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박준영

NC 다이노스 박준영 ⓒ NC다이노스


일본의 '야구 괴물' 오타니 쇼헤이는 올해부터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의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활약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타니가 미국에서도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는 점이다. 투수와 야수의 분업화가 철저하게 나눠진 현대 야구에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이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오타니로 인해 올해 메이저리그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KBO리그에서도 초창기에는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투타 겸업 선수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프로 원년 10승과 타점왕을 동시에 기록했던 김성한은 1986년까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기록이 있다. 선린상고 시절부터 야구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노준 역시 1986년 프로 입단 후 1988년까지 투타를 겸하다가 1989년부터 전문 외야수로 변신했다.

오타니나 김성한 같은 '전문 이도류'는 아니라도 이승엽(은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나성범(NC다이노스) 등 학창시절 팀의 에이스 투수로 활약했다가 프로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선수들은 많다. 물론 이들은 프로 입단 후 곧바로 타자로 진로를 결정해 투수로서의 미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루키 시즌 투수로서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NC의 유망주 박준영도 올해부터 투수를 접고 내야수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동기들을 압도했던 2016 시즌 초반 최고의 루키 투수

지금은 고교 야구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투수·야수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 학교에는 에이스와 중심타자를 겸하는 선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고(故) 조성민이나 봉중근, 오지환(이상 LG트윈스), 류현진(LA다저스), 김선빈(KIA타이거즈) 등이 학창시절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는 사실은 야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물론 조성민이나 봉중근은 아마 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다).

경기고 출신의 박준영 역시 유격수와 투수를 겸하던 선수였다. 2015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는 당시 대표팀에 이영하, 유재유(이상 두산 베어스),김대현(LG),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박세진(kt 위즈) 등 좋은 투수들이 많아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간간히 마운드에 올라 크지 않은 체구에도 위력적인 공을 뿌리곤 했다.

박준영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1차 지명(2016년까지 NC는 기존 구단들이 1차 지명 선수를 선택한 후 연고지와 상관없이 1차 지명 선수를 선발할 수 있었다)을 받았다. 청소년대표 시절엔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NC 코칭스태프는 크지 않은 체구(181cm 75kg)에도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리는 박준영의 배짱에 높은 점수를 줬다.

프로 입단 후 투수로 진로를 결정한 박준영은 2016년 시범경기에서 10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박준영 역시 NC의 차세대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며 투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준영은 2016년 NC의 개막 엔트리에 당당히 포함됐는데 2016년 10개 구단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5명의 신인 선수 중에서 고졸 신인 투수는 박준영이 유일했다.

4월 2일 KIA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박준영은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4월 한 달 동안 1패 3홀드 3.27을 기록한 박준영은 신인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NC 마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불펜 투수였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 기죽지 않고 시속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을 씩씩하게 뿌리며 NC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팔꿈치 수술 후 투수 불가 판정, 유격수로 새 출발

청소년 대표 출신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박준영이 가진 재능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NC보다 먼저 박준영을 지명할 수 있었던 서울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투수로서 박준영을 썩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전문 투수가 아니라 하체를 이용하기보다는 팔 힘만으로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라 부상 위험이 높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박준영은 거짓말처럼 5월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고 8월 5일 한화 이글스전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국 박준영은 팀이 시즌 막바지 일정을 보내던 9월 21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박준영은 고교 시절에도 야수를 겸했기 때문에 그리 혹사를 당하지 않았고 루키 시즌에도 1, 2군을 합쳐 52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런 박준영이 예상보다 일찍 탈이 난 이유는 투수로서의 신체와 근육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야수의 몸을 가진 선수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흔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은 1년의 재활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박준영의 경우 나이가 젊기 때문에 재활만 원활했다면 2017 시즌 후반기부터 퓨처스리그 재활 등판도 가능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준영은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등판 기록이 전혀 없다. 그리고 수술 1주년(?)이 가까워 오던 작년 9월 12일 NC 구단은 박준영의 내야수 전향을 발표했다. 박준영의 팔꿈치 힘줄이 약해 투수를 계속 하면 부상재발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박준영은 김해수(넥센 히어로즈)가 졸업한 후에는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지만 2학년 때까지 주포지션은 유격수였다. 주로 유격수로 나섰던 2학년 때는 타율 .308 2홈런 6도루로 호타준족형 내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뽐내기도 했다. 물론 당장은 손시헌과 노진혁이라는 선배들의 벽을 넘긴 힘들겠지만 착실히 경험을 쌓으면 얼마든지 NC의 차세대 유격수로 성장할 재능을 가지고 있다.

박준영은 투수로서의 열정이 대단했던 선수다. 김경문 감독도 박준영의 빠른 공이 신인 시절의 오승환처럼 회전이 좋다고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박준영은 2018년부터 투수의 꿈을 접고 야수로 새 출발한다. 투수로 꽃을 피우지 못한 아쉬움은 크겠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박준영은 아직 무궁무진한 미래가 펼쳐질 만 20세의 유망주이고 NC는 이미 나성범이라는 타자전향의 초대형 성공사례를 만든 노하우를 가진 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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