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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레드카펫 아래 노동 - 영화제 스태프 노동환경 진단 및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이 의원과 같은당 김영주 의원, 청년유니온,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레드카펫 아래 노동 - 영화제 스태프 노동환경 진단 및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이 의원과 같은당 김영주 의원, 청년유니온,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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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국제영화제의 그늘에 가려졌던 영화제 스태프의 노동 실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스태프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제마다 1~3개월 남짓 단기 근무하는 스태프들을 한 데 모아 여러 영화제를 돌며 상시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스태프 관리 법인' 제안에 영화제 노조 "외주화 확산시켜"

이른바 '레드카펫 아래 노동'이라 불리는 영화제 스태프 노동 환경 진단 및 개선 과제 토론회가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청년유니온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영화제 스태프 임금 체불과 장시간 노동, 쪼개기 계약 등 노동 조건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 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6대 영화제에서 지난 한해 노동자 541명 임금 5억 9713만 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선 스태프에게 밀린 수당을 일부 지급하기도 했지만 고용 안정 문제는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관련기사: 국내 영화제, 스태프 미지급 수당 해결했으나 고용 안정은 아직 http://omn.kr/1gjnv)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는 지난 1월 '영화제 스태프 처우개선 태스크포스(아래 영화제스태프TF)'를 구성해 고용 안정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영화제스태프TF에 참여하는 이종수(노무법인 화평 대표) 노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영화제 스태프 관리법인'을 만들어 단기 스태프를 고용하게 하고 각 영화제에 파견하는 방안을 고용 안정화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노무사는 "매년 일시적인 행사처럼 진행되는 영화제 특성상 단기 임시직을 활용할 필요는 있다"면서 "단기 임시직으로 일정한 경력을 쌓은 스태프를 선발해 가칭 '영화제 스태프 관리법인'에 고용하도록 하고, 그 후 각 영화제쪽의 요청에 따라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영화제가 5월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월별 개최되는 걸 감안해, 관리법인이 스태프를 고용해 급여와 퇴직금 등을 책임지고, 스태프 1명을 매년 2개 이상의 영화제에 파견 근무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혜준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장 역시 "'사회 서비스원'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을 활용해 영화제 단기 스태프를 복수 법인에서 고용하고 각 영화제에 파견하는 방식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존 용역 파견업체처럼) 나쁜 용역이 되지 않고 적정 임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서비스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영화제 스태프 가운데 상시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화 하되 개별 영화제에서 어렵다면 서울시에서 발표한 것처럼 지자체 축제 전담 법인에서 고용한 뒤 필요할 때 영화제에 파견하는 방식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기술 스태프 '협동조합' 추진에 '불법 파견' 우려 제기

 
지난 2014년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취재진들의 배지를 발급하며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14년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취재진들의 배지를 발급하며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자료사진)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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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술직 스태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추진하는 곳도 있었다. 김복근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보름 정도 일하는 단기 스태프를 영화제에서 장기 고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단기 스태프 가운데 기술직 중심으로 협동조합 형태를 만들어 계속 일하는 방법을 설명했고 현재 80~90% 정도 진행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부산영화제뿐 아니라 다른 영화제들과 연계해서 단기 스태프가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스태프 관리 법인이나 협동조합을 통한 영화제 파견 방식이 자칫 영화제 업무 외주화를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1월 국내 영화제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최성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아래 부천영화제)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술 스태프 통합 방식도 단점이 많다"면서 "부산영화제 기술팀이 부천에서 2개월, 전주에서 2개월씩 돌아가면서 근무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영화제마다 특성이 있는데 모두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원승환 전 부천영화제 사무국장도 "지자체에서 나오는 영화제 예산을 인건비로는 못 쓰게 해 영화제 법인에서 스태프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외주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스태프 협동조합 형태가) 영화제의 일거리 외주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사무국장은 "외주화 업체가 최저임금보다 많이 줄 리 만무하고 영화제가 스태프를 고용, 관리, 감독할 책임도 없어진다"면서 "영화제 예산에서 인건비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게 제도를 바꾸는 게 먼저고, 외주화도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수 노무사도 "내가 제안한 (영화제 스태프 관리법인) 방식은 파견법상 파견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지만, (부산영화제처럼) 영화제에서 일하던 스태프를 분리하는 (협동조합) 방식은 불법 파견이 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 김혜준 영진위 센터장은 "문화 영역에 나쁜 일자리가 많지만 우리가 상상하자는 게 청소, 정비업처럼 나쁜 파견 근로를 만들자는 건 아니다"면서 "지자체 단위나 지역 단위에서 해결할 문제가 있고, 전체를 모아서 큰 틀에서 풀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태그:#영화제_스태프,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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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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