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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지는 도시 피렌체(Firenze). 어쩐지 이곳에 오기만 하면 영화처럼 로맨틱하고 가슴 설레는 그런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막연한 환상이 저절로 피어나던 그곳.

하지만 5월 어느 날 이른 오후, 중앙역(Santa Maria Novella)에 내려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처음 맞닥뜨린 것은 중부 이탈리아의 내리쬐는 태양 아래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로 쉴 새 없이 비집고 지나가는 버스, 택시, 오토바이 등이었다. 이토록 번잡스럽고 복잡한 풍경이라니.

북부 밀라노에서의 강풍도 힘들었지만 연신 땀을 닦아야 하는 이런 이른 더위 역시 썩 달갑진 않았다. 어쨌든 운 좋게도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인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나왔다. 근처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파란 하늘 아래 화사한 봄꽃들을 바라보며 고즈넉히 자리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아쉽게도 입장이 불가해서 주위만 잠깐 둘러보고 이동해야 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피렌체의 중심 기차역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중앙역(Staz. Centrale F.S.S.Maria Novella) 부근에 있는 성당이다. 14세기에 도미니크회 성당으로 건립되었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내부에는 마사치오의 <성삼위일체>, 기를란다요의 <마리아와 성 요한의 생애>,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등의 명화가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Chiesa di Santa Maria Novella)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Chiesa di Santa Maria Novella)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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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어느 골목길
 피렌체의 어느 골목길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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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렌체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Firenze)이었다. 가죽시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어쨌든 명색이 시장인데 아무리 걸어다녀도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떤 허름한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가길래 호기심에 따라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보니 꽤 세련되고 깔끔한 푸드코드가 펼쳐졌다. 동서양의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이곳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베지테리언 버거 전문점도 있어 그곳에서 두툼한 버거 하나로 배를 채운 후 다시 나왔다.

피렌체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Firenze)
 피렌체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Firenze)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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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내 푸드코트
 중앙시장 내 푸드코트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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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걷다가 말로만 듣던 그 두오모 성당의 위용을 목격했다. 어제 방문했던 밀라노 두오모도 대단했지만 확실히 피렌체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압도적인 위용이지만 내일 또다시 이 수많은 인파 속을 헤치며 저 거대한 존재를 정복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정의 중반을 넘어서다 보니 이제는 지친 듯 그냥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두오모 성당과 우피치 미술관을 빼고는 피렌체를 여행했다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이번에도 온전하게 숙제를 마치기 위해 최대한 힘을 내보기로 했다.

두오모 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두오모 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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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을 위해 준비된 만찬일까...
 어떤 이들을 위해 준비된 만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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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아 광장>
수세기 동안 피렌체의 정치·사회적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카페 테라스가 있는 휴게장소이다. 광장 부근 베키오 궁전에 있는 종루의 종은 시민들을 공공집회에 불러모으는 데 사용되었다. 광장에는 피렌체를 일으킨 코지모 데 메디치의 동상이 있고,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동상 《다비드》의 모조품과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의 청동상인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잠볼로냐의 《사빈 여인의 강간》 등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 모조품들이 있다. 광장 중앙에는 한때 피렌체를 지배했던 수도승 사보나롤라의 처형지임을 알리는 화강암이 서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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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강 주변에서 보이는 베키오 다리
 아르노 강 주변에서 보이는 베키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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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오 다리> 아르노강 위의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45년에 건설되었으며 로마시대의 마지막 다리로 알려져 있다. 1944년 연합군의 추격을 받던 독일군이 강 양쪽 기슭의 집을 모두 파괴했으나 베키오 다리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원래 이 다리에는 푸줏간, 대장간, 가죽 처리장 등이 있었는데 1593년에 페르디난도 1세가 시끄럽고 악취가 난다며 모두 추방하였고 대신 금세공업자들이 다리 위의 상점에 세들었다. 이후로 지금까지 베키오 다리의 금세공 상점들은 다양한 보석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판매하는 수공예 제품들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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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낡고 허름한 다리의 최고의 촬영 스폿엔 역시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지만, 그래도 5년 전에 갔던 흡사 전쟁통 같았던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보다는 덜한 편이었다.

명품 거리인 토르나부오니 거리 (Via de 'Tornabuoni)
 명품 거리인 토르나부오니 거리 (Via de 'Tornabuoni)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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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려는데 주인장이 새로운 투숙객 두 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지금껏 별별 종류의 호스텔들을 이용해 봤지만 이 4인용 믹스룸 또한 재밌는 것은, 침대 세 개가 꽤 가까운 간격으로 나란히 놓여 있고 나머지 하나는 안에 있는 별도로 분리된 공간 안에 있어 독방처럼 쓸 수 있었다..

처음에 독방은 이미 임자가 있어 난 벽쪽에 붙은 침대를 차지했고 창가 쪽 침대는 젊은 러시아 아가씨가 쓰고 있어 가운데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런데 독방을 쓰던 이가 떠난 뒤 새로 들어온 이들은 할아버지와 20대 초반의 손자로 보이는 두 이탈리아 인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독방을 쓰시고 앳된 얼굴의 그 손자 녀석은 공교롭게도 오른쪽의 한국인 여성과 왼쪾의 러시아 여성 사이에 끼어서(?) 자게 됐다.

뭐 항상 그렇듯 다들 쿨하게 서로 아무 신경 안 쓰고 지내기 마련이지만, 막상 밤이 되니 독방의 할아버지와 그 녀석이 아주 쌍으로 코를 신나게 골아대는데 어찌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녀석보다 멀리 있는 할아버지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그렇게 피렌체에서의 현실적인 첫날이 깊어갔다.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 블로그 http://arinalife.tistory.com/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이탈리아,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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