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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13 지방선거에 인천 군수·구청장에 도전한 후보자는 총 34명이다. 그리고 그중 여성 단체장 후보는 한 명 뿐이다.

남구청장에 도전하는 문영미(52) 정의당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문 후보는 민주노동당 시절 남구 최초의 여성 구의원으로 시작해 3선, 12년을 활동했고, 7대 남구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제6회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여성 군·구의원 비율은 전체의 14.8%다. 거대 양당의 군·구의회 의석 비율은 96%다. 남성중심, 거대양당 중심의 남구 의회에서 소수정당의 여성의원이 처했을 어려움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문 후보는 3선에 성공했다.

문영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신었던 운동화를 이어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문영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신었던 운동화를 이어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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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구의회에 들어와서 의회 내 민주주의를 한 발짝 나가게 했다고 자평했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며 사용하는 구민들의 세금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의회에서 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단다.

친환경 학교급식, 노동자 임금 체불 보호, 생활임금, 지역서점 활성화, 전통시장 활성화 등의 조례를 만들어 냈는데, 그 과정에도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발의한 조례안이 의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문 후보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면 '문영미가 해서 안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의원들을 설득시키고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의원들에게 역할을 분배해 공청회를 하는 등 의회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처음에는 저희 당을 잘 모르거나 싫어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열심히 하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심지어는 보수정당 당원이면서 '역시 구의원은 문영미야. 계속 구의원 할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3선을 한 남구 가선거구는 3인 선거구다. 12년 동안 쌓아온 관계와 실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구의원에 도전했다면 당선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남구 구의회 가선거구는 도화동·주안동 일부 지역으로, 인천시의회 제1선거구와 지역이 같다. 시의원으로 출마했어도 당선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구청장에 입후보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3선까지 키워 주셨는데 4선을 하는 게 과연 얼마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역이 큰 변화와 발전을 하려면 구청장만큼 힘 있는 자리가 없더라. 그래서 하고 싶었다. 남구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인구 42만의 도시다. 남구가 갖고 있는 인프라에 구청장이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 쓰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거라는 꿈을 꾸게 됐다"고 답했다.

여성 할당제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물음에도 답했다. "다른 당의 여성할당제나 가산점 제도를 보면, 제도가 있어도 여성의 정치참여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실제로 다른 당을 보면 가산점 등 제도가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 의원 50%를 목표로 하고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각 정당이 어떤 마음으로 여성정책을 키우려고 하는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여성 구청장 후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이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강조되는 것 같다. 성평등은 여성만 하고 여성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만의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성평등 정책을 실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후보가 출마한 남구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역 국회의원만 보더라도 남구 갑에 홍일표 한국당 의원과 남구 을에 윤상현 한국당 의원이 내리 3선을 연임하고 있고, 탄핵정국 이후 민주당의 강세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문영미(52) 정의당 남구청장 후보
 문영미(52) 정의당 남구청장 후보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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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문 후보는 "주민들이 보수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되묻자 "주민들에게 당신들이 주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열심히 말하고, 꾸준히 활동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보수진영의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호도해서 그런 성향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무조건 1번이면 된다'는 식의 인식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을 향해서 성장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의 잘못이다. 민주당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가 부지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라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후보의 대표 공약은 ▲ 인천 교육혁신 중심도시 남구 ▲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 ▲ 생활밀착형 남구안전정보센터 운영 ▲ 지역현안(빈집, 주차장 등) 해결과 일자리 창출 ▲ 단독·다세대 주택관리사무소 설치 등으로 실생활 밀착형 공약들이다.

문 후보는 끝으로 "지역에 당신들이 키운 믿을 만한 정치인이 있다는 걸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구의원을 12년 동안 하며 주민들과의 믿음이 강해졌다. 물론 구청장 선거는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문영미가 보여줬던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아니어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이번 도전은 12년 동안의 의정활동의 성적표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태그:#문영미, #정의당, #남구청장, #여성구청장,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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