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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35년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복직'을 촉구하며 30일 부산에서 청와대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호포역 출발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진중공업 35년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복직"을 촉구하며 30일 부산에서 청와대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호포역 출발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사진.
ⓒ @JINSUK_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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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습니다."

정년을 하루밖에 남겨두지 않은 30일. 영도조선소 용접공으로 입사해 해고된 지 35년째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청와대로 걷기 시작했다. 김 지도위원은 복직투쟁 과정에서 암이 재발해 투병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김진숙의 동료들'이 자신을 대신해 단식과 노숙을 하며 싸우는 상황에서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김 지도위원은 30일 오전 11시 부산 호포역을 출발해 청와대로 도보행진에 나섰다. '해고없는 세상'이라고 적힌 작은 깃발과 함께였다. '한진중공업 고용안정 없는 매각 반대'라는 글귀도 들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고요. 복직없이 정년없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싸우는 유가족과 한진중공업 매각 우선 협상자로 투기자본이 선정된 사실 등을 언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 지도위원은 복직은 물론 암 투병과도 싸워야 하는 자신을 대신해 곳곳에서 단식 중인 이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국회 앞, 청와대 앞의 단식과 노숙이 이어지고... 이 고행들은 언제나 끝날까요." 김 지도위원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내비쳤다.

조선소 용접공 입사, 해고... 하루밖에 남지않은 정년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에도 한차례 행진에 나섰다.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200여 일 넘게 고공농성을 펼쳤던 해직 간호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암 투병 상황에서 그는 130km의 거리를 도보로 걸어 일주일 만에 농성장인 영남대 의료원에 도착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번엔 자신의 해고와 동료들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이같은 소식에 주변 사람들은 미안함부터 쏟아냈다. 송경동 시인은 SNS에 "안타깝다. 김 지도위원이 항암치료마저 거부하고 병원을 나와 영하 13도의 추위를 뚫고 다시 목숨을 걸고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외로운 걷기 행진에 나섰다"는 글을 올렸다. 송 시인은 "부산지역 동지들이 멈추게 해보려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던 길이라고 한다"면서 "눈물이 나고 분노가 치솟는 노동자들의 길"이라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9년 만에 부산 영도를 달렸다. 전국에서 400여 대의 희망차량이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영도조선소 앞을 찾아 '김진숙 즉각 복직' 투기자본에 한진중공업 매각 반대'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후 21일부터 오체투지, 108배, 촛불집회 등 '김진숙 복직'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행동이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까지 35년 해고에 대한 책임과 복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김 지도위원의 행진에는 조선소 동료인 차해도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과 황이라 금속노조 부양지부 미조직부장이 함께한다. 남영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도 소식을 듣고 바로 행진에 합류했다. 남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1월 4일부터 방사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를 중단하고 서울로 가고 있다"며 "김 지도위원의 건강이 좋지 않다. 끝까지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에 조선소 첫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가 같은 해 7월 해고됐다.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보상심의위원회는 두차례에 걸쳐 '해고가 부당하다'며 사측에 복직을 권고했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부산시의회 등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복직없이 정년없다" 9년 만에 달린 김진숙 희망버스 http://omn.kr/1r29t
[사진] "여기는 '김진숙 복직' 희망주유소입니다"http://omn.kr/1r2dk
[영상] 35년째 해고 김진숙의 편지 "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http://omn.kr/1r29y

태그:#김진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년 해고자, #여성 용접공,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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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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