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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서 경기지역화폐가 발행된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경제와 복지를 연계한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한 것이다. 경기지역화폐의 의미와 현황, 성공적 도입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편집자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월 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화폐의 전국 확산을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월 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화폐의 전국 확산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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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아무리 피가 많아도 안 통하면 죽는 것처럼 자본도 순환이 잘 되게 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1일부터 발행되는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상인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며 한 말이다. 이재명 지사는 SNS를 통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세혈관과 같은 중소기업, 자영업,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어 "지금 대형유통점이 침투해 돈을 뽑아가니 골목상권 내 돈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내에서 돈을 강제로 쓰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설계된 것이 지역화폐다. 지금은 당장 불편하고 생소할지라도 적극적으로 환영해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지역화폐의 조기정착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인과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계 공무원의 적극적 홍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와 지역경제 선순환하는 '복지형 성장모델'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해 성공을 거둔 지역화폐는 복지와 지역경제가 선순환하는 '복지형 성장모델'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김병조 울산과학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복지제도-지역화폐'를 적극적으로 연계해 추진하는 것은 시범적인 선도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지역화폐의 조기정착 및 활성화를 위해 고객 지향적 관점에서 '31개 각 시군을 내부고객'으로, '소비자인 구매・사용자와 상인 등 가맹점을 외부고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관리・감독하는 각 시군의 공무원은 주로 경제부서가 담당하지만, '경제와 복지가 연계'되는 만큼 복지 등 유관부서는 물론 동주민센터 직원 등의 사무와도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이들은 지역화폐 관련 각종 홍보 및 촉진 활동과 우대가맹점 모집과 같은 역할을 병행한다.

사용자는 청년배당, 공공산후조리비 등 복지지출 대상자와 지역화폐 권면가의 최대 6% 인센티브를 받아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지역화폐 소비자로 나뉜다. 지역화폐 소비자는 신분증 등 본인 확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월간 또는 연간 구매 한도는 시군별로 다르다. 성남시의 경우 1인당 구매 한도는 1회 10만 원, 월 50만 원이고, 시흥시는 1회 10만 원, 월 40만 원, 연간 400만 원에 한해 할인 혜택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4월 1일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서 발행되는 경기지역화폐
 4월 1일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서 발행되는 경기지역화폐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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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군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를 받아 현금화할 수 있는 가맹점주는 전통시장,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이 주 대상이다. 다만, 시군마다 발행 형태가 달라 현금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종이형 지역화폐의 경우 주로 조폐공사에서 위변조 기능이 더해져 제작된다. 상인이 종이형 지역화폐를 받기 위해서는 각 시군과 가맹계약을 맺어야 하며, 지역화폐를 받은 후 지정은행을 직접 방문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카드형은 기존에 설치된 단말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가맹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가장 사용이 편리하고 사용처가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해당 점포의 매출 규모에 따라 결제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모바일형의 경우에도 종이형과 마찬가지로 가맹계약은 필수다. 다만 상인이 지역화폐의 현금 전환을 위해 지정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으며 보유 계좌로 결제금액이 입금된다. 또한 카드형 지역화폐와 달리 결제수수료가 절감된다. 카드형과 모바일형은 '상품권 깡'과 같은 부정유통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지역화폐가 갖는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불편 화폐'라는 별칭답게 사용자나 상인은 물론 담당 공무원들도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매 분기 지급되는 청년배당과 같은 복지수당의 경우 종이형으로 지급 시 계좌이체 방식이 아닌 지류상품권 직접 전달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다. 사용자(소비자)는 사용지역 및 온・오프에 걸쳐 사용처 제약이 없는 현금과 달리 시군 내 가맹점으로 사용처가 한정된다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상인의 경우 나 홀로 자영업 점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지역화폐 환전을 목적으로 가게를 비우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모바일 지역화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 인식 등 익숙지 않은 결제방식에 대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화폐는 어디까지 수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사용자(소비자)의 선택이 지역화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발행기관의 공무원이나 수취자인 자영업자 모두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사용자(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지역화폐의 성공적인 도입 및 확대를 위한 도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도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가맹점 확대가 필수이며, 이에 걸맞은 소비자 혜택도 수반돼야 한다"며 "도입 초기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 사용에 앞장서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영주(양평, 경제과학위원회) 경기도의원도 "경기지역화폐의 성공적 정착은 현장 공무원에게 달려있다"며 "가맹점 확대, 사용자 편의 등 지역화폐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철재 경기도상인연합회 총무이사는 "카드형 지역화폐 도입 시 무점포 상인, 오일장 상인 등의 경우 결제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미리 모색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희원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이용자 편의성을 위한 가맹점 확보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지역화폐 취급 매장 연 매출액 10억 이하... 소상공인 불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최대한 확대해야 하지만, 가맹점의 범위가 너무 방대할 경우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가 사용자 편의를 위해 지역화폐 취급이 가능한 매장을 연 매출액 10억 원 이하로 정하자 영세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구리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박아무개씨(58)는 "지역화폐가 발행되면 골목상권 등 소외받는 상인들에게 혜택이 가겠지만, 지역화폐 가맹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지역화폐를 취급할 수 있는 상가가 대형 식당이나 소규모 식당이나 구분 없이 하게 되면, 그게 과연 소외받는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 매출액 10억 원 매장까지 지역화폐 사용을 허용하면 프랜차이즈 매장 상당수가 포함될 수 있다며 애초 계획대로 5억 원 이하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박씨는 "상가의 1년 매출을 검토해서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어려운 상인들한테 실질적인 혜택이 가지 않겠느냐"며 "정책 자체는 좋지만, 그런 게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돈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돈이 골고루 퍼져서 많은 상인이 나눠 갖도록 하자 게 지역화폐의 취지인데, 그런 부분에서 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장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기업들이 내수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역화폐가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사용자 편의를 이유로 가맹점을 너무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병조 울산과학대 교수 역시 "가맹점 범위를 10억으로 할 경우 편의점 대부분이 포함된다"며 "그렇게 되면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한 수단인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월 1일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서 발행되는 경기지역화폐
 4월 1일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서 발행되는 경기지역화폐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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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경기도의 일부 지자체는 도가 마련한 가맹점 매출액 기준 지침에 따르지 않고 기존대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유흥주점 등은 매출액 관계없이 지역화폐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천시의 경우는 아예 가맹점의 매출액 범위를 5억 원으로 정했고, 시흥시도 자체적으로 본사를 서울에 둔 프랜차이즈나 마트에서는 지역화폐의 사용을 금지했다.

경기도 측은 연 매출액 10억 원 이하 매장으로 가맹점 범위를 정한 이유에 대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포함해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도매업을 겸하는 점포들의 여건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30년째 건어물을 파는 황선형(65)씨는 "지역화폐에 대한 홍보가 잘 안 돼서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모르지만, 제대로 시행만 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 다들 장사 안된다고 난리인데"라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온누리상품권 가지고 깡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다.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성남시에서 성공해서 경기도 전체로 하겠다는 것인데, 시민들이 지역 밖에서는 (지역화폐를) 쓰지 못하니까 좀 불편하겠지만, 인식을 바꾸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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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명경기도지사, #경기지역화폐, #복지형성장모델, #재래시장_골목상권, #소상공인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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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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