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노엘(NO:EL) 장용준의 이번 신보 프로필 이미지.

래퍼 노엘(NO:EL) 장용준의 이번 신보 프로필 이미지. ⓒ 프리마뮤직그룹


당신은 <고등래퍼>에 출연했던 래퍼 노엘, 장용준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조건만남 하는 열두 살? SNS상에서 자기 부모에게 폭언을 일삼은 국회의원 아들? 술·담배가 일상인 일진이라는 소문의 주인공? 뭐가 됐던 그에게 부정적인 이들이 더 많을 거다. 실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방송에 출연했던 기간이 워낙 짧았기에 음악으로나마 그를 좋게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나는 그를 좀 남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올해 초, 장용준씨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던 내 담당 교수가 그의 조건만남 시도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냈던 것이 인상에 깊게 남아서이다. 논점이 이탈될 수 있으니 그 교수의 견해가 무엇이었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대략만 옮기자면 '그는 많이 외로운 아이였고 그 외로움을 자기 부모, 특히 아버지한테 전하고픈 욕구가 컸다' 정도랄까.

그는 방송에서 하차했다. 십 대 청소년들을 경쟁에 부치는 여느 예능이 그러하듯, 아직 윤리관이나 도덕성이 완성되지 않은 십 대 출연진들의 일탈은 잘못을 저지른 한 개인의 잘못으로 축소됐다.

그리고 그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6일 앨범 <부록>으로 돌아온 그에게 안티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점수 테러'와 악성 댓글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거야 충분히 예상됐던 바다. 안 좋은 방향일지언정 그를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리얼리티 쇼는 끝났고, 이제부터 그는 정말 혼자다. 정글에 뛰어들어 오로지 음악만으로 대결해야 한다.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가능성이 차고도 넘친다. 아니, 가능성 정도가 아니다. 그는 '앞으로'가 아닌 바로 지금, 완성된 음악을 가지고 나왔다. 장점을 열 가지는 꼽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매력 하나를 먼저 꼽자면 '진솔함'을 들겠다. 자필 사과문에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캡처본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던 그다. 그러나 그는 신곡 '그 나물에 그 밥'에서 자신을 "<고등래퍼> 나갔다가 한 시간 만에 인생을 X나 말아먹은 놈"이라 일컫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자신의 잘못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도 생긴 덕이리라.

효과적으로 관심을 끈 첫 줄 이후 쏟아져 내리는 이후의 가사들도 도입부의 충격 못잖다. "그 나물에 그 밥엔 그 나물이지" 같은 사소한 말장난부터 "hater 내 이름 대 아빠 누굴 더 싫어할까" 같은 도발까지 형식과 내용을 모두 잡았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래핑(Rapping)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말도 영어처럼 발음하고 정작 영어 발음은 국산인 한국인 래퍼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장용준은 영어는 영어로, 한국어는 한국어로 발음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랩에서 발음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말도 영어도 표준을 구사하는 래퍼가 드문 바닥에서 이건 귀한 발굴이다. 정확한 발음이 주는 음악적 쾌감 역시 적지 않다.

스윙스의 개입도 적절하다. '급식 챙긴 뚱땡'이라며 나이 어린 노엘(장용준)과 자신을 동시에 놀리며 시작하는 이 유쾌한 래퍼는 여느 때처럼 자신의 랩 외엔 다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만드는 괴력의 랩을 선보인다. 높은 수위 탓에 차마 기사에 가사를 고스란히 옮겨적긴 어렵지만, 비록 말은 거칠지언정 결국엔 어리고 상처받은 장용준을 안고 함께 가겠다는 내용이라 뭉클하기까지 하다.

나이에 비해 너무 힘든 인생을 살아왔고 그 힘들었던 시간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입은 노엘 장용준. 그러나 커트 코베인의 말처럼 예술가에게 고난은 작품을 위해 필요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올해 초 있었던 산고로 나온 작품이라면, 장용준 본인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고생이 아깝지 않은 곡'이라 말해주고 싶다. 정규 앨범 발표 전 내놓은 선전포고가 이 정도이니, 곧 나온다는 이 열여덟 살 청년의 신보는 어떤 모습일지 두렵기까지 하다.

노엘 장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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