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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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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체계를 전혀 모르는 기자들이 있어요. 화재 현장에서 지휘 감독하는 사람은 절대 뛰어다니면 안 돼요. 계속 주변 살피고 현장 출동한 소방관을 지휘해야 해. 그런데 (제천 참사 때) 그걸 처벌하려고 난리를 친 모양이야. 그걸 또 MBC가 보도를 했대.

그때 MBC 기자가 열 번도 넘게 전화를 했어요. 제가 그랬어요. 더 이상 나에게 묻지 마라. 소방관 잘못했다는 얘길 듣고 싶은가 본데 난 전혀 동의해 줄 수 없다고."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갑) 의원의 말에 기자도 뜨끔했다. 반론 보도 이후 사과 방송까지 한 MBC의 일이 비단 남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일어나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 때도 호들갑스러운 중계식 보도만 넘쳐났을 뿐 심도 있는 분석을 담은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금, 보도 빈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소병훈 의원은 참사 직전인 2017년 11월에 소방관을 상대로 소송을 막는 소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 의원은 "지난 6년간 22억 원에 달하는 소방관 상대 소송이 있었다"며 "대부분 무죄로 나오지만 소방관들이 직접 소송을 담당하면서 위축되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대로 된 소방 안전을 위해서는 "벌집 제거나 열쇠 따기 등의 업무는 의용소방대에게 맡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소방관 충원과 국가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광주 의원 사무실에서 소병훈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제발 3교대 해 달라고 애원하는 소방관들

-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소병훈 의원이 발의한 '소방공무원의 구조 활동을 돕기 위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크게 주목 받았다.
"소방기본법에서 가장 아쉬운 게,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있어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아니고요. 소방관들은 자기 잘못이 없고 법대로 진압한다 해도 우선 거기에 부담을 가지죠. 그래서 거침없이 하지 못해요. 이번 개정안의 주 내용은, 진압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적 피해에 대해 소송 당사자가 소방관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지자체가 된다는 거죠. 그래서 소송은 국가나 지자체가 하고 나중에 중과실 여부를 따져 소방관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되, 가급적 하지 마라 이거죠."

- 제천 참사 때도 불법주차 논란이 있었다.
"제천 참사 다음 날 소방청 차장을 긴급회의에 불렀는데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앞으로는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차들 때문에 진입 못했다는 얘기 절대 안 나오게 좀 해라. 불법주차된 게 소방관 잘못은 아니지만 그걸 핑계로 할 수도 없다. 불법주차가 문제면 아예 막거나 들어내거나 할 수 있는 걸 요구해야지, 앞으로 그런 얘긴 하지 말라고 했어요.

또 제천에서 마지막에 흰색 승용차 한 대 때문에 막혔어요. 그 차 때문에 못 가니까 주민들이 막 난리를 쳤어요. 빨리 차를 부수라고. 그런데 소방관이 못한 거야. 결국 주민이 직접 깼어요. 그러면 이후 (배상) 문제가 부담되는 거죠."

-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지금 소방관은 지방직이에요. 지방직이니 지자체 재정에 따라 모든 게 달라져요. 제천에서도, 처음 출동할 때 소방 운전하는 사람하고 소방관 한 명이 갔어요. 인력이 부족한 거죠. 소방차가 있어도 사람이 없어서 못 나가는 게 전국적인 현실이에요. 소방관과 소방시설을 국가직으로 돌리면 모든 지자체에서 동일한 인력과 동일한 급여가 보장됩니다. 그 대신 지휘는 자치단체가 하자는 게 지금 정부 안이에요."

- 소방 현실이 어느 정도인가?
"가장 큰 게, 3교대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에요. 2교대가 많아요. 3교대 하려면 인원이 1만 8천명 정도 더 필요해요. 소방관들은 딴 거 필요 없고, 제발 3교대 좀 하게 해 달라는 거죠. 소방 호스 중에서 큰 게 65mm예요. 65짜리 소방 호스는 혼자서는 절대 못 들어요. 두세 명이 들어야 그걸 쏠 수 있어요. 그런데 소방 운전하는 사람 한 명하고 진압관 한 명 출동하면 대부분 30mm밖에 못 써요. 그러니까 강력 화재 진압이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전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적정 인원이 항상 있어야 해요. 2,3년 전 논란이 된 개인 비용으로 장갑 사고 이런 거는 지금 많이 개선됐어요.

그 다음은 소방관이 출동 안 해야 할 때 출동하는 거죠. 대표적인 게 벌집 제거인데, 긴급 출동의 25% 정도 돼요. 그 다음이 열쇠 잠금, 그 다음이 어디 갇혀 있거나 빠져 있는 사람 구조예요. 이러니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더 부족한 거죠. 이건 10만여 명 되는 의용소방대가 더 잘할 수 있어요. 의용소방대 중엔 열쇠 수리공도 있고 산림감시원도 있거든요."

소방관 대표 업무가 벌집 제거라니... 제천 유족 비난해선 안 돼

- 제천 화재 관련해 소방관들을 처벌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그런 얘기는 안 나올 겁니다. 왜냐하면 자기 일을 태만하게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부족한 것이 많아서였으니까요. 물론 소방관들이 부족했던 부분은 정확하게 파악해 책임을 물어야죠. 하지만 그 전에 제도적인 부분을 제대로 갖추고 나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 자유한국당은 현장 대응 미숙으로 인한 인재라는 주장인데.
"제천 화재를 진압하려면 10명이 출동해야 했어요. 그런데 3명이 출동했죠. 10명이 출동해 진압해야 할 것을 3명이 출동했는데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 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잘잘못을 판단해야죠.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물론 이 사람들이 잘못 대응했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제천에서 드문 사고였고, 필로티 공법이나 이런 것 때문에 정말 순식간에 타버린 것도 있어요. 쉽게 접하지 못한 화재여서 대응이 미숙했을 수도 있죠. 어쨌든 종합적으로 원인부터 진압까지 살펴본 다음에 판단해야죠."

- 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죠. 그런데 누가 유가족의 분노를 일으키는가. 처음엔 유족들도 소방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장례도 치를 수 있었죠. 아니었으면 힘들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게 누군가가 볼 때는 싫었던 거죠. 그리고 그 싫었던 걸 소방관들의 태만이나 미숙으로 몰아가는 거예요. 절대적으로 알아야 될 게, 사람 열 명이 투입돼야 할 곳에 세 명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냐는 거예요."

- 칭찬할 건 아니어도 처벌까지 하는 건 과하다?
"그렇죠. 또 거기에 2톤짜리 LPG 통이 있었어요. 2017년 9월에 일어난 경기도 광주 화재 때는 2톤, 3톤 두 개가 있었어요. 그때는 2톤 LPG만 터졌는데 3톤까지 터졌으면 더 난리가 났겠죠. 그때 중상자들도 현장 옆에서 당한 게 아니라 멀리 있었는데도 다친 거예요."

- 한쪽에서는 소방관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면 절대 안 되죠. 유가족들은 지금 심정으론 장례까지 거부할 수 있어요.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희생 당했잖아요. 또 그 건축물 자체가 안전이 담보 안 돼 있었잖아요. 안전 담보는 정부가 하는 거거든요. 누가 유가족을 비판하나요. 그 분들이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죠."

소심할 정도로 수세적인 소방관들... 왜일까

- 소방관 책임을 따지는 여론에 소방관들의 반응은?
"소방관들은 억울하다, 이런 것보다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자기들이 진압을 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일종의 트라우마죠. 아까 LPG 통 문제도, 소방관들은 잘 처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격 안 해요.

소방관들은 소심할 정도로 수세적인 게 있어요. 제가 만나본 소방관들은 그래요. 우린 할 만큼 했다, 이런 말 절대 안 해요. 가장 위험한 직군에 있으면서 자기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목숨 거는 건 전쟁 이외엔 소방뿐이에요. 미국 같은 외국에선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이에요. 하고 싶은 것 1위도 소방관이고요. 우리나라 소방관도 그 정도 자부심은 있겠지만 자기 권리 주장은 안 해요. 옛날부터 조금만 잘못하면 책임을 물으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왜 그렇게 소방관들이 위축됐을까.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자동차가 훼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지면 소방관한테 소송을 해요. 작년 국감 때 보니까 6년 동안 22억 원을 청구했어요. 그 중 대부분 무죄로 나와요. 배상할 필요 없다는 거죠. 소송 당한 소방관이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그 소송을 직접 감당했을 거예요. 재판하러 오라면 오고 하는 식으로. 그런 것들이 소방관들을 위축시키는 거죠."

- 하지만 법무부는 민사는 빼고 형사상 면책권만 보장하자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일종의 과잉진압을 걱정하는 거죠. 모든 소방관에게 모든 면책을 주면 하지 않아도 될 파손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소방관들이 목숨 걸고 진압하는 거니 면책돼야 한다고 봅니다."

- 소방관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소방 고위직 중엔 현장 경험을 못한 사람이 많아요. 소방관, 경찰 등에서 고위직이 되려면 뭔가 위험 업무를 해야 해요. 소방청장도 소방관 출신으로 해라, 이게 정치권에서 계속 요구한 거였어요. 그동안 소방본부장은 소방관 출신이 아니었어요. 이제야 바뀌는 거죠."

- 시스템적인 처방을 내리자면.
"소방관 국가직화를 검토해야 해요. 제가 작년 국감 때 확인한 바로는 충남, 전북, 전남 단체장은 재정 문제 때문에 국가직 전환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지방 분권 시대인데 국가직으로 가는 거 원치 않지만 재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가가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이제 정부도 국가직으로 하면서 지휘는 지자체가 하는 걸 고민해야 해요. 이 안은 단체장들도 반대를 안 해요."

미국도 7%인데 우리나라 공무원 비율 2%... 소방공무원 충원해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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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공무원 증원이라며 반대한다. 작년 예산 심의 때 축소되기도 했고.

"애초에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약의 본질은 부족한 직의 공무원을 채워 주자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사람이 사는 유인도인데도 경찰 한 명 없는 섬이 많아요. 하지만 최소한 기준을 정해서 100명 사는 곳이라도 경찰 1명 정도는 상주 시켜야죠. 그런 것을 공무원 충원해서 하자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일자리 공약 지키려고 나랏돈 쓴다 이러거든요. 그런 지적이 말이 되냐는 거죠."

- 공무원 증원이 아니라 충원이라는 건가.
"우리나라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2%예요. 일본은 4%인데도 OECD에서 굉장히 낮은 편이죠. 유럽, 미국 쪽은 7%가 넘어요. 우리 국민도 다 똑같이 세금 내는데, 제대로 국가 서비스를 받아야죠. 왜 다른 나라는 5% 이상이 공무원인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적냐, 이거죠. 공공 일자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는 한 8% 되나. 그런데 다른 OECD 국가는 많게는 20%까지 돼요."

- 국가적 차원의 안전관리가 어떻게 왔다고 보나. 
"국민 안전에 대한 인식 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생각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인식이 과거 국민의정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약해진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 그동안 관리 안 된 게 나타날 확률이 있죠.

지금처럼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많이 생각할 때 빨리 법을 고쳐야 해요. 국민이 조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자꾸 낭비라고만 하니 답답하죠. 지나치다고 여겨질 정도로 정부가 해야 합니다."


태그:#제천 참사, #소방관, #소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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