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이후 논란이 있었던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는 일단 그대로 유지되기로 했다. KBO리그 이사회는 11월 27일 오전 10시 구단 이사 간담회를 열어 야구계의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면서 일단 2020 도쿄 올림픽까지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제를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

이전까지 야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매 대회 때마다 감독을 선임하는 방식이었다. 한때는 디펜딩 챔피언 팀의 감독이 다음 해 국가대표 감독을 1년 동안 맡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11~2014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달성했던 당시 삼성 라이온즈 감독 류중일(현 LG 트윈스 감독)이 2013년 제 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얼마 안 가 다시 바뀌었다. 2015년 겨울에 있었던 프리미어 12에서는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고, 2017년 제4회 WBC 감독까지 맡았다. 다만 김인식 감독의 경우는 당시 기술위원장을 맡으면서 겸임한 사례였기 때문에 전임감독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초대 전임감독 선동열, 이슈 끌고 다녔던 1년

그러나 제 1회 WBC 4강과 제2회 대회 준우승을 달성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제3회 대회와 제4회 대회에서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특히 제4회 대회는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에서 열렸던 1라운드 경기였기 때문에 그 충격이 컸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선동열 감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야구대표팀을 이끈 선동열 감독 ⓒ 연합뉴스


이후 경쟁력 제고라는 야구 관계인들의 열망에 힘입어 대표팀은 전임감독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오랫동안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며, 삼성 라이온즈 시절 한국 시리즈 우승 경력도 있었던 선동열이 대표팀 첫 전임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감독 선임 이후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그 논란이 컸다. 금지 약물에 보다 엄격해야 할 국제 대회에서 금지 약물 복용 이력이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가 하면, 상무 피닉스 입대 연령을 초과하면서도 병역 이행을 미루고 있던 선수들을 선발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이 컸다.

대표팀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만에 패하며 하마터면 결승에도 못 올라갈 뻔했다. 리턴 매치 없이 1라운드 승패 전적을 안고 가는 슈퍼 라운드 규정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조마조마한 일정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대한민국 대표팀은 대만과의 첫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 승리하며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는 이뤘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도 논란은 계속됐다. 10월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KBO리그의 정운찬 총재와 선 전 감독이 출석했는데, 스포츠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과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야구 현장과 관련된 배경 지식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없이 선 전 감독을 몰아붙였다.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스포츠 선수단의 땀과 노력 그리고 코칭 스태프들의 헌신을 무시해버리는 발언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일반증인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정 총재도 국제 대회가 많지 않고, 상비군 제도가 아닌 만큼 전임감독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선 전 감독은 총재의 소신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대표팀 감독을 사퇴했다.

일단 전임감독제 유지, 기술위원회도 부활한다

일단 KBO리그 이사회는 전임감독제의 시스템을 2020 도쿄 올림픽까지는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폐지됐던 기술위원회는 부활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향후 감독의 선임과 대표팀 구성을 주도한다.

사실 이번 결정은 정 총재의 의견과는 맞지 않는다. 정 총재가 스스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발언으로 선 전 감독의 역할을 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임감독제 존폐 여부가 관심거리였고, 정 총재는 자신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일단 KBO리그 이사회는 전임감독제 유지를 결정했다. 2019년 겨울에는 올림픽 출전 시드가 걸려있는 프리미어 12가 있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같이 준비해야 한다. 2021년 봄에는 제 5회 WBC까지 계획되어 있는 만큼 야구와 관련된 국제대회는 거의 매년 있는 셈이다.

기술위원회의 구성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1월 초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그렇게 구성된 기술위원회에서 1월 중으로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위원회에서는 대표팀 선수단 선발과 운영 기준에 대해서도 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으로 한국야구미래협의회도 구성한다. 12월 중순 쯤 KBO리그가 추천한 프로계 인사 5명, 야구소프트볼협회가 추천한 아마추어계 인사 5명이 동일 비율로 구성된다. 이들은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 경기력, 국제 경쟁력 향상, 부상 방지 시스템 구축, 학교 교육 활성화, 실업야구 재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이 든 성배' 새로운 국가대표 감독 후보는?

새롭게 선임될 국가대표 감독은 일단 선 전 감독의 잔여 계약기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2019년 프리미어 12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맡는 내용으로 대우는 이전과 비슷할 전망이다.

일단 선 전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냈고, 새로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을 통해 올림픽에서의 성과까지를 점검 기점으로 봤다. KBO리그에서 2020 도쿄 올림픽까지라는 한시적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이 시점에 전임감독제의 효용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감독제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KBO리그 10팀의 감독들을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규 시즌 144경기는 물론이고 시즌이 아닐 때에도 전지훈련 등이 있어 프로 팀 감독은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일단 새로운 대표팀 감독 후보로는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감독 출신 재야 인사들이 예상되고 있다. 2015년 프리미어 12와 2017년 제4회 WBC 감독을 맡았던 김인식 전 감독의 경우 70대에 접어든 노장인 관계로 격무를 맡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1947년생).
 
경기 지켜보는 김경문 감독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3회 초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4.27

김경문 전 NC 감독 ⓒ 연합뉴스


가장 유력한 후보 중 1명으로는 김경문 전 감독(현 NC 다이노스 고문)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감독이었고(당시 9전 전승), 재야 인사들 중 가장 최근인 2018년 6월까지 프로 팀 감독으로 있었다.

김 전 감독은 NC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재계약이 되어 있었는데, 감독직을 물러나면서 계약 기간이 남은 2019년까지는 NC의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올림픽 첫 금메달의 성과가 있었던 만큼 일단 우선적으로 선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범현 전 감독 역시 유력한 재야 인사 중 한 명이다.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그리고 kt 위즈에서 감독을 역임한 이력이 있으며, 2009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당시 타이거즈 감독) 성과도 있다. 국가대표 이력으로는 제1회 WBC 코치로 활동했으며,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당시 디펜딩 챔피언 팀의 감독으로서 대표팀 감독을 병행하며 금메달 성과를 이뤄냈다.

이순철(현 SBS 해설위원) 역시 감독 '후보'가 될 수는 있다. LG 트윈스 감독을 지낸 적이 있었으며, 삼성 라이온즈, 히어로즈, 타이거즈에서 코치 경험도 있다. 대표팀에서는 제2회 WBC, 프리미어 12, 제4회 WBC 타격코치를 역임한 적이 있다. 다만 LG 감독 시절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감독으로서의 여정도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후보'는 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일단 장윤호 사무총장은 차기 감독 후보에 대하여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기술위원회에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인 가운데 위기에 놓여있는 야구 국가대표팀을 구해야 하는 운명을 어떤 감독이 맡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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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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