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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로 도지사 관사 유리창을 깨트려 놓았다.
▲ 야구 방망이에 파손된 충남도지사 관사 유리창 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로 도지사 관사 유리창을 깨트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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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충남지사 관사로 들어가고 있다.
▲ 야구방망이 든 분노한 시민, 안희정 도지사 관사 유리창 파손 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충남지사 관사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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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의 관사에 야구방망이가 던져졌다. 현관 유리창이 깨졌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알려진 30대 남성이 6일 오전 충남 홍성군 충남지사 관사에 진입하려다 청원경찰의 제지를 받자 저지른 일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안 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5일부터 '안희정'을 주제로 등록된 국민청원 게시물이 90여 개 이상 늘어났다. 대부분 안 지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일부 안 지사를 비호하는 게시물도 있지만, 오히려 안 지사를 감싸는 이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부터 피해자인 김지은 비서를 보호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있다.

충남도청 홈페이지는 마비되기도 했다. 그의 성폭행 혐의 보도를 접한 이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6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 충남도에 따르면 성폭행 보도 이후 시간당 2만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 복구된 충남도청 홈페이지 인기검색어 순위에는 '김지은', '조직도', '비서실', '정무비서' 등 사건 관련 단어들이 올라와 있다.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재조명되고 있는 안 지사의 과거 발언과 행적들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모습.
▲ 안경 고쳐쓰는 안희정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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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가 6일 오전 안 지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경찰이 성폭행 혐의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지사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 되면서 이번 사건이 재차 환기되는 측면도 있다.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알려진 5일, 안 지사는 공교롭게도 '미투(me-too)' 운동을 독려했다. 그는 당시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달라"면서 "지난 3년 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그의 성폭행 혐의가 드러난 후 관련 기사에 "소름이 돋는다", "자기 비서 인권이나 제대로 챙기시라" 등 비판 댓글을 달고 있다.

안 지사가 지난해 7월 스위스 출장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다시 부각됐다. 앞서 김지은 비서는 스위스·러시아 등 해외 출장과 서울 일정 등 외부의 시선이 적은 곳에서 성폭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인권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했다", "이제 인권의 개념을 확정해야 한다. 존중하고 보호받는 인권을 넘어 인간 권리의 목록들을 증진하고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아내 덕에 페미니즘 공부를 합니다"라고 밝혔던 것도 마찬가지다. 안 지사는 당시 <프레시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인은) 가장 든든한 조언자이자 카운슬러"라며 "몇 해 전부터 여성주의 책들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교육받고 생활해온 탓에 아내를 통해 보는 세상의 반쪽 창이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이 재조명 되면서, 충남도청 내 '도지사가 추천하는 책' 코너에 페미니즘 문제를 다룬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가 비치된 사진이 다시 부각됐다.

시민사회단체 "지사직 사퇴로 꼬리 자를 순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관련법에 따라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안 지사는 그 사유를 '개인신상'이라고 썼다. 안 지사가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충남도는 남궁 영 행정부지사 권한대행쳬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관련법에 따라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안 지사는 그 사유를 '개인신상'이라고 썼다. 안 지사가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충남도는 남궁 영 행정부지사 권한대행쳬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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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28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성범죄자 안희정을 처벌하라,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직 도지사의 상습적인 성범죄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안 지사의 범죄는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안 지사는 성범죄자로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활동 중단 등의 도의적 책임 수준으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을 한 개인의 축출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라며 "정치권은 성차별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오전 긴급 성명을 통해 "지사직 사퇴로 꼬리를 자를 순 없다"라며 "사법 당국은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증거인멸 개연성이 있는 만큼 주저하지 말고 구속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앞둔 정치권, '미투(me-too)' 소용돌이 속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은 급속히 미투 운동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5일 보도 직후 추미애 당대표 명의로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 지사를 출당 및 제명 조치했다. 또 이날 예정됐던 원내회의 대신 당내 '젠더폭력대책 TF'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안 지사를) 형법과 성폭력방지특별법 등 관련 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TF를 당 특별위원회로 격상시켜 당 안팎의 성폭력 문제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 역시 밝혔다. '안희정 후폭풍'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지만 여권이 파장에서 큰 상처 없이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안 지사의 트위터 지지자 그룹 '팀스틸버드(@TeamSteelBird)'는 지지 철회를 선언하고 "피해자 곁에 서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충남지사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그는 6일 입장문을 통해 "고통 속에 힘들어 했을 피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이라며 "어떻게 해야 충남도민께 사죄드릴 수 있을지 성찰하겠다"라고 밝혔다.

야당의 공격은 거세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민주당이 '성폭력당'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충남지사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누구인지 안 지사 스스로 밝히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사건 폭로 2시간 만에 신속히 (안 지사에 대한) 제명·출당 조치를 했지만, 정작 고립된 피해자에 대한 당적 차원의 보호와 2차 가해 대응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태그:#안희정, #성폭행, #미투운동, #민주당,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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