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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국가폭력피해자와 국가손배대응모임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00억 원의 모형과 쌍용차 노동자 죽음의 무게를 비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100억 원과 노동자의 무게 쌍용자동차 국가폭력피해자와 국가손배대응모임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00억 원의 모형과 쌍용차 노동자 죽음의 무게를 비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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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손해배상금 100억 원의 무게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30명 목숨 값보다 무거웠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덧씌워진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려고 결성된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가와 회사에서 요구한 손해배상금 '100억 원'을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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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법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 양쪽에는 5만 원권 모형으로 만든 100억 원짜리 돈다발과 이미 고인이 된 쌍용자동차 노동자 30명을 상징하는 작업복 20여 벌과 국화꽃 한 송이가 놓였다. 하지만 국가손해배상과 가압류 압박 속에 숨진 30명의 목숨값도 손해배상금 100억 원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노동자 30명 목숨보다 무거운 '100억원의 무게' 법 앞에 손해배상금 100억 원의 무게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30명 목숨 값보다 무거웠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덧씌워진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려고 결성된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은 12월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가와 회사에서 요구한 손해배상금 '100억 원'을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눈을 가린 '법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 양쪽에는 5만 원권 모형으로 만든 100억 원짜리 돈다발과 이미 고인이 된 쌍용자동차 노동자 30명을 상징하는 작업복 20여 벌과 국화꽃 한 송이가 놓였다. 하지만 국가손해배상과 가압류 압박 속에 숨진 30명의 목숨값도 손해배상금 100억 원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십억 원 무게에 무기력" http://omn.kr/1m1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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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 이후 국가와 회사는 각각 금속노조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지난 2013년 47억 원(국가 14억 원, 회사 3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금 그동안 지연이자까지 붙어 손해배상금은 100억 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 10년 사이 30명의 노동자들이 숨졌고, 30여 명의 쌍용차 해고자들은 회사에 복직한 뒤에도 한동안 손해배상 가압류 고통에 시달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사과하고 손배 가압류를 뒤늦게 취하했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지난 17일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소송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담당 재판부가 이를 심리·판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관련기사: 인권위 "쌍용차 노동자 상대 거액 손해배상, 정당성 없어" http://omn.kr/1lzpe).

100억 원의 무게가 30명 목숨값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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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가압류 된 채희국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월급이 가압류 된 채희국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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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인권위 의견 표명을 크게 반기면서도, 대법원에 계류된 소송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100억 원이란 손해배상금 자체가 평범한 노동자들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시민들이 지난 며칠 동안 5만 원권 모형으로 100억 원에 해당하는 지폐 뭉치 수백 개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운영위원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인권위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은 국가가 잘못을 해놓고 국가가 노조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늦게나마 인권위 의견 표명을 환영하고 대법원에서 이를 수용해 국가손해배상소송에서 1, 2심과 다른 판결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상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도 "국가폭력과 인권침해 가해자인 국가가 피해자인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10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면서 "소송 형식을 빌렸을 뿐 사실은 재판을 통한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송 사무총장은 "그간 소송 결과 10년 동안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가장 인간적인 삶마저 파괴당한 걸 지켜봤다"면서 "소송을 통해 국민 입을 막고 노동3권을 막는 불법 행위를 많은 나라에서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부르며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고 밝혔다.

2009년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 2013년 해고무효소송 끝에 복직한 채희국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복직 후 회사는 급여 절반을 가압류하기 시작해 심리적 외로움을 가져다 줬고,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십 억 원의 무게로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채 조합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급여 때문에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 심정이 이해됐다"면서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10년간 갇혀있는 압류란 고통의 감옥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다시 '노란봉투' 꺼내든 시민들 "국가폭력 제동 거는 판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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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가압류 된 채희국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월급이 가압류 된 채희국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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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빛이 돼준 건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었다. 지난 2014년 47억 원 손해배상 판결에 맞서 1/10만 분의 1인 4만7천 원씩 모금하고, 노란봉투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였던 배춘환 손잡고 대표는 이날 다시 대법원에 보낼 노란 봉투를 꺼내들었다.

배 대표는 "평생 일한 회사와 해고자를 보호해야 할 나라가 해고자에게 47억 원 빚을 짊어지운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4만7547명의 시민들이 쌍용차 해고자의 긴 싸움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5년이 더 흘러 당시 47억 원이었던 빚은 100억 원으로 불었고 숨만 쉬고 있는데도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판사의 한마디에 우리 인생이 확확 변하는데도 정작 그 속의 사람들과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너무 가혹하다, 2014년 봄 함께했던 사람들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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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를 비롯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민변, 참여연대 등 2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국가손배대응모임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언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을 두고 국가폭력 당사자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섰다"면서 "대법원은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헌법이 무엇보다 우위에 있는 가치'임을 경찰과 기업에 분명히 하라, 노동3권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리를 우선하고, 국가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인권위 의견서 제출을 계기로 대법원 앞에서 국가와 기업의 손해배상소송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쌍용차파업사태, #손배가압류, #국가손해배상, #손잡고,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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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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