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구장에서 열린 7월 4일 경기에서 이승엽이 선제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불과 몇 달 뒤면 은퇴를 앞둔 선수가 맞나 싶을만큼 그의 방망이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이승엽의 맹활약을 앞세운 삼성이 전반기 막바지 기분좋은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은 7월 12일 수원 kt전에서 타선의 대폭발에 힘입어 11-3 완승을 거뒀다. 전날 4-2 승리에 이어 kt와의 주중시리즈에서 일찌감치 2승을 챙기며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이승엽이 공격의 선봉에 섰다.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승엽은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대승을 이끌었다. 삼성은 이날 병살타만 네 번이나 기록할만큼 초반 타선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았는데 함께 중심타선을 구성하는 구자욱과 러프가 잇단 범타로 물러나는 상황에서도 이승엽이 '해결사'로 나서준 덕분에 공격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었다.

이승엽은 2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하며 대망의 통산 21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양준혁(전 삼성. 2,318안타)-박용택(LG, 2,142안타), 장성호(전 kt, 2,100안타)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이자 통산 안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결 홀가분해진 이승엽은 0-1로 끌려가던 4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역전의 물꼬를 텄다. 또한 3-1에 역전에 성공한 5회 2사 만루에서는 주자 3명을 불러들이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6-1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이승엽의 한 경기 4타점 경기는 올 시즌 3번째다.

또래 나이의 선수들이 대부분 은퇴하고 그나마 남은 이들도 예전만의 기량과 입지를 유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이승엽만큼은 예외다. 이승엽은 만 4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80경기에 나서서 타율 2할7푼8리, 78안타, 홈런 16개(10위),  타점 54개(16위)를 기록하며 당당히 삼성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3할 7푼 5리(32타수 12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여름에도 오히려 기세가 꺾이지 않고 물오른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물론 전성기의 수준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미치지 못하지만 KBO 역사상 지금 이승엽의 나이대까지 큰 부상 없이 이 정도의 파워와 생산력을 유지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이미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459개), 한일 통산 최초의 600홈런(현재 618개) 등 수많은 위대한 기록들을 쌓아올린 이승엽이지만 그를 전설로서 더욱 빛나게하는 진정한 가치는 바로 꾸준함이다. 이승엽은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이 KBO리그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기는데 실패한 것은 데뷔 2년차이던 1996년(9개) 한 번 뿐이다.

KBO 연속 홈런 기록에서 이승엽보다 앞서있는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이 15년 연속, 박경완(1994~2007)이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바 있다. 다만 이승엽은 최전성기에 2004년부터 일본무대로 진출하여 2011년까지 8시즌을 활약한 바 있다. 이승엽은 일본무대에서도 6시즌이나 두 자릿수 홈런-3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을 돌파한 기록을 남겼다.

만일 이승엽이 KBO무대에서만 계속 활약했더라면 두 자릿수 연속 홈런 기록은 최대 '20년 이상'으로 연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은퇴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오직 이승엽뿐이다. 양준혁-박경완(당시 41세)-장종훈(당시 37세)은 모두 은퇴 시즌에 주전에서 밀려나며 단 1개의 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또한 이승엽은 2014시즌부터 3년연속 3할-26홈런-9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에는 타율은 조금 떨어진 상황이지만 홈런과 타점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이 정도면 은퇴시즌에 최다 홈런(38개), 최다 타점(127점) 기록을 수립한 메이저리그의 전설 데이비드 오티즈(전 보스턴 레드삭스) 부럽지 않은 활약이다. 오티즈와 마찬가지로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큰 부상없이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기록 역시 떨어지지않았다는 것은 이승엽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승엽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유일한 장애물은 바로 팀 성적뿐이다. 삼성은 시즌 초반 꼴찌까지 추락하며 한때 창단 최악의 시즌을 우려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않았다. 암울한 팀분위기속에서 이승엽도 자신의 은퇴가 이슈가 되는 것을 내심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이 전반기 막판 반등세를 보이며 중위권 도약의 희망을 회복하면서 이승엽도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었다. 삼성은 KT전에서 전반기 마지막 위닝시리즈를 예약한 것은 물론 9일 넥센전까지 포함하면 최근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은 34승 3무 50패를 기록하며 다시 승률 4할 고지를 회복하고 8위 한화를 1.5게임차까지 추격했다. 이승엽도 최근 삼성의 부진 탈출에 기여하며 당당히 한 축을 담당했으니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은퇴 시즌에도 워낙 좋은 활약을 보이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승엽이 은퇴하기에는 아깝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기량만 봐서는 1~2년 정도 선수생활을 연장해도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올시즌 이승엽의 행보가 더 빛날 수 있는 것은 박수칠 때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승엽에 앞서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한 전설들의 경우만 봐도, 선수생활 막바지에 현역 연장 문제를 놓고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잘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먼저 결단을 내리면서 오히려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엽의 행보는 향후 프로야구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선수생활 말년과 은퇴 준비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성공적인 전반기를 소화한 이승엽은 이제 오는 15일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예정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올스타전에서 야구인생 마지막 올스타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엔 그야말로 이승엽을 위하여 준비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후반기는 본격적으로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막이 오를 전망이다. 마지막 시즌에도 여전히 한국야구의 중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이승엽의 클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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