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채용비리·대출금리 조작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이번 국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일부에선 관련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문책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개한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보면 채용 때 일부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은 시중은행장과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은 모두 제외됐다.

은행들은 남녀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올려주거나, 청탁을 받고 고위공직자·임직원 자녀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채용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검찰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결과를 내놨는데, 인사의 최종결정권자인 은행장들과 금융지주회장들에겐 불구속기소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노조 등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나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경우 친인척 등에 특혜를 주면서 직접적으로 채용에 개입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처벌을 피해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월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관련사진보기

 

'대출금리 조작' 은행들, 이자 일부만 돌려줬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또 은행들은 대출자의 소득을 전산에서 0원으로 처리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이자를 임의로 조작해 부당한 이자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남은행 등 은행들이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돌려주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여당 쪽에서 은행들이 돌려준 이자액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를 (국감에서) 다시 한번 짚어달라는 뜻을 국회에 전달했는데 여야는 이슈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강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이런 문제가 재발해선 안 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것보다 은행권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람이 많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국회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가 (해당 임직원을 부르지 않은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이번 정무위 국감은 팥 없는 찐빵, 수박 겉핥기처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권 채용비리 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은 청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국민 알권리 충족시켜야"

더불어 이번 정무위 증인 명단에는 앞서 분식회계 의혹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와 즉시연금 지급거부로 논란이 된 삼성생명 임직원도 빠졌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고 담당임원 해고 등 조치를 내렸지만, 핵심사안이었던 자회사 회계처리와 관련해선 최종결정을 미뤘다. 특히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 공시누락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또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매월 연금을 줄 때 만기보험금 재원을 제하고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는데도 임의로 보험금을 덜 지급했다는 의혹도 명쾌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보험사들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라고 압박했지만 보험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에서 따져보겠다고 나서면서 논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회 국정감사가 사기업 영업활동에 방해가 돼선 안되지만, 그것이 (기업) 특혜의 상징이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가 몇 가지 있는데, 국회가 해당 기업인을 불러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태그:#채용비리, #분식회계, #국정감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