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빚은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 같은 존재이다. 누군가에게 빚을 진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발판이 된다. 고등 교육을 받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소중한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높은 투자소득을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대출을 하고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반면 혹자에게 빚은 평생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늘어만 가는 학자금 대출, 사업의 실패로 인해 지워진 채무, 그리고 투자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까지 - 빚을 지고 이를 제대로 갚아나가는 데에 실패한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임봉욱의 <빚과 금융>은 빚의 그림자에 집중한다. 한계치를 넘어선 빚이 어떤 문제를 끌어 오는지를 보여주며 그 원인으로서의 금융에 대한 비판을 전개한다. 그리고 현 문제적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빚과 금융>, 임봉욱, 2013
 <빚과 금융>, 임봉욱, 2013
ⓒ 신론사

관련사진보기


빚이 발생시키는 문제들

금융 시스템의 존재는 본질적으로 빚을 유발하게 된다. 결국 금융업이란 것이 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자본이득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적정한 선에서 유지될 경우에는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건강한 활력소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금융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제자금의 흐름'(투기자본)이 금융을 매개로 하여 거대한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반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임봉욱 교수는 근래에 '빚'으로 인해 발생한 큰 세 가지 금융위기를 제시한다. 첫째는 90년대 말의 아시아 금융위기이다. 둘째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이고, 마지막이 그 이후의 남유럽 재정위기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 장소에서 터진 경제 공황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과도한, 통제할 수 없는 '빚'이 원인이 되어 전체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세 가지 위기들은 각기 기업, 가계, 그리고 정부가 빚의 주체가 되었다. 그런데 시발점은 달라도 결국 귀결은 같아진다. 어느 부문에서 시작된 것이든, 해당 주체가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면 결국 그 빚은 모두 정부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정부마저도 빚에 대처할 수 없게 되거나 문제 해결이 지연될 때 국가 파산이나 경제 공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빚을 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기한 투기자본의 흐름을 통제하고 대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유지나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 등 빚을 중장기적으로 증대시키는 행위들이 꾸준하게 정부를 통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은 꾸준히 누적된다.

당장 한국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들에 따르면 근래까지 한국 사회의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가계 부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대출의 질만 하락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전반의 부채 규모 또한 빠르게 증가했다. 게다가 정부측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하 준정부기관 및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엄청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이들의 빚은 형식상으로는 정부와 독립되어 있으나 문제시 결국 정부가 나서 갚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당장의 소비나 생산을 위해 사용된 빚은 언제든 경제 전체의 위험한 뇌관으로 부상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금융의 역할과 해결 방법

다시 말하지만, 저자는 결국 빚이라는 것은 금융이 있기에 생겨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빚으로 인한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해 금융에 대해 적절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빚과 금융> 내에서는 여러가지 입장들이 제시된다. 우선, 가계에 대해서는 부채 총량의 증대를 압박하는 대출 촉진 광고 등을 억제하고 올바른 소비습관 형성을 교육한다. 가령 신용카드의 지나친 사용 문제(저자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비 직불카드 비율이 한국은 9%대에 불과)를 해결하고 LTV, DTI 규제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한편으로는 가계가 큰 빚을 지게 되는 주요 사안들에 대한 정책 설계도 수반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변화하는 주거문화에 걸맞은 주택공급이다. 서민금융 및 학자금대출에 대한 지원도 언급된다.

기업의 경우 전체 부채비율에 대한 규제(일반적으로 100% 아래로)와 더불어, 과도한 차입매수(레버리지를 통한 인수합병)를 억제해야 한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경우는 채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단기채무의 비중과 고정비용의 규모를 줄여나가는(혹은 증가폭을 낮추어나가는) 것이 목표로 제시된다.

저자는 금융은 본질적으로 시스템 리스크(한 금융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시 그것이 전체 시스템으로 퍼지는 현상)를 내포하고 있기에 금융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들이 늘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앞서 언급한 세 차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큰 어려움에 봉착했고, 많은 숫자가 빈민층으로 추락한 채 여태까지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인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는 빚과 금융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고 앞으로 동원되어야 할지를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보다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데에 갈수록 중요한 지식이 되어가고 있다. 



빚과 금융

임봉욱 지음, 신론사(2013)


태그:#서평, #북리뷰, #금융, #빚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