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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즈려밟고 투표를 하십시오’ 2017년 5월 5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소 접근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당시 3516곳 투표소 중 장애인접근불가 644곳(18.3%)
 ‘우리를 즈려밟고 투표를 하십시오’ 2017년 5월 5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소 접근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당시 3516곳 투표소 중 장애인접근불가 644곳(18.3%)
ⓒ 장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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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은 서울, 부산 등 지역자치단체 대표를 선출하는 재보궐 선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가 운영하는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를 운영하는 심정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차별을 알리는' 전화벨 소리가 종일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며 이러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참정권을 두고 있습니다.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게 국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첨정권을 대표하는 게 바로 대통령, 국회의원, 지역자치단체장 등을 선출하는 선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에서 장애인은 늘 배제되어 왔습니다. 모든 국민 누구에게나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결국 개선을 요구하거나 투쟁하지 않으면 바뀌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0년이 넘는 시간 매 선거시기 기본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2018년 6월 8일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소 접근 개선 선전전 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당시 3512곳 투표소 중 장애인접근불가 614곳(17.5%), 1년동안 0.8% 개선됐음.
 2018년 6월 8일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소 접근 개선 선전전 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당시 3512곳 투표소 중 장애인접근불가 614곳(17.5%), 1년동안 0.8% 개선됐음.
ⓒ 장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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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리들의 오랜 싸움 속에서 결국 2018년 공직선거법이 일부 개정, 2019년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투표 참여는 "원활한 투표 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편의시설)가 없는 경우에는"이라는 조항에 막혀 있습니다. 이번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장애인 투표 배제는 이어져 왔습니다.

"<일부개정안>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함(제147조 제11항).
공직선거관리규칙[시행 2019. 5. 30.] 제67조의2(투표소의 설치 및 설비) ① 투표소는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이동약자(이하 이 조에서 "이동약자"라 한다)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하여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적절한 장소가 없다는 이유
 
북가좌2동 제5투표소
 북가좌2동 제5투표소
ⓒ 장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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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화곡3동 제3투표소
 강서구 화곡3동 제3투표소
ⓒ 장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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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갔는데 20cm 정도 턱이 있다. 밖에 있던 선거위원 하는 말, "턱이 있어서 전동휠체어는 못 올라가는데 걸을 수 없나요?" 

이에 "나무판이나 각목이라도 없나요? 임시경사로를 만들어도 돼요"라고 임시방편이라도 편의제공 요청하였지만 선거위원은 "없어요, 안 돼요"라고만 한다. 

결국, 내가 투표하겠다고 계속 요청하자 나는 전동휠체어에 탄 채로 투표소 직원 몇 명에게 짐짝처럼 들려 투표소 안으로 이동하였고 투표를 했다. 이렇게까지 투표를 해야 하나라는 죄책감이 들었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했을 뿐인데 장애인이 마치 무슨 떼쓰는 사람처럼 보여 기분이 상했다."


2021년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투표에서도 예외가 되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었다고 하지만 '다만'이라는 단서 조항으로 실효성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 차별을 접수받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법 개정을 제대로 하라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하며 우리가 만들어갑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투표소를 만들어갑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승헌 시민기자는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투표소,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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