의(national narcissism)',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 등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스스로 답하게 하고, 더불어 '거리두기(spatial distancing)', '위생(physical hygiene)', '정책에 대한 지지(policy support)'로 대표되는 방역을 스스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역시 수치로 답하게 한 뒤 그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국가 정체성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에 가까운 것으로, 자신의 국가가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국가 중심주의와 구별된다.
 

사이 아카이브(PsyArXiv)에 발표한 논문에 삽입된 그림.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과 방역 관련 요소들(분홍색:거리두기, 초록색:정책지지, 파란색:위생)과의 상관계수(coefficient)를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상관관계가 높다. ⓒ Van Bavel et al. 2021

 
분석 결과 코로나19 방역 준수와 가장 큰 상관관계를 갖는 요소는 국가 정체성으로 나타났다. 예방조치를 잘 따르는 나라의 사람들은 대중의 단합이 잘 되고 유대가 강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판 바벨은 이를 "우리는 이것을 모두 함께 겪고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한국의 경우 이 상관관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나라에 속했다. 덴마크와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높았다.

한편, 같은 연구에서 정책 성향의 경우 '좌파 혹은 진보적 성향'은 '우파 혹은 보수적 성향'에 비해 거리두기와 정책 지지 두 가지 척도에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치적 성향과 팬데믹 방역 정책 사이의 상관관계는 판 바벨과 동료들의 다른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2일 <네이처 인간 행동>지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2020년 3월 9일에서 5월 29일 사이 미국 3천여 개의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하루 150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이용해 사람들의 이동량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것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각 행정구역이 선호했던 후보와 비교했다.

그 결과, 2016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뽑은 지역의 사람들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뽑은 지역의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비율이 14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는 보수 성향의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잘 준수하지 않는 것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렇게 정치 성향이 거리두기 준수에 보이는 격차는 팬데믹 초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더 커졌다고도 했다.

이는 일견 모순으로도 보이는 결과인데, 앞의 연구와 종합하자면 통상 국가 정체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정부 방역에 대한 지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만큼 개개인의 방역 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정치 성향에 따라 팬데믹을 어떤 위기로 받아들이는지가 달라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각자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방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누가, 어떻게 전달한 메시지가 효과 있었을까

칼리지 파크 메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 미쉘 겔판드(Michele Gelfand)가 참여하고 있는 연구팀은 이 같은 '넛지(nudge,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를 반영하는 여러가지 넛지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

마스크 쓰기를 예로 들면, '(이것이) 우리 경제를 더 빠르게 재개하게 할 것이다'라고 경제에 중점을 두고 설명할 수도 있고, '(이것이)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라고 안전에 중점을 두고 설명할 수도 있다. 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보건 위기이기보다 경제 위기로 보는 경향이 강한 보수층에게 더 호소력이 높고, 후자는 자유 가치를 더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 더 호소력이 높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AP

 
백신 접종을 두고도 넛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부터 20개가량의 메시지 전략을 두고 시험해왔는데, 이를 테면 '이 백신이 당신을 위해 예약되어있습니다'라고 대상의 소유권을 강조하는 식의 문자가 백신 접종률을 높였다는 보고를 피어 리뷰 전에 아카이브에 발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이 실제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캠페인에 활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저지(Jersey) 섬에서 사용이 되었는데, 당시 요양원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백신에 대해 회의감이 높던 상황에서 위 연구진이 제시한 넛지 전략들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백신 접종률 80퍼센트 선인 다른 관할지역에 비해 저지 섬의 요양원 직원들은 93퍼센트 대의 접종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방역과 관련한 정보를 '누가'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영향력이 있었나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지난 2월 3일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는 한국과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미국 등 6개국 1만 25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정부 대표(한국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잘 알려진 의학 전문가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 톰 행크스와 킴 카다시안 등의 '셀러브리티'로 나누어 그 중 누구의 메시지가 가장 많이 공유되었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의학 전문가의 메시지가 가장 많이 공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파 간 갈등이 심했고 파우치 소장을 둘러싸고 꾸준히 불화가 있어왔음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였다. 팬데믹 관련 대중의 정보 선택에 있어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의 전문성이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상원 청문회서 코로나19 관련 증언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2021.5.11 ⓒ 연합뉴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우리의 심리와 방역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관찰들인 동시에 실제 정책에 도입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특히, 넛지와 효과적인 메시지가 강조해야 할 가치에 대한 연구들은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캠페인에서 함께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팬데믹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국제 협동 연구 등으로 행동에 대한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가 이전보다 더 용이해졌다. 앞으로도 더 많은 묘안들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