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중인 TV조선 '미스트롯2'의 한 장면.

최근 방영중인 TV조선 '미스트롯2'의 한 장면. ⓒ TV조선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2>는 현재 국내 방송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수 있다. 전작인 <미스트롯> 시즌과 <미스터 트롯>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가며 지난주에는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제2의 송가인'을 노리는 홍지윤, 은가은, 김연지, 전유진 등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출연자들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 별개로 <미스트롯>은 최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출연자의 과거사 논란에서부터 아동 출연자 보호 미비, 심사위원의 심사평과 자격 논란, 경연의 공정성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미스트롯> 제작진의 깔끔하지못한 후속 대처도 시청자들의 불만을 오히려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높은 관심에 따른 유명세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개운치않은 대목이다.

<미스트롯> 참가자로 본선 3차까지 진출했던 가수 진달래는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에 휩싸이면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창 시절 진달래부터 주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올라왔고, 가해자로 지목된 진달래는 결국 해당 논란을 시인하고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스트롯> 제작진의 대응은 오히려 또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통상적으로 본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출연자의 경우, 최대한 분량을 줄이거나 아예 통편집하는게 일방적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진달래의 하차 과정을 방송에서 비중있게 묘사하며 눈물 흘리는 진달래의 모습이나 다른 출연자들이 안타까워하는 장면, 노래부르는 모습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작 진달래의 하차로 인하여 듀엣 미션에서 파트러를 잃고 피해를 보게 된 강혜연의 사정이나, 대체 출연자로 급하게 섭외되어 짧은 시간에 미션을 준비해야했던 양지은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본인이 학폭 사실을 인정한 인물만 마치 희생양이 된 것처럼 묘사했다는 점에서 '가해자 미화', 시청률을 위한 '감성팔이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피할수 없었던 대목이다.

<미스트롯>의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인기 멤버로 꼽혔던 전유진의 탈락도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낸 대목이다. 전유진은 <미스트롯2> 방영 직후 오픈된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할만큼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본선 3차 메들리 팀미션에서 심사위원들의 혹평 세례를 받으며 탈락했다.

전유진에게 유독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심사위원 박선주는 방송 이후 SNS에서 일부 팬들의 악플 세례에 시달려야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심사위원들의 독설도 문제지만, 출연자와 무대별로 심사기준이 뚜렷한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한다는 데 가장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미스트롯2>는 이미 시작 전부터 유력 출연자들의 사전 내정설로 몸살을 앓은바 있다. <미스트롯2>은 참가자 신청이 끝나지 않은 모집 기간 중에 100인의 도전자를 확정 지었고 티저 촬영을 완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제작진이 미션 과정에서 특정 출연자의 방송 콘셉트와 선곡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TV조선 '미스트롯2' 중에서

TV조선 '미스트롯2' 중에서 ⓒ TV조선

 
최근 시청자들과 <미스트롯2> 예선 지원자 모임 카페 회원들을 주축으로 한 '미스트롯 진상규명위원회'라는 모임까지 등장하며 앞선 사례들을 근거로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상위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미스트롯2>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제작진 측은 입장문을 통해 "근거 없는 사실과 무분별한 억측으로 프로그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한 상태다.

인기 오디션/경연 예능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전작인 <미스터 트롯>만 해도 역시 심사 공정성 논란과 제작진의 특정출연자 편애-불공정 계약에 의한 갑질 의혹 등으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한때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의 원조로 꼽히며 장르의 인기를 주도했던 '엠넷'은, 최근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조작과 출연자의 사전 내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관련자들은 법적 처벌까지 받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이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전반적인 신뢰도에 큰 오점을 남긴 흑역사가 됐다.

오디션/경연 예능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신선한 얼굴과 실력자들을 발굴한다는 데 있다. 역대 오디션 예능이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들인 허각-이승윤-송가인-임영웅 등은, 모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그동안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방송은 무명의 실력자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사연와 스타성을 부각시켜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성장드라마적 서사로 활용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표현처럼 본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이뤄내는 '인생역전의 판타지', 꿈이 현실로 바뀌어가는 '순수한 리얼리티'야말로, 많은 이들이 오디션/경연 예능에 몰입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오디션이 그 과정에서 절차적인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의 매력과 공감대는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비슷한 오디션/경연 예능이지만 자극적인 경쟁구도나 악마의 편집을 최대한 배제한 '착한 구성'으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싱어게인>의 성공은 <미스트롯>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물론 <싱어게인> 역시 출연자를 둘러싼 구설수 등의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높은 음악 무대와 참가자들의 진정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며 끝까지 완성도에서도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준결승을 앞두고 있는 <미스트롯2>는 시청률과 화제성으로만 보면 여전히 성공적인 프로그램은 맞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기몰이에만 치우친 자극적인 편집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 부족, 시청자의 비판에 대한 공감대와 피드백 결여 등이 거듭되며 갈수록 부정적인 이미지와 비호감도 역시 꾸준하게 누적되고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본질에서 벗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지는, 이미 이전에 많은 인기를 누렸다가 지금은 한순간에 몰락하거나 사라져버린 수많은 시리즈들의 흥망성쇠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2020년 가요계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 새로운 유행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사진은 현재 방영중인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2'.

'내일은 미스트롯2' ⓒ TV조선

미스트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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