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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9년 일한 유복남 조합원이 월 170여만 원을 받았다. 일명 '근무시간 꺾기'로 임금을 삭감당했다. 1월이 아니라 4월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았다. 사측은 고령의 청소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했다. 

전국에 있는 다른 청소 노동자 90여만 명(통계청, 2018년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취업자 86만 5천 명)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노조가 있는 극소수 사업장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청소노동자 처우 주목했던 문재인 후보 공약은 어디에?

그들의 고통을 보여주려고 들춰내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울음을 비추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저임금이 왜 당연한지 묻고 싶은 거다. 금융감독원(2019)에 따르면 2018년 LG전자 직원 연봉이 8300만 원이고 미등기 임원의 4억 4500만 원이다. 

지수INC의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었던 구광모 회장의 고모 구훤미, 구미정씨는 2019년 배당금으로만 60억 원을 챙겨갔다. 청소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할 수 없다. 이토록 과도한 격차가 정당할까?

노동자들은 여러 투쟁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노동이 값싸서가 아니라 원청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도급비를 책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겉으로는 용역업체가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청 자본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물론 지금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임금 격차를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제발 일하게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순 없다고 저항하고 있다. 사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런 외침과 저항은 수없이 되풀이됐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때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 생겼다. 공기업에만 적용했는데, 준수율은 2017년 기준 38%밖에 안 됐다. 그만큼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중년 일자리 지키기 위한 공약, 문재인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발췌.
 신중년 일자리 지키기 위한 공약, 문재인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발췌.
ⓒ 문재인 대선후보 공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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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청소·경비·급식 근로자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로 5060 신중년 용역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들의 열악한 처우에 주목한다고 했고, 고용승계 의무가 인정되지 않아 나이가 많다거나 작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곧 국정과제에서 제외됐고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무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아마 가장 주목받은 투쟁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투쟁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LG 청소 노동자 투쟁을 꼽을 수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노동자였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었다. 

비슷한 구석은 더 많다. 차디찬 로비에서의 농성이다. 경찰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생리대 반입까지 막았다. 용역경비들이 LG 청소 노동자들의 식사 반입을 막았다. 

둘 다 정부의 의지만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거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1500명을 집단해고했는데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아니, 경찰을 동원해 여성 노동자들을 끌어내려 했다. 노동자들은 상의를 탈의하며 저항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공약을 지켰더라면, 가족 일감 몰아주기와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공정거래위나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LG 청소 노동자들은 이렇게 싸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톨게이트 투쟁 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를 명분으로 개입했는데, 1심에서 승소한 노동자들만의 직접고용 안을 던졌다. 노동자들은 일부만 살아남으라는 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은 LG트윈타워 농성장에서도 한 번 찾아왔다. 용역회사 핑계 말고 원청 LG가 풀어야 한다고 하더니, LG의 잔인하고 냉혹한 처사라더니 그 이후엔 아무 얘기가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치인들의 철저한 무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다"라고 했던 변창흠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민주당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관철했다. 공포 1년 후 시행,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 후 2년 유예까지 채워 넣었다. 과잉 입법 운운하며 계속 딴지를 걸었던 국민의힘 태도 역시 그들이 말로만 노동자를 생각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산재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5인 미만,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 5인 미만 사업장 중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 비율이 37%나 됐다. 그런데 결국, 누더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고, 그 법의 치명적 한계는 가난한 노동자,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미칠 것이다.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과 공대위가 14일 농성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민경남씨.
 LG트윈타워 노동자들과 공대위가 14일 농성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민경남씨.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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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 청소 노동자 30명이 대재벌과 당당히 싸우고 있다. 그들은 처음에 구광모 회장이 나서서 제발 이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매달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는 볼 수 없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연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톨게이트 투쟁 때도 그랬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많은 후원 물품이 도착했다. 지금 LG트윈타워에서도 그렇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대부분 60대의 가난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고령, 가난, 여성, 비정규직. 이 사회의 가장 첨예한 모순과 억압이 이 노동자들을 찌른다. 그래서 관리자들에게 온갖 상납을 바치고 온갖 갑질을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했다. 그러니 자본이 얼마나 노동자를 무시했겠는가? 

최근 보수적인 법원조차 LG가 에스앤아이 지분을 100% 갖고 있고, LG 일가가 지수아이앤씨 지분을 50%씩 보유해 원청인 LG가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용역계약과 교섭, 해고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LG는 발뺌하며 나서지 않고 있으며 LG의 자회사 애스앤아이와 지수아이엔씨는 거짓말만 계속한다. 자신들이 건강하면 65세 이후까지 일할 수 있다고 얘기해 놓고 말을 바꾸거나 다른 건물로 뿔뿔이 흩어 놓아 노조를 깨려 하면서도 그걸 온전한 고용승계라 포장한다. 

월급 170만 원 중 남편 병원비와 약값으로 한 달에 50만~60만 원을 써야 해 해고되면 한 달도 버티기 어렵다는 조합원이 있다. 많은 조합원의 사정이 비슷한데 이런 조합원들이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것일 거다. 톨게이트 투쟁 때도 그랬다. 도로공사 관리자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고 수시로 조롱했고 무시했다. 

이 절박한 생존의 현장에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어묵 먹는 정치인은 보여도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싸우는 길만이 가난한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청소 노동자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게 수많은 헛된 공약보다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길어지는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노동자들이 일터에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용덕 시민기자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LG 청소노동자, #가난한 노동자, #노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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