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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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립은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됐다. 코믹하게 풀어내기도 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담아내기도 하며 영화계는 남북 문제를 다뤘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현실을 안타까워 했고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기도 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 역시 남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변호인>으로 부산 학림사건을 다뤘던 양우석 감독이 이번에는 한반도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양우석 감독이 생각한 한반도의 위기는 어떤 것일까?

영웅적 주인공이 보여준 현실적 이야기

 영화 강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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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에는 두 명의 철우가 등장한다. 북한군 최정예요원 출신의 엄철우(정우성 분)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다. 두 명의 철우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사건에 등장하며 영화를 끌고 나간다.

특히 엄철우는 영화의 핵심이다. 북에서 일어난 쿠데타에서 극적으로 살아남는 장면부터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전쟁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영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엄철우라는 영웅적 주인공을 통해 한반도의 아픈 현실을 담는다.

전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는 한국 전쟁이 있었고 이로 인해 갈라져야 했던 이산가족이 있다. <강철비>는 '깽깽이 국수'라는 단어를 통해 이산 가족에 대한 아픔을 보여준다. 영화의 두 주인공이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에서 엄철우는 잔치국수를 '깽깽이 국수'라 말한다. 잔치국수의 북한식 표현을 알아듣는 국수집 주인은 곽철우에게 전쟁의 위기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국수집 주인의 대사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완벽히 담아낸다. "나 말고 위에 있는 가족들이 더 걱정이지."

영화는 곽철우의 대사를 통해 분단 국가라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는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대사는 대한민국의 곽철우가 북한의 엄철우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어쩌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139분의 상영시간을 끌어간 배우들의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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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원작은 동명의 웹툰이다. 웹툰 <강철비> 역시 양우석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우석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영화에서도 긴 상영시간을 통해 최대한 원작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주연 배우인 정우성과 곽도원은 영화의 핵심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양우석 감독의 전작 <변호인>에서 조연을 맡았던 곽도원은 주연으로 자리를 옮겨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간 곽도원이 보여준 역할들과는 다른 부드러운 역할로 관객들을 즐겁게했다. 정우성은 총격전과 격투까지 강도 높은 액션신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또한 엄철우라는 역할의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에서는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주인공의 비극적 이야기의 아픔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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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풀어내는 스토리는, 자칫하면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강철비>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벼운 재미를 담은 이유다. 곽도원이 만들어내는 능청스러운 대사들과 정우성의 완벽한 마스크에서 나오는 엉뚱한 대사들은 관객들이 잠시나마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주연들의 좋은 연기도 있었지만 조연들의 활약도 뛰어났다. 김의성, 이경영, 장현승 등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 영화 전개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성대모사로 잘 알려진 개그우먼 전영미가 북한 앵커 역을 맡아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를 끌어가는 주연들과 영화를 더 탄탄하게 만든 조연들의 활약으로 <강철비>는 완성되었다.

<강철비>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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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분의 상영시간 동안 양우석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남북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남북 관계에 있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남쪽 철우와 북쪽 철우는 서로 다른 생각과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원한 것은 같았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다.

남북 대치 상황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문제 속에서 <강철비>는 무엇보다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남북을 대표하는 인물 두 주인공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관계 발전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평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강철비>를 영웅적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비현실적 상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철비>는 남과 북의 현실과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화의 문을 닫은 채 '받은만큼 되돌려준다'는 자세만으로는 평화를 찾을 수 없다.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의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영화가 남긴 메시지는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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