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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8월 8일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8월 8일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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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여섯 차례의 숨 가쁜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두 달여에 걸친 '현지지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신문> 보도일자 기준으로 6월 30일~8월 21일까지 54일간 5개 도와 평양·원산 등 2개 시를 포함해 7개 지역, 총 30개 단위에 대한 현지지도가 이뤄졌다.

대략 1.8일 간격으로 1개 단위를 현지지도 한 셈이다. 집권 이후 매해 평균 현지지도 간격 일수로 봐도 상대적으로 촘촘한 강행군이다. <노동신문>은 54일간 열다섯 차례에 걸쳐 사진 411장을 게재하며 현지지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6번의 정상회담을 한 직후에 행한 현지지도로서, 향후 북한의 경제건설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해당 기간 동안 인민생활과 관련된 가방, 식료, 섬유, 화장품 등 경공업 부문 현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감자농장, 양어장, 양묘장, 수산사업소, 조선소, 발전소, (무)궤도전차공장 등을 찾은 것도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농업, 수산, 조선, 산림복구, 전력공업, 철도운수 등에 정확히 일치하는 행보다.

북한의 3대 지도자들은 모두 현지지도를 중요시했다. 특히 김일성은 현지지도를 많이 다닌 지도자로 널리 알리졌다. <CIA 북한보고서>(원제 'Kim Ilsong's North Korea)에 따르면, 김일성은 45년간 북한을 통치하면서 북한의 모든 마을, 공장, 농장에 대해 정통하게 됐다. 이는 현지지도 덕분이었다. 김일성은 1950~1980년까지 30년간 일일 평균 51㎞씩 총 51만 1771㎞, 연평균 190일에 달하는 현지지도를 했다. 특히 706개의 농촌지역을 3943번 현지지도 했다고 공식기록돼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읽기>(통일연구원)에서 현지지도를 통해 향후 북한의 경제 건설 방향과 주력 부문을 짚어볼 수 있다고 봤다. 홍민 연구위원은 "이번 현지지도에서 김 위원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의 완고한 경제정책이 아닌 지역개발, 북중경협, 경공업, 관광, 도시건설 등을 강조했다"며 "향후 일정한 개방을 염두에 둔 실용적 접근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위원은 그러면서 "현지지도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엄중한 질타와 최고지도자의 은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형적인 김일성 시대의 현지지도 모습을 재현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정말 너절하다" "뻔뻔스러운 행태"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이런 일군(꾼)들은 처음 본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매섭게 질타·비판하는 모습은 "과거 김일성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지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위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전체 '공개활동'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이중 현지지도 비중이 높아졌다. <노동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표 1]을 보면, 집권 이후 7년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횟수는 2013년 211회로 정점을 찍은 뒤 매 해 20~30회씩 감소해 2017년엔 97회에 그쳤다.

'경제건설'로 전략적 노선 변경... 성과 압박 클 수밖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개활동 횟수 분석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개활동 횟수 분석표
ⓒ 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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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체 공개활동 중 '현지지도'의 비중은 집권 초기 14%에서 점차 증가해 30~40% 정도까지 늘어났고 올해의 경우 현재(8월 21일 기준) 52%로 절반을 넘었다.

군부대 '시찰'이 대폭 줄어든 것도 큰 변화다. 2012년 군부대 시찰이 25회로 현지지도(21회)보다 많았지만, 점차 감소해 올해엔 단 한 차례에 그치고 있다. 더불어 군사훈련·연습·미사일 시험발사 참관활동을 주로 하는 '지도' 역시 2013~2017년 새 한 해 최다 31회까지 실시하다 올해 들어선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홍민 위원은 "집권 초기엔 권력 장악 과정에서 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군부대 시찰에 비중을 두고 공연·경기 관람, 단순 시찰 등을 통해 지도자를 알리는 주민 접촉에 치중했다"며 "반면 2015년부터는 경제 및 건설현장 현지지도와 당·정·군 회의 진행, 대중 연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핵실험·미사일 발사와 정상회담에 주력하면서 현지지도를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 현지지도를 재개한 그가 관련자들을 질책하거나 나무라는 모습이 자주 보도됐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올해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로의 전략적 노선 변경, 정권수립 70돌이 지닌 상징성 등으로 인해 그가 느끼는 경제 성과에 대한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홍민 연구원은 이러한 행보에 대해 "상반기 대외관계에 주력하면서 놓고 있던 경제부문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방법"이라며 "경제건설 총력을 선언했으나 본인의 기대만큼 정책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관료들의 형식주의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과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조바심"이라고 분석했다.

원산-금강산관광특구 개발 차원의 행보도 엿보여

지난 두 달 가까운 현지지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지연'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대한 김 위원장의 남다른 애착이다. 삼지연은 해당 기간 동안 두 차례나 방문했다. 집권 이후 무려 다섯 차례 현지지도다. 삼지연군 건설은 당·국가 자금이 직접 투입되는 "전당적, 전국가적, 전사회적 사업"이다. 김 위원장의 문명론이 응축된 표준군, 모범군으로 건설 중이다. 기존에 지정한 '무봉국제관광특구' 개발과 연계한 향후 경제발전 전략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이번에 두 번 찾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인 곳이다. 아내 리설주를 비롯해 신임 김수길 총정치국장과 당 핵심 측근을 대동했다. 상공에서 찍은 다양한 각도의 부감사진도 보도됐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단기간 완공을 주문한 바 있다. 일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원산 초대소에서 출생했고, 어머니 고용희가 생전에 '원산댁'으로 불렸다고 한다. 북송사업을 통해 재일교포들이 귀국했던 항구가 원산항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강원도 인민의 혁명정신을 본받자'며 강원도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민 위원은 "원산-금강산관광특구 개발 차원의 행보로 볼 수 있다. 비핵화 과정에서 경제발전전략의 핵심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개발 차원에서 보면, 신도군 비단섬 방문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번 현지지도 행보의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는 점,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방문했다는 점에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지도 전체 일정의 수행단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급으로 구성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전엔 당·정·군의 고위인사나 핵심 측근 중심으로 수행단을 꾸렸기 때문이다. 앞서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30회 현지지도 중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30회, 황병서 제1부부장 27회, 오일정 부부장이 20회, 그외 김용수 당 재정경리부장 20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11회, 한광상 당부장이 9회를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통치 핵심은 당 중심, 당 조직지도부 중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태그:#북한, #김정은, #김일성, #현지지도, #경제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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