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13일을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감하고 모두 올스타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올시즌은 유난히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혼전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사고들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전반기 프로야구 판도는 절대 1강(기아)을 중심으로 6중(NC, SK, 넥센, 롯데, 두산, LG) 3약(한화, 삼성, KT)의 구도였다.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기아는 NC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시리즈 스윕을 포함하여 5연승을 질주하며 57승 28패로 단독 선두 체제를 굳혔다. 2위 NC와는 무려 8게임차다.

기아는 헥터-양현종-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선발진과 최형우-이명기-김선빈 등 상하위타선의 고른 조화로 투타 모두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며 10승부터 50승 고지를 모두 선착할만큼 안정된 행보를 이어갔다. 참고로 50승에 선착한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73.1%(19/26)이고, 2012년부터 5시즌 연속 50승을 선점한 팀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두산, 상대적 부진에 겹친 악재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두산 최주환이 좌익수 방향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두산 최주환이 좌익수 방향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 연합뉴스


2위 NC부터 7위 롯데까지 6개 팀은 혼전 구도다. 각 순위권 당 승차가 1~2게임밖에 나지 않아 포스트시즌 출전권이 주어지는 5강싸움이 후반기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아의 선전과 대조적으로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두산의 상대적인 부진은 올시즌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 두산의 최대 원동력이었던 선발 빅4의 위력이 예년만 못하고, 양의지, 민병헌, 보우덴 등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에 시달리며 투타 모두 약해졌다. 전반기 뒷심을 발휘하며 5위로 마감했지만 독주체제를 예상했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성과였다.

하지만 두산의 진짜 악재는 따로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년 전 대표이사가 심판과 부적절한 금전 거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문에 휩싸이다. 심지어 관리기구인 KBO마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다른 구단들까지도 심판 매수와 관련된 루머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어서 자칫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 이상으로 야구계 전반을 휩쓰는 대형 스캔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느덧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한 김경문 감독의 NC는 한때 기아와 공동선두를 달리며 선전했으나 7월들어 기아전 스윕패 포함 1승 7패의 부진에 허덕이며 격차가 벌어진게 아쉽다. 하지만 타선의 기둥이던 에릭 테임즈의 메이저리그 복귀와 제프 맨쉽- 재비어 스크럭스의 부상이탈같은 악재로 거의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다.

SK는 KBO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인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체제에서 3위로 올라서며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개막 6연패로 최악의 출발을 뒤집고 승패 마진 +9까지 승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더 고무적이었다. 특히 전반기에만 팀홈런 153개로 2위 기아(99개)와도 54개 차이나 앞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할만큼 화끈한 장타력의 '빅볼'은 SK의 트레이드 마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홈런왕 최정(31개)은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가장 먼저 돌파하며 홈런왕 2연패와 함께 생애 최초의 50홈런 기록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나란히 초보 감독을 선임한 넥센과 삼성의 희비는 엇갈렸다. 코치 경험이 전무한 프런트 출신 장정석 감독을 새롭게 선임한 넥센은 올해도 '화수분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당당히 4위에 올랐다. 넥센은 벤헤켄과 브리검이 9승을 합작하는데 그치고 외야수 대니 돈도 부진으로 퇴출이 거론되는 등 외국인 농사에  실패하고도 3할대에 육박하는 팀타율(.299. 전체 2위)과 토종선수들의 물량공세를 앞세워 5할승률을 넘겼다. 이종범의 아들로 유명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타율 .327)를 비롯하여 최원태, 허정협 등을 새롭게 키워낸 것은 넥센 육성 시스템의 저력을 보여준다.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 보낸 삼성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회말 2점 홈런과 7회말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때 삼성 이승엽이 2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회말 2점 홈런과 7회말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때 삼성 이승엽이 2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한수 감독의 삼성은 최악의 개막 3-4월을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하기까지 롤러코스터같은 시간을 보냈다. 개막 후 4월 30일까지 승률 0.167(4승 2무 20패)로 창단 최악의 스타트를 끊으며 첫 꼴찌 추락의 위기감이 엄습했던 삼성은 5월부터 반등세를 타더니 KT를 제치고 9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바닥을 치던 승률은 어느덧 4할대(34승 3무 451패, .400)까지 회복했다.

또한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은 이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홈런 기록을 459개를 늘리며 KBO 역대 4번째로 2100안타 고지에도 등극하는 등 마지막 시즌에도 변함없는 클래스를 과시했다.

LG는 SK와 정반대로 전반기 전형적인 용두사미 행보를 보였다. 기아, 두산과 함께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분류됐던 LG는 개막 6연승으로 가장 화려하게 출발했고 5월초에도 7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초반 단숨에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뒤이어 잦은 연패를 거듭하는 기복으로 기껏 벌어놓은 승수를 까먹었다.팀 자책점 1위(4.05)의 안정된 마운드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거포가 없는 빈약한 장타력에 중심타자들의 슬럼프까지 겹치며 극심한 투타 엇박자를 드러냈다.

전반기 막바지에는 이미 시즌 합류가 늦었던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또다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차우찬도 피로누적으로 1군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불펜의 핵심 윤지웅은 음주운전으로 잔여 경기 출장정지가 확정되는 악재까지 겹치며 팀분위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었다.

롯데는 해외무대에서 복귀한 이대호-영건 박세웅이 투타의 독보적인 기둥으로 맹활약했으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불펜 난조로 인하여 6중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5할승률에 못미친 7위에 머물며 아쉬운 전반기를 마쳤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로 최근 조쉬 린드블럼을 재영입하고 불펜 역시 개편에 나서면서 후반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심타선과 병살타 1위의 불명예를 안고있는 결정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도 가을야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의 전반기 최고 이슈는 역시 김성근 감독의 사퇴였다. 지난 3년 내내 선수혹사와 독선적인 팀운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김 감독은 올해부터 박종훈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로 팀운영의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프런트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다가 끝내 계약 마지막 해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사퇴했다. 한화는 김 감독이 물러나기 직전에도 9위에 머물고 있었고 현재 이상군 대행체제에서는 8위로 겨우 한 단계 반등했으나 여전히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화는 올시즌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경우, KBO 역대 최장기록인 LG(2003-2012)의 10년 연속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한화는 감독교체 이후 그동안 미뤘던 세대교체 작업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고령화된 라인업과 2년간의 혹사로 선수단의 피로가 누적된 후유증이 커서 단기간에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3년연속 전반기 꼴찌를 확정한 KT는 올해도 총체적 난국이다. 2015년 첫 1군 진입 이후 매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T는 올해 김진욱 신임 감독 체제로 팀을 개편하며 초반 반짝 선두권에 오르는 등 선전했으나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던 한계를 절감하며 시간이 갈수록 제자리를 되찾고 있다. 10개구단중 유일하게 30승 고지에 오르는데 실패한 KT(28승 56패. 승률 .333)의 전반기 성적은 지난해의 32승보다도 더 떨어진 기록이다. 타선과 마운드의 각종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권을 휩쓸고 있는 KT의 전력은 앞으로도 별다른 반등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후반기 역시 암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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