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김홍준 감독, 배우 안성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김홍준 감독, 배우 안성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제가 17살에 데뷔했는데 옆에 있는 안성기씨는 5살이었어요. 하지만 우린 데뷔 동기입니다."

이 말에 안성기를 비롯해 사람들이 폭소했다. 4일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광장에서 배우 김지미와 안성기가 모처럼 한 무대에서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부대 행사 중 하나인 '커뮤니티 비프- 김지미를 아시나요'에 두 배우가 나란히 주인공으로 나선 것. '커뮤니티 비프'는 영화제 속 영화제를 표방하며 시민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영화제가 태동한 남포동 지역 활성화를 꾀한다.  

두 사람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함께 영화계에 데뷔했다. 나이 차는 꽤 나지만 영화 배우 데뷔 동기인 셈이다. 김지미에 대한 기억을 소개해달라는 진행자 김홍준 감독의 말에 안성기는 "너무 어려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단 김지미 선배가 참 예뻤다는 것만 남아 있다"며 "선배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영화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이끄셨다. 영화인협회 회장, 영화 제작도 하셨고, 스크린 쿼터 문제에도 앞장 서서 목소릴 내셨다"고 회상했다. 

이 말에 김지미는 "나이는 달라도 일을 같이 시작했으니 동기라 불러 달라"고 말해 객석을 폭소케 했다. 김지미는 "세상 물정 모르고 데뷔한 이후 영화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며 "영화를 직접 제작한 이유도 우리가 불우한 세대였음을 알게 되면서였다"고 설명을 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화법 바뀌었다. 사회고발 영화는 만들어 지면 안되고, 제목도 마음대로 못 달고... 규제가 심했다. 영화들도 편협하게 흘러갔다. 여성을 유흥주점 종사자, 폭력 희생자로 묘사한 작품만 허용되고 사회비판적 영화는 검열했다. 그래서 지미필름을 만들에 제작을 쭉 헤온 것이다. 영화인협회 이사장도 영화인들 덕을 제가 본 경우다. 촬영 감독, 조명 감독님 등이 없으면 제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분들 권익 옹호에 앞장서게 됐다." (김지미)

이를 받아 안성기 역시 "제가 군 제대했을 땐 유신 치하라 표현의 자유가 없어 굉장히 힘들었다"며 "반공, 계몽, 순수예술 영화만 틀었기에 배우들이 매력을 많이 잃었고 관객들 시선도 곱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때도 김지미 선생이 한가운데 계셨다. 제가 안타까운 건 이후 영화 환경이 좋아지면서 많은 좋은 후배들이 나왔는데 정작 선배님은 좋은 시절에 활동을 제대로 못 하셨다. 후배들 몫이 된 것이지. 저도 그래서 선배들이 그때 영화를 꾸준히 해왔기에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후배들에게 말하곤 한다. (중략) 제 출연작이 170편으로 상당히 많은데 김지미 선배는 700편이 넘는다. 촬영장에서 쪽잠 보내고, 노동하다시피 연기하시면서 청춘을 보내신 거다." (안성기)

이어 김지미는 후배 여성 영화인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홍은원, 황혜미 감독 등 (제 세대) 훌륭한 여성 감독님도 계셨다. 저 역시 여성 후배들에겐 연기로 일류가 되라고 한다"며 그는 "자긍심을 갖고 연기만 집중하고 다른 세상은 쳐다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지미는 김기영, 임권택 감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러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사를 관통한 인물이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4일부터 6일 3일간 그의 영화 6편이 상영된다. 영상자료원이 함께 작업했으며 배우 전도연, 조진웅 등 후배 배우들이 차례로 참석해 김지미와 대화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커뮤니티 비프 행사는 오는 10일까지 남포동 BIFF 광장 일대 및 극장 등에서 이어진다.
 

▲ 배우 김지미 소개한 안성기 “노동하다시피 연기하시면서 청춘을 보내셨다”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영화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참석해 동료 영화인으로부터 꽃다발을 선물 받고 있다.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참석해 동료 영화인으로부터 꽃다발을 선물 받고 있다. ⓒ 유성호

 

'김지미를 아시나요'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배우 안성기 등 동료 영화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김지미가 4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 BIFF광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해 배우 안성기 등 동료 영화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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