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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 때 경남의 한 학교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 에어컨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덮어 씌어 놓고 했다.
 지난 여름방학 때 경남의 한 학교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 에어컨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덮어 씌어 놓고 했다.
ⓒ 김해양산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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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문제는 돌아볼수록 생각할수록 우려는 눈덩이 같아지기 마련이다. 책임과 한계를 명확히 해 상호 신뢰를 높여야 한다. 쪼개거나 나눠 공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험요소는 한번에 제거해야 한다. 공사기간을 쫓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 여름 방학에 이어 계속될 석면 해체 공사가 더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 과정도 안전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 12월 3일 경남도청과 경남도교육청, 환경부 등에 낸 '학교 석면 안전한 해체공사 관련 의견서'를 통해 "학교 석면 해체 공사 가이드라인이 더 정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모니터단협의회'를 꾸려, 지난 여름방학 때 김해양산지역 6개 초중고교에서 벌어진 석면 해체 작업을 살펴보았다. 다른 일부 학교에서는 겨울방학 때도 같은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 단체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이사해야 할 집기류의 범위를 정밀하게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시설 석면해체ㆍ제거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에는 설계단계에서 "사전청소는 교실, 특별교실 등 실내에 있는 이동 가능한 모든 책걸상과 집기, 도서, 교재도구, 급식도구 등을 옮기고 다시 재설치하는 비용을 반영하고, 소요되는 기간도 고려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이 단체는 "모니터단협의회에서 '가능한'에 대한 시공업체와 학부모의 이해는 달랐다"며 "에어컨은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동 가능한 기자재였으나 시공업체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이동 불가능한 부착물이었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의 입장에서 도서관의 서가와 책들은 비산한 석면이 끼일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기자재였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노동력과 시간을 더 들여야만 하는 번거로운 일이었고, 학교 입장에서는 담당교사의 수고를 강제해야 하며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단체는 "실험실의 약품 냉장고라든가, 기술실의 실습기자재, 미술실에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들까지 이해를 달리하는 요소들은 수없이 많았다"고 했다.

김해양산환경연합은 "교육청은 '협의하여 결정하라'는 식의 행정 관습이 민주적인 게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안일 행정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이해가 다른 지점에서는 '협의하라'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책임있는 행정이다"고 강조했다.

또 "사전 청소의 범위를 구획하여 책임 단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실 서가의 책, 미술실의 학생 작품들, 과학실의 각종 실험도구, 음악실의 여러 악기들은 석면 해체 업체가 손을 대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 단체는 "<가이드라인>에는 '옮기고 다시 재설치하는 비용을 반영'하라고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그렇게까지 비용이 산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며 "업체가 옮기는 것을 꺼리는 데에는 비용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품과 집기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손과 손괴 등에 따르는 책임과 보상 등에 대하여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대체로 업체의 책임과 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업체 입장에서는 가능한 적게 이동하는 것이 수월할 뿐 아니라 '이동에 따른 파손과 손괴 등에 따른 책임과 보상'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며 "때문에 업체는 가능한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 두고 보양을 하려 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사전 청소를 위해 학교의 각종 물품과 기자재를 정리하는 데에 있어 역할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며 "어느 선까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정리할 것인지, 학교는 어느 정도까지 정리를 하고, 업체의 사전 청소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공사 계획 단계에서부터 획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해양산환경연합은 "공사 중 작업일지의 일상적 공개와 실시간 피드백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쪼개어 공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한 번 공사로 학교 석면을 해체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인테리어로 생겨난 구석구석에는 석면 텍스 조각과 오래 묵은 먼지가 털뭉치마냥 쌓여 있었다. 겉치레된 교실 공간일수록 석면과 먼지로 더욱 위험해 보였다"며 "석면의 위험하다. 위험은 한 번에 제거해버려야 한다. 공간을 나누고 쪼개어 공사를하게 되면 그 어디든 비산하는 먼지를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 단체는 "'속도보다는 안전'이 학교 석면 해체 공사의 원칙임을 분명히 하자"며 "공기에 쫓기는 업체의 사정이 그렇다. 기한에 쫓겨 하는 일에는 실수도 따르기 마련이다. 공사라는 건 물리적 행위라 반드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늦어질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여러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미한 것들로 인해 사전 청소를 다시하거나 사후 청소를 다시 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니터링 중에 심심찮게 탈진했다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석면해체 노동자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공사 기간에 쫓겨 이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태그:#석면,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경남도교육청,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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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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