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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발표 토론회에서 이기찬 연구책임자가 발제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발표 토론회에서 이기찬 연구책임자가 발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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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3월 25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미사일 발사도 가능하다고 엄포 놓는 나라. 군부 2인자가 담화를 통해 "계속해서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키워나가겠다"며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3월 27일). 북한군의 속사정은 어떨까.

군인권센터가 30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북한에서 군 복무한 북한 이탈주민 30명을 대상으로 2019년 7월~2020년 6월까지 1년여간 심층 면접한 결과다.

책임연구자인 이기찬 사회연구학 독립연구자는 "북한군에서는 병사들의 생명권이 매우 위협받고 있다"면서 심층면접 대상자(30명)의 90%가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소속된 단위 부대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매년 최소 1000명에서 수천 명의 군인이 각종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작업 중 사고 ▲안전사고 ▲훈련 중 사고 ▲구타·가혹행위 등으로 북한 군인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게 이 연구자의 주장이다.

그는 "소위 '풍문으로 들었다'거나 이런 건 다 배제하고 본인이 직접 보고 듣고 목격한 것, 본인의 인지능력이나 생활단위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사례 조사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자는 남성 23명·여성 7명으로 30~40대(66.7%)가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66.3%·19명)은 복무기간(남군 10년·여군 7년)을 꽉 채운 만기 제대자다. 11년 이상 장기복무를 한 이들도 10%(3명) 포함됐다. 북한에서는 남성의 군 복무기간이 9~10년, 여성은 6~7년이다.

다만, 최근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군 복무기간이 남성은 7~8년, 여성은 5년"으로 단축됐다며 "북한이 경제 부문에 인력 투입을 확대하기 위해 군 복무기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월급은 담배 한 갑, 생리대 지급도 어려워

북한에서 군 생활한 이들 중 공개처형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이들도 26.7%(8명)에 달했다. 이들은 '군 기강, 사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군대에서 군인을 공개 처형하는 일은 과거 민간에서 있었던 일과 비교해서도 드물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기찬 연구자는 "최근 공개 처형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북한에서 공개 처형은 존재한다"면서 "당이나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범죄가 있을 때는 기강을 잡기 위해 군에서도 그런 공개 처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13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을 공개 처형한 바 있다. 지난해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북한인권백서'는 북한에서 군인뿐 아니라 기독교인 등을 대상으로도 공개처형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군에서도 구타와 가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기찬 연구자는 "피면접자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96.7%·29명)이 구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면서 "이들 8할(24명)은 부대 안에서 구타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부대 막사 주변이나 훈련장에서 높은 고지를 뛰어서 오르는 '고지뛰기' ▲마다라스(매트리스) 메고 고지뛰기 ▲연병장에서 다리를 직각으로 곧게 올려차며 계속해서 도는 '사각돌기(사각뛰기)'등을 대표적 가혹행위로 꼽았다.

이 연구자는 "2000년대 중반과 김정은 정권 집권 이후 군대 내 구타,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군대 내 구타·가혹행위는 여전히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구타·가혹행위를 겪어보지 않은 병사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군이 식생활을 비롯해 모든 것이 열악한 부대 현실에서 병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구타·가혹행위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한국 군에서도 벌어지는 구타, 가혹행위가 북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면서 "군 인권을 말하는 게 어렵기는 북한이나 한국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북한군 내에서도 성폭력 문제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은폐됐다. 상급자인 남군 장교가 하급자인 여군 병사에게 성폭력해도 피해자들은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군 위계질서 등으로 이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폭력 문제가 불거질 경우 피해자가 낙태 등을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인민의 군대에서 당의 군대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체제를 보위하는 군대로 변화했지만, 기본적인 권리는 여전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결과도 나왔다. 휴가와 월급 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은 담배 한 갑 정도에 불과해 병사끼리 돈을 모아 생필품을 구매한다는 지적이다. 장교 월급도 장마당 기준 쌀 1㎏ 가격인 5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 연구자는 "북한의 일반 병사들은 열악한 배급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군의 생리대나 위생용품은 거의 보급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북한군 인권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피구금자 처우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해둔 '넬슨만델라 규칙'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광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군 인권실태의 개선을 위해 실행 가능한 대안은 즉각적으로 찾기 어렵다"면서도 "한국 사회가 인권 의제를 모범적으로 이행, 인권 소프트파워를 늘려나가는 것이 북한 인권 논의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짚었다.

태그:#북한군, #공개처형, #군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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