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86세 이석영옹.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86세 이석영옹. ⓒ 김종훈
 
"허허허, 아직은 괜찮아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은 우리 같은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새벽 열차를 타고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여든여섯 이석영씨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몸은 괜찮으시냐"라며 질문을 던지자 이렇게 답했다. 

이석영씨는 이날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는 집중공동행동 광화문-청와대 거리두기 피케팅'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노구의 몸을 이끌고 광화문 광장 한편에 섰다.

그는 '7주기까지 세월호참사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라고 적힌 자보를 두른 채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으니 그 원인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 오늘 피켓을 들었다"면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으니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 생각했다. 세월호 유가족들, 그분들 생각해서라도 나는 끝까지 할 것"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전주는 지금도 세월호 천막이 세워져 있다"면서 "오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청와대를 향해 피켓을 드니 힘이 나고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이석영씨의 말대로 이날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20명 이상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거리두기 피케팅을 실천했다. 그중에는 스물다섯 청년 채유빈씨도 있었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스물다섯 청년 채유빈씨.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스물다섯 청년 채유빈씨. ⓒ 김종훈
 
<오마이뉴스>를 만난 채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나도 고등학생이었다"면서 "아무래도 희생자들이 우리와 같은 나이대 친구들이라서 오늘 거리두기 피케팅에 청년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 유가족도 그렇고 우리 청년들도 지금 상황에서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라면서 "검찰 수사가 이렇게 엉망으로 발표 난 상황이니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의지를 표명하고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다시, 세월호'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채씨의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당 대표 시절부터 "잊지 않겠다"라는 말과 함께 방명록 등을 통해 총 6회에 걸쳐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세월호 특수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면서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는 유가족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또 하나의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특수단은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2건만 기소하고 13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삭발한 세월호 유족들 "머리 길어지기 전에 진상규명 이뤄야"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22일 삭발을 한 시연엄마 윤경희씨와 순범엄마 최지영씨, 예은아빠 유경근 위원장 모습.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22일 삭발을 한 시연엄마 윤경희씨와 순범엄마 최지영씨, 예은아빠 유경근 위원장 모습. ⓒ 김종훈
 
이날 피케팅 현장에는 전날인 22일 검찰 특수단 수사결과를 규탄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을 한 단원고 2학년 6반 고 권순범군 엄마 최지영씨도 참석했다.

최씨는 이날 12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일대에서 '다시 세월호'라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에 대해 감격스러워 하며 "여러분들 덕분에 너무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지금은 삭발을 했지만 이 머리가 길어지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여러분도 지금처럼 함께해 줬으면 고맙겠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삭발을 한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피켓을 들고 다시 촛불을 들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촛불 정신으로 돌아가 촛불정부로서의 의무와 사명을 다하라는 촉구를 하기 위함"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새롭게 들 촛불은 또 다른 의미의 촛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약속 이행 천명 ▲새로운 수사와 기소를 통한 책임자 처벌 완수'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촛불정부의 사명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저녁마다 촛불을 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경빈엄마 전인숙씨와 용균엄마 김미숙씨 모습.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경빈엄마 전인숙씨와 용균엄마 김미숙씨 모습. ⓒ 김종훈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시연엄마 윤경희씨.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 책임 촉구'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했다. 시연엄마 윤경희씨. ⓒ 김종훈
 
이에 대해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문재인 정부는 특수단 수사결과 발표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정말로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확히 응답하고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시민들은 할 바를 다했다"면서 "국회에 여당을 180석 가까이 만들어줬다. 그런데도 대통령 임기가 다 되도록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과거와의 차별성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고 지지한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민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마무리 피케팅은 당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감염병 확산 우려를 이유로 피켓을 든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로 인해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푸르메센터 앞에서 마무리 연대 피케팅을 진행했다. 가족들은 진상규명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거리두기 피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월호#특수단#청와대#전주#검찰
댓글2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