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인 주간보호센터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노인 주간보호센터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 pexels

관련사진보기


오전 7시가 좀 넘은 시간부터 어르신을 모시기 위한 아침 송영(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는 일)이 시작된다. 운전원 선생님이 계시지만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한 이동거리가 길다 보니 운전원 선생님만으로 송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1종 운전면허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만큼 중요하다. 송영이 시작되고 어르신들 집앞에서 한 분 두 분 어르신들을 태운다. 하루 중 어르신이나 가족들을 만나는 첫 시간인 만큼 아침 송영은 매우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어르신들 건강 상태가 어떤지, 보호자 분들의 요구 사항은 없는지 파악하는 것도 이 시간에 해야 할 일이다.

아침 송영이 끝나면 오전 프로그램 준비를 한다. 프로그램은 주로 인지 훈련이나 기본 동작 훈련, 감성훈련 등으로 이뤄진다. 음악 치료나 미술 치료와 같이 전문적인 강사 스킬을 요하는 프로그램은 외부 강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색칠 하기, 만다라, 전통 놀이, 퍼즐 맞추기, 숫자 인지 등이 주간보호센터에서 주로 많이 활용되는 프로그램들이다. 매일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사회복지사의 업무다.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면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도와 점심 배식을 한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의 구분이 없이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물론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일도 많다. 다른 파트의 선생님들과 갈등없이 조화롭게 지내는것도 사회복지사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다.

점심 식사후 잠시 어르신들이 쉬는 시간에 복지사들은 서류 작업을 한다. 급여 제공 기록과 이동 서비스 기록 등 매일 작성해야 하는 업무량도 만만치 않다.

서류 작업을 마치면 어르신들과 대면 상담을 한다. 날이 춥지 않을 때에는 같이 산책을 하면서 어르신들 고충은 없는지 파악을 한다. 가끔 어르신들을 대하다 보면 내 부모보다 더 살갑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면 정작 내 부모한테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어르신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가식적인거 같아서 갈등도 겪는다.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상처 주는 말 한 마디에 복지사들은 사기가 꺾이곤 한다. 어르신들의 병력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힘이 빠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오후 프로그램은 주로 외부 강사가 와서 진행한다. 음악 치료는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치매로 기억의 대부분이 손상되신 어르신도 노래하는 것만은 매우 좋아하신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따라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 지기도 한다.

오후 4시 이후 다시 송영이 시작된다. 하원하는 차안에서 복지사들은 어르신들이 오늘 하루를 잘 보내셨는지 체크한다. 오늘 프로그램은 어땠는지, 식사때 반찬은 어땠는지, 동료분들과 다툼은 없었는지 듣다보면 어느 새 송영이 마무리 된다.

송영이 끝나면 오후 6시가 다 돼 간다. 마무리 해야 할 작업이 남아 있으면 다시 잔업을 하고 다행히 일이 마무리 된 날은 바로 퇴근을 한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긴장감, 어르신들과의 의사소통 문제, 자존감에 상처를 줄 정도의 낮은 봉급, 자기 발전감 부재 등 복지사들이 견뎌내야 할 박탈감은 상당하다.

그래도 나를 믿고 의지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같이 힘든 일을 견뎌내는 동료들이 있어 복지사들은 오늘 하루도 의미있는 하루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진웅씨는 현재 노인 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회복지사, #주간보호센터, #노인장기요양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