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한국은행	관련사진보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재계 등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아래 금통위원)이 공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나섰다. 금통위원은 한은 총재와 함께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금리 결정 등 중요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이일형 금통위원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비교역재 부문 종사자들에게 비교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며 "(임금 인상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날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교역재 부문 대비 비교역재 부문의 가격과 임금이 평균적으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다"고 덧붙였다. 교역재는 대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쪽이 해당되고, 비교역재의 경우 국내에서 소비되는 서비스업, 자영업 등이 많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임금 굉장히 낮아...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이상해"

그는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건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신흥국에선 비교역재 부문 임금이 빨리 올라갔다"며 "우리나라는 거꾸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경우엔 교역재나 비교역재의 가격이 세계 평균과 비슷하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또 이 위원은 제조업 등 교역재 부문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생산성 증대 없이 교역재 부문의 임금상승률이 더 빨라진다면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환율이 점차 하락하면서 수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위원은 만약 제조업 등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도 오르게 된다면, 환율이 하락해 서비스업 등 노동자들은 같은 돈으로도 더 적게 살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교역재 임금상승이 더 빨라진다면) 비교역재 부문 임금의 상대적 실질구매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내수도 함께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한 해결책은 생산성 증대를 통한 시장에 의한 (임금) 조절"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추경 등 재정정책도 긍정 평가..."타게팅 잘 이뤄진다면 유익할 것"

이와 함께 이날 이 위원은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재정정책 기조를 계속 완화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은 "적정 부문에 타게팅(targeting)이 잘 이뤄진다면 거시경제 균형의 관점에서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에 전반적인 불균형이 생겼을 때 특정 분야에서의 문제점 같은 것들은 특히 재정정책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정책의 경우 일자리 창출 등 특정 부문에 대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생각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정부가 4조원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 위원은 "금리 조절이 4조 추경하고 연계될 만큼 정확한 과학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는 "갑자기 (정부) 지출이 몇 조원 늘었다고 해서 금리를 움직여야 하면 거시경제의 목적인 불확실성 제거보다는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작용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