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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 과정에서 조직적인 여론 작업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원 정세균·공공의대 게이트·북한에 의료인 파견' 등 특정 키워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 ▲ 재난관리 기본법 개정안 입법 반대를 위한 국회 청원 동참 및 입법 반대 게시물 작성 동참 요구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위한 기사 퍼날르기 등의 단체행동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복수의 의대생들과 종합병원 전임의의 증언 및 이들이 제공한 대화방 캡처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전임의 A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단체 카톡방을 통해 수시로 실검 올리기 공지가 내려온다. 그 뿐 아니라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찬성·반대 등을 누르기도 한다"면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들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직적 여론 작업 의혹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우리는 공지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검색어 내용과 시간 공지] "야심기획, 데일리 검색어 챌린지!"
 
전임의 A씨가 제보해 준 사진이다. A씨는 "정확히 어디서 키워드를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해진 키워드 공지가 각 카톡방으로 퍼지고 있고, 특정 시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의 A씨가 제보해 준 사진이다. A씨는 "정확히 어디서 키워드를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해진 키워드 공지가 각 카톡방으로 퍼지고 있고, 특정 시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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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3일에 한 번씩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챌린지) 공지가 내려온다. '남원 정세균', '공공의대 게이트' 등의 키워드를 네이버에 검색하라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실제로 검색어 1위까지 오른 적도 있다. 카톡방에 1위를 기록한 사진도 공유됐다."

수도권 소재 의대생 B씨의 말이다.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키워드는 지난 8월 30일 오후 2시 네이버에 검색하도록 공지가 됐다. 실제로 해당 키워드는 8월 30일 오후 2시 15분에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날 늦은 오후까지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최상단을 유지했다.

8월 31일에는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대통령 호소문'이라는 키워드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네이버에 검색하도록 공지가 됐다. 해당 호소문은 대전협의 그날 발표이다. 이 키워드는 8월 31일 오후 7시 8분부터 오후 8시 16분까지 검색어 1위를 유지했고, 이후 오후 9시 50분까지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최상단에 노출됐다.

수도권 소재 전임의 A씨는 "내가 있는 대화방에는 400여 명의 전임의가 모여 있다. 그곳에 키워드 관련 공지가 수시로 올라온다"면서 "정확히 어디서 키워드를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해진 키워드 공지가 각 카톡방으로 퍼지고 있는 건 맞다. 특정 시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집단행동 내부 고발 플랫폼인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트위터 운영자가 제공한 사진이다. 본인을 '지역 의대 재학생'이라 소개한 운영자는 "이 사진은 저희 학교를 비롯해 다른 대학에서도 올라왔다"면서 "여러 의대에 공통적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에는 키워드 관련 행동 외에도, "키워드와 관련된 긍정적인 기사 또는 게시물 클릭" 등을 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지침이 올라와있다.
 의대 집단행동 내부 고발 플랫폼인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트위터 운영자가 제공한 사진이다. 본인을 "지역 의대 재학생"이라 소개한 운영자는 "이 사진은 저희 학교를 비롯해 다른 대학에서도 올라왔다"면서 "여러 의대에 공통적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에는 키워드 관련 행동 외에도, "키워드와 관련된 긍정적인 기사 또는 게시물 클릭" 등을 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지침이 올라와있다.
ⓒ 트위터 계정(kmedical_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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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보낸 대화방 사진에 따르면, 3일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까지는 '공공의대 성경찬' 키워드로 실시간 검색어를 만들자는 공지가 올라왔다. A씨는 "(본인이 속한 대화방 가운데) 한 곳에서만 공지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공공의대 성경찬' 키워드는 지난 5월 4일자 전라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 회의록에서 언급된 성경찬 전라북도의회 후반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성 의원이 "코로나 위기로 인해서 공공의대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발언했는데, 관련 내용이 최근에 재점화 되면서 논란된 바 있다.

지역 소재 의대생 C씨도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 공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일 젊은의사 비대위 출범식 기자회견에서 인국공(인천국제공항정규직 전환) 사태와 부동산 정책을 언급한 내용도 그렇고, 일부 내용들이 악의적으로 프레임을 왜곡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생 B씨는 "검색이나 청원 동참 등에 조직적으로 동참하는 방법이 꼭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방법보다 메시지가 문제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메시지에 의료와 무관한 정치적인 사안이 섞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법안 반대 단체행동] 입법예고 게시판과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글 조직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 사이트에 게시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황운하의원 등 14인)'에 달린 게시물들이다. 게시물이 처음 달린 것은 26일이다. 8일 만에 10만 건을 돌파했고, 3일 오후 7시 15분 기준 10만 1320건이 달렸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 사이트에 게시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황운하의원 등 14인)"에 달린 게시물들이다. 게시물이 처음 달린 것은 26일이다. 8일 만에 10만 건을 돌파했고, 3일 오후 7시 15분 기준 10만 1320건이 달렸다.
ⓒ 국회 입법예고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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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 기본법의 입법 예고를 막기 위해 10만 명의 동참을 목표로 진행됐다. 반대 게시물을 올릴 때 의견도 함께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작성할 반대 의견 예시 몇 가지도 일부 대학 전체 공지에 포함돼 있었다."

위 내용이 처음 올라온 곳은 지역 의대 재학생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 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이다. (관련기사 : 의대생 내부고발 플랫폼 등장... "동기끼리 사상 검증, 전체주의 분위기")

단체행동 대상으로 지목된 법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아래 재난기본법)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4일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의료 인력과 같은 인적 자원의 효율적 대응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계정 운영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제보를 통해 두 곳의 의대에서 같은 내용의 지침이 공지된 것을 확인했다. 물론 우리 학교(지역 소재 의대)도 같은 공지가 내려왔다"면서 "제보자들은 '(정치권에서 논란됐던) 댓글 조작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보내왔다"고 전했다.

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일에 발의한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아래 남북의료교류법)'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두 법안을 근거로 '북한의 의료지원을 위해 국내 의료진을 강제 파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논란은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신 의원 이전에) 현 야당(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세 차례에 걸쳐 발의했던 법안"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잦아들었다.

현재 재난관리기본법의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3일까지 10만 1484건의 게시글이 달렸으며 대부분이 입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관련 게시물수가 10만을 돌파한 것은 지난 2일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입법 예고 사이트에 달린 게시물들은 향후 법안 상정을 검토할 때 참고로 사용된다"라고 전했다.  
 
의대생 B씨가 공유해 준 청원 동참 공지의 일부다.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 표출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여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을 국민청원으로 올렸다"는 경위가 적혔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사진에 기재된 내용은 다른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공지가 됐다.
 의대생 B씨가 공유해 준 청원 동참 공지의 일부다.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 표출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여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을 국민청원으로 올렸다"는 경위가 적혔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사진에 기재된 내용은 다른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공지가 됐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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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에는 재난관리법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다. 시작 4일 만에 청원 수 5만 6975명을 넘어섰다(4일 오후 1시 27분 기준).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기존에 진행됐던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표출(반대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아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다시 의견을 표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 관계자는 "1월 10일 국회 청원 시스템이 만들어진 뒤로 10만 명을 돌파한 청원은 총 10개"라며 "이 가운데 일주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한 경우는 총 5건이다. 여가부 폐지, 대통령 탄핵 (찬·반), 텔레그램 N번방 청원, 그리고 지역의사제 반대 청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지시의 시작은?... 대전협 "우린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4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측은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해) 저희는 공식적으로 반대했고, 관련 내용을 공지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위 대답과 함께 대전협 측은 박지현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장이 온라인 대화방에서 "전임의 협의회와 얘기했는데, 저는 실검 챌린지에 반대한다"고 말한 캡처 사진도 보내왔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아래 의대협)에 3일과 4일에 걸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태그:#의료진, #파업, #코로나19, #의대생,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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