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방탄소년단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를 발매하고 월드투어 콘서트에 나선 방탄소년단.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방탄소년단이 2년 6개월 동안 말해온 것이다. 이들은 'Love Yourself(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들을 통해 이 메시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되풀이해왔다. 이들이 던진 메시지가 꽤 진지하게 다가오는 건 진정성 때문이다. 단지 2년 6개월이란 긴 시간만이 그것을 증명해주는 건 아니다.

모든 진성성은 가사 안에 있었다.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들은 사실 누구나 다 아는 말인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그래, 그야 물론이지. 나를 사랑해야지' 하는 또 한 번의 다짐 혹은 좋은 문구의 상기로 끝나지 않게 한다.

이들의 노랫말에는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들어있다. 이것이 '러브 유어셀프'라는 메시지에 진정성을 실어주는 지점이다. 솔직해져보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단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의 실천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닌가? 그러니 그 구체적인 방법을 노래하는 것만이 진정성 있는 움직임일 테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마지막 앨범에 실린 'I'm Fine'이란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떤 곡보다 이 곡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괜찮아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잖아"

"차가운 내 심장은
널 부르는 법을 잊었지만
외롭지 않은 걸 괜찮아 괜찮아"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이젠 너의 손을 놓을게
I know I'm all mine mine mine
Cuz I'm just fine"

- 'I'm Fine' 가사 중

가사를 보면, 화자가 지금까지 '너'를 계속 찾고 불러왔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너의 손을 놓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나는 괜찮다"며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I know I'm all mine mine mine"이라는 부분도 그런 맥락에서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어떻게 보면 인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인문학의 정신은 내가 나로서 바로 서는 것이다. 내가 굳이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것, 내가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데 그러기 위한 실마리는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 'I'm Fine'에서 외부의 '너'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내 안에서 구원을 찾는다는 건 매우 유의미한 발상이다.

"나야말로 내가 의지할 곳이다. 나를 제쳐놓고 내가 의지할 곳은 없다. 착실한 나의 힘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법구경> 중)
 
방탄소년단, 모두 아미 덕분! 최근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24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규 3집 < LOVE YOURSELF 轉 'Tear' >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 LOVE YOURSELF >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시리즈로 < LOVE YOURSELF 起 'Wonder' > 영상과 < LOVE YOURSELF 承 'Her' > 앨범이 사랑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표현했다면 < LOVE YOURSELF 轉 'Tear' > 앨범은 이별을 마주한 소년들의 아픔을 담고 있다.

▲ 방탄소년단 정규 3집 < LOVE YOURSELF 轉 'Tear' > 발매 기자간담회 현장. ⓒ 이정민


'I'm Fine'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2016년 5월 발표한 < 화양연화 Young Forever >의 수록곡 'SAVE ME'의 필기체를 거꾸로 했을 때  I'M FINE 이 나타나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곡이다. 실제로 'I'm Fine'은 'SAVE ME'의 메인 테마를 거꾸로 리버스(REVERSE) 시킨 후 나온 테마를 샘플링하여 만든 곡이다. 가사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됐다. 'SAVE ME' 가사의 일부를 차용해서 그 의미를 뒤집어 만든 게 'I'm Fine'의 노랫말인 것.

'SAVE ME'의 가사를 살펴보면 정말 'I'm Fine'과 연결되는 걸 알 수 있다. 'SAVE ME'에서 화자는 외부세계의 누군가에게 나를 구해달라고 거듭 애원한다. 그 외부세계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고, 정신적 스승일 수도 있고, 절대적 존재일 수도 있으며 나의 지금 문제를 풀어줄 '운'일 수도 있겠다. 해석은 각자의 마음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노래의 화자가 자기 안에서 해답을 찾기보단 바깥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는, 아니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난 숨 쉬고 싶어 이 밤이 싫어
이젠 깨고 싶어 꿈속이 싫어
내 안에 갇혀서 난 죽어있어"

"왜 이리 깜깜한 건지 니가 없는 이곳은
위험하잖아 망가진 내 모습
구해줘 날 나도 날 잡을 수 없어"

"그 손을 내밀어줘 save me save me"

"난 알았지 너란 구원이
내 삶의 일부며 아픔을 감싸줄 유일한 손길" 

- 'SAVE ME' 가사 중

이렇게 말하던 화자가 'I'm Fine'에서는 "이젠 너의 손을 놓을게", "괜찮아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잖아"라고 말한다. 이것은 화자의 내면이 성장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이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말과 같다. 끊임없이 외부세계에서 나를 사랑해 줄 사람, 자신을 사랑하게끔 도와줄 대상을 찾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몇 번이라도 되뇌어보겠어
또 다시 쓰러진대도
난 괜찮아"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혼자서라도 외쳐보겠어
되풀이될 이 악몽에
주문을 걸어" 

- 'I'm Fine' 가사 중

악몽은 되풀이 될 것이고 또 다시 쓰러지겠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가사도 주목해볼 만하다. RM은 이 곡을 설명하며 "가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삶의 불행이 되풀이 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내용의 곡"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러브 유어셀프'란 메시지의 핵심이 있다.

내 안에서 해답을 찾는 것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할까?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는 못난 자신까지도 사랑해야 진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태도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열쇠다. 다음은 방탄소년단이 얼마 전 유엔 정기총회에서 연설한 내용 일부다.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 정기총회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 정기총회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 ⓒ 유니세프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든, 어제의 나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RM) 

이들의 연설은 'I'm Fine'의 메시지와 정확하게 통한다.

나를 사랑하자. 그 방법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못난 나도 끌어안아야 한다. 물론 나를 사랑하는 데 실패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강한 것은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내게 악몽은 되풀이되겠지만 나는 다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아임파인 지민 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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