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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이 3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에서 열린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의 뒤로 북한이 보인다.
▲ 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이 3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에서 열린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의 뒤로 북한이 보인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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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산림협력은 남측에서 준비할 일이 많다. 북이 가지고 있는 병해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떻게 남북이 함께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 갈지, 우리가 먼저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다. 북한의 산림 현황부터 수종·기후까지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북한과의 협력에 앞서 남한의 '준비과정'을 착실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3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 문을 연 '남북산림협력센터'도 그 과정 중 하나다.

날이 좋을 때는 남북산림협력센터 3층 옥상에 서면 반대편 북한의 산과 민가를 볼 수도 있다. 박 청장은 센터 준공식에 앞서 이뤄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보면 1km도 안 될 거리인데, 실제로 가는 게 참 쉽지 않다"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한 '산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평양시의 양묘장 공사가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 북한 양묘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평양시의 양묘장 공사가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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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재차 '남북 독자협력'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0일에도 거듭 "북미 대화 부진 속에서 남북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는 뜻을 드러냈다. 박 청장은 비정치적인 분야인 '산림협력'이야 말로 북한이 반길 협력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산림은 무엇보다 북한에서 반길 수 있는 협력사항이다. 산림청은 2018년 제2차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이행했다. 문재인 정부 최초의 남북 물자협력도 산림부분에서 나왔다. 2018년 11월 29일 7대의 트럭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약제 50톤을 실어 북한에 전달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의 말처럼 당시 정부는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 개성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를 보냈다. 북한에 전달된 약제는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하고 솔껍질깍지벌레 방제에 사용되는 것으로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았다.

이후 하노이 회담 결렬로 남북은 이렇다 할 대화나 관계 복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박 청장은 "지금은 코로나19 등 여러 이유로 북한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라면서 "18년을 기준으로 북한의 산림황폐지는 262만 ha다, 최근 북한에 소나무를 갉아 먹는 피해가 제주도 면적에 다다른다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산림 훼손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체적인 산림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산림복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산림황폐에 따른 북한의 피해를 줄이려면 북한도 하루빨리 남북산림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산림협력은 남북간 합의 사항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 분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취임 초기인 2012년부터 "조국의 산과 들을 푸른 숲 우거진 사회주의 선경으로 전변시키자는 것이 확고한 결심"이라며 산림녹화를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추진했다. 이후 북한은 매년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산불예방·해충구제와 목재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체물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양묘장 건설' 등 산림과 관련한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지난 5월 19일 평양시에 현대적인 양묘장을 건설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달 26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년간 벌여 온 산림복구 사업에서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거친 산림전문가
 
남북 산립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박종호 산림청장.(오른쪽). 2018년 10월 22일 제2차 남북 산림 협력 분과 회담에 앞서 북 대표와 악수를 하고있다.
▲ 박종호 산림청장 남북 산립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박종호 산림청장.(오른쪽). 2018년 10월 22일 제2차 남북 산림 협력 분과 회담에 앞서 북 대표와 악수를 하고있다.
ⓒ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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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산림청에서 근무한 박 청장은 산림전문가이자 남북협력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대북산림 전문가다. 그는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할 때 산림청에서 남북산림협력을 담당하는 실무과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의 전문성은 이어졌다. 남북협력이 본격화될 때 산림자원과장으로 재직하며 대북 산림협력 정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2014년 AFoCO(아시아산림협력기구) 사무차장 재직 시에는 동북아시아 산림분야 국제 워크숍을 통해 김성준 당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총부국장(현 북측 수석대표) 등을 만나 남북산림협력방안을 논의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는 남북 산림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로 제2차 남북산림협력 분과 회담에 나서기도 했다(2018년 10월 22일).

당시 남북은 매년 산림병해충 발생시기별로 병해충 약제제공·공동방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2018년 11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제공·공동방제를 추진했다. 박 청장은 "이후 남북산림협력이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단절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면서 "북한은 2018년에 '양묘장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산림협력을 도맡았던 박 청장은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도 느꼈다. 2018년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을 공개했던 것.

그는 "벌거숭이 산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북한은 '필요한 걸 주면 알아서 한다'는 식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2000년대에는 현장접근을 허락하지 않던 북한이 2018년에는 황폐한 산림도 보여주고 현장을 공개하더라, 놀라운 변화였다"라고 부연했다.

박 청장은 산림분야의 협력이 이뤄지면 남북철도·도로 협력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그는 "산림은 비정치적인 분야로 남북 모두에게 필요한 분야"라면서 "남북이 산림협력을 시작하고 공동방제를 해나가는 건 북한에서 철도·도로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남북 산림협력이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주에 설립한 '남북산림협력센터'를 통해 남북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박 청장은 "센터는 남북 관계의 해빙기를 준비하며 만든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기후에 적합한 묘목을 생산하고 북한과의 교류에 필요한 기반을 맞춰간다는 구상이다.

박 청장은 "센터는 '스마트양묘'에 특화된 곳"이라며 "향후 북한과의 산림협력에 활용할 수 있는 묘목을 생산하고 양묘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북부 기후에 적합한 공간이자 북한과 거리상으로도 가까운 곳"이라면서 "북한과의 산림협력 전진기지라고 봐달라"라고 강조했다.

태그:#남북협력, #산림, #북한, #김정은,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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