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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슬이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21일 차병원이 회복을 지원하고 보상을 논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예슬은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술 부위 사진을 올리고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수술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것.)
 배우 한예슬이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21일 차병원이 회복을 지원하고 보상을 논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예슬은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술 부위 사진을 올리고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수술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것.)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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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한예슬이 지방종 제거 수술 중 의료사고로 인해 본인이 입은 상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계기로 의료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아무리 억울해도 밝혀내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나마 유명인이라면 이슈라도 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바로 피해자인 환자들이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고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의료소송 또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조정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승소율이 낮다. 따라서 사후조치와 관련된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전에 환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환자안전법」이다. 2015년 1월 28일에 제정되어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2010년 한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던 정종현(9세) 군이 의료진의 실수로 주사되어야 할 약이 바뀌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그와 비슷한 사례가 과거 동일한 병원에서 세 차례나 있었으나 똑같은 투약 실수로 정종현 군이 사망한 것. 이를 정종현 군의 부모가 문제 제기했고, 이후 1만 청원서명운동 등을 시민단체와 진행하면서 법 제정까지 이르렀다.

이런 배경을 가진 「환자안전법」에는 ▲국가환자위원회 설치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 환자위원회 설치 및 운영 ▲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 ▲ 환자안전사고 시 자율보고 ▲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각 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전담 인력이 전문적으로 관리·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자율보고를 통해 각 의료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하여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는 마음 놓고 있어도 되는 걸까? 그 안을 샅샅이 들여다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규모 병원

「환자안전법」 제11조는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하여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동법 제12조는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규정하여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예방·교육하고 대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병원 내에 기구와 전담인력을 둠으로써 즉각적인 대응과 예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해당 조항 모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게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미설치 시 제재규정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환자안전법」 시행령 제5조 및 제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이라 함은 200병상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과 100병상 이상의 「의료법」 제3조제2항제3호마목에 따른 종합병원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규모 병원의 경우 환자안전위원회 및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물론 모든 병원을 전부 포함하는 것이 관리감독 등 행정적 측면에서 어려울 수 있으나, 다수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므로 최대한 적용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전문 의료인에 비해 정보 접근이 낮은 환자, 가족들에게 병원은 벽이 높다
 전문 의료인에 비해 정보 접근이 낮은 환자, 가족들에게 병원은 벽이 높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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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에게 몰린 전담인력, 심지어 겸직하는 경우까지

위에서 언급한 환자안전 전담인력은 법 규정에 의하면 ▲5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 「의료법」 제77조에 따른 전문의 ▲ 5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한 간호사만이 할 수 있다. 2017년 7월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74개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은 모두 105명이었고, 이 가운데 104명이 간호사였으며 의사는 1명에 불과했다. 연봉이 높은 의사를 겸직이 아닌 전담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담인력의 경우 ▲ 환자안전사고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공유 ▲ 환자안전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인 교육 ▲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환자안전활동을 위한 교육 등을 수행하여야 한다. 업무량의 문제도 있지만 전담인력이므로 당연히 환자안전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시 74개의 병원 중 32개 병원에서 전담인력이 다른 업무를 겸임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명백히 법 위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겸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의 제재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여전히 환자안전사고 방지에 대한 중요성 보다는 인건비 효율을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간호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업무강도가 강한 편인데 여기에 환자안전 전담업무까지 주어진다면, 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스트레스 및 과로도 염려해야할 부분이다. 따라서 전담인력이 정말로 환자안전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법으로 거듭나야

「환자안전법」 제정 이후 가장 논란이 있었던 규정은 제14조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 부분이다.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발생시켰거나 발생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이나 환자, 전담인력, 보호자 등은 자율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보고할 수 있다. 즉, 보고의무는 없고 온전히 자율에 맡겨져 있다.

「환자안전법」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말하는 보고·학습 시스템을 통해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우선 그 데이터들이 수집되어야 내용공유 및 학습이 가능한데, 자율보고의 형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사고는 일반인이 입증하기가 어려운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보고할 당위성이 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건,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에 감염된 서울 JS의원 사건, 가수 신해철 사망 등 의료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지난 달 26일 보건복지부는 '제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2018~2022년)을 수립·추진한다고 하면서, 의료기관 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자율보고가 아닌 의무보고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에 대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이미 법 제정 이후에서 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했고, 계속 문제제기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 보고 의무화, ▲ 환자안전활동 미 이행으로 인해 의료사고 발생 시 영업정지 등 행정적 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환자의 안전을 위한 법으로 거듭나는 제대로 된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은혜 님은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노무사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 안전법 검토 모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태그:#환자안전법, #환자, #병원, #의료사고, #안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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