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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선거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이 이번엔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24일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비대위원장 요청과 수락의 일반적 모양새 같지만 김 전 위원장이 '무기한 전권 위임'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뇌물 전과자를 당헌까지 개정해 무소불위한 권한을 주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데리고 온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전 자유한국당 대표)

"무소불위(無所不爲) 권한을 요구하는 비대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기한 없이 오랫동안 비대위원장을 할 거라면 당당하게 전당대회에 출마하라" - 조경태 의원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위원장의 뇌물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를 가리켜 '뇌물 브로커'라고까지 지칭했습니다. 그는 "개혁의 전도사인양 자처하고 있는 것만 국민들이 알고 있다"라며 "실체가 다 드러났으니 이제부터라도 정계 언저리에 어슬렁 거리지 마시고 사라지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입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우리당 근처에도 오지 마십시오, 우리는 부패한 비대위원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강한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불위(無所不爲) 권한을 요구하는 비대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반발했습니다. 

조 최고위원은 "비대위는 총선 이후 생긴 지도부의 공백을 메우고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당헌‧당규를 초월한 권한과 기간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명분과 논리가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통합당 일부 당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위원장을 향해 "기초적 기억이 쇠퇴해 총선 내내 당명도 기억 못 하고 민주통합당을 지칭했다"라면서 선거 기간 있었던 문제를 들춰냈습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앞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 연설 도중 "이번에도 서울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도록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많이 국회에 보내시면 현재 문재인 정부의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라면서 통합당을 민주당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3선 당선자들도 반대... 그러나 심재철 강행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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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가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곽상도 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통합당 3선 당선자들은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동을 열고 "당선자 총회를 개최한 후에 전국위를 개최할 것을 지도부에 강력 요청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원래 통합당 전국위원회는 28일이고, 당선자 총회는 29일이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3선 당선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8일 오전 10시, 즉 통합당 전국위원회 앞으로 당겼습니다. 당선자 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대 입장이 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국위를 강행할 계획입니다. 통합당 전국위는 28일 오후 3시에 열립니다.

심 권한대행이 전국위를 강행한다고 해서 김종인 비대위 임명이 마냥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당내 반발로 안건이 부결되거나 보이콧 등으로 의결 정족수가 미달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전국위에서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천하는 비대위원 승인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명진 위원장은 서청원·최경환 등에 대한 인적 청산을 요구했으나 친박계가 반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0년간 일곱 번 비대위... 그러나 대부분 실패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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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이후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새누리당, 자유한국당 포함)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사례.
ⓒ 임병도	관련사진보기

 
2010년 이후 통합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비대위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 또는 반쪽의 성공으로 끝이 났습니다.

일곱 번의 비대위 중 가장 성공한 사례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등장한 '박근혜 비대위'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현역 25% 물갈이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이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인 152석을 얻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밖에 '김희옥·인명진·김병준 비대위'는 친박과 비박 등의 계파 갈등으로 쇄신은커녕 일부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의 분열만 더욱 심해졌습니다.

친박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만 비대위가 성공했다는 사실은 보수가 분열로 망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총선 패배 이후 무너진 보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지만, 김종인 비대위 사태로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