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프로듀스101>(이하<프듀>)을 기획한  한동철 PD가 잡지 <하이컷>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은 곧 논란이 되었고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 말은 <프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뼈가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101명의 소녀들이 마치 인형처럼 서 있다. 그 중에 누구를 뽑고 누구를 떨어뜨리느냐 하는 지점은 온전히 시청자들에게 달려있다. 그 101명의 소녀들은 뽑히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 그런 절박한 소녀들의 생사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착각'은 중독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생사여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제작진이다. 101명의 소녀들은 처음부터 공정하게 분량을 배분받으며 시작할 수 없다. 실력과 평가 결과에 따라 분량이 나뉘는 것도 아니다. 명확한 기준과 조건이 없는 탓에 PD의 선택(pick)을 받는다는 뜻의 '피디픽'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프듀> 시즌2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처음부터 새로 기획을 맡은 안준영 PD가 "악마의 편집은 없을 것이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 하겠다"고 밝히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101명의 소년들은 시즌1때 보다 안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는 것일까.

시즌1보다 다변적인 시즌2, 여성 팬들의 알 수 없는 표심

 시즌 1보다 훨씬 더 다변적인 투표구조

시즌 1보다 훨씬 더 다변적인 투표구조 ⓒ Mnet


시즌2는 시즌1보다 훨씬 다변적인 변수를 보인다. 투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사람이 센터가 될 수 있는 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지만 시즌1에서는 전소미와 김세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다. 다소의 변동은 있었지만 엄청나게 의외성을 가진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시즌2의 1위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것은 여성들의 투표 방식이 남성들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문복은 10화를 끝으로 탈락했다. 장문복의 투표는 사실상 '아이돌'을 뽑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미'요소였다. 장문복이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자 결국 표심은 돌아섰다. 절대 다수 시청자인 여성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남자판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여성팬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여성들은 투표에 보다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다. 시즌1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하철 역 전광판 광고'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여성팬들의 팬심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1에서 남성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보고 즐기는 데 그쳤다면, 시즌2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을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이 보다 노골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초반 11명을 선택할 수 있는 투표 구조였을 때, 여성들의 선택은 '가장 마음에 드는 11명'이 아니었다. 자신의 '오빠(나이가 더 적다해도 오빠다)'가 당선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전략 투표에 근거해 투표가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마음에 드는 2~3명을 선택한 후, 실질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표를 몰아준다거나, 아니면 자신의 '오빠'보다 순위가 낮은 인물들에 중점적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전략 투표 때문에 자신이 밀어주는 오빠보다 다른 인물들이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면, 그 인물은 다음 픽에서는 당연히 제외된다. 순위가 널을 뛰듯 변하는 이유다. 

2명을 뽑는 2픽으로 상황은 반전되었지만, 순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순위 투표방식은 1인 1픽으로 전환되었지만 대통령 선거처럼 한 명이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열렬한 팬들은 필요하다면 가족이나 친구의 명의를 빌려서라도 우리 '오빠'에게 투표를 하고야 말 것이다. 20명의 소년들이 남았지만 누구도 완벽하게 안심할 수도 또 희망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 어떤 팬심이 얼만큼의 화력을 가졌느냐가 마지막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

현역 아이돌을 뛰어넘는 인기를 이용한 '악마의 편집'

 연습생들은 공정한 기회를 배분받았나

연습생들은 공정한 기회를 배분받았나 ⓒ Mnet


이쯤  되면 현역 아이돌에 비견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팬심이다. 시청률은 이미 시즌1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직캠(현장에서 직접 찍은 무대영상)'영상의 조회수는 100만뷰를 예사로 넘어가는 등 화제성은 단연 더 높다.

그러나 이런 여성 팬들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은 프로그램의 편집 방식이다. 팬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편집에 팬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지만, PD는 그런 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예를들면 9회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9회 마지막에서 PD는 순위를 다 공개하지 않고, 12만 공개했다. 이 때 12위로 선정된 연습생은 황민현. 12위를 보여줌으로써 궁금증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자연스럽다. 오히려 황민현이 위기이니 투표를 하라는 식으로 묘사가 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런식의 편집은 오히려 논란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부분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가하는 눈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비호감 요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101명의 연습생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데뷔 기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형식의 프로그램에서는 더하다. 그들은 이미 '팔려야 하는' 하나의 상품이다. 실력이나 무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모, 화술, 매력 발산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이다. 그들 자체가 특별하면 특별할수록 받을 수 있는 표는 늘어난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얼굴만 보고 뽑았다'는 식의 투표도 여기서는 가능하다. 실제로 상위권의 다수가 자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지 못한 연습생이다. F등급도 종종 눈에 띈다. 중요한 것은 실력 자체가 아니라 얼만큼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분량에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든 주목받고 싶고 눈에 띄고 싶은 욕구가 있다. 아이돌을 준비하는 연습생들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센터가 되고 싶어하는 당연한 욕구를 '욕심'처럼 묘사한다거나 반대로 자신이 맡을 수도 있는 파트를 양보하는 연습생들을 '보살'처럼 묘사하는 것 양쪽 다 악마의 편집에 다름이 아니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단숨에 비호감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것이 방송이라는 영역인데, 별것 아닌 갈등도 무거운 배경음악을 깔아가면서 심각하게 묘사하고 당연한 욕심도 마치 그 사람 자체의 인격의 문제처럼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전히 존재하는 '피디픽', '사람'이 아닌 '상품'에 초점

 무대보다 개인의 매력 발산이 중요하다.

무대보다 개인의 매력 발산이 중요하다. ⓒ Mnet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카메라에 잡힐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지 못한 수많은 연습생들이다. 무대보다 더 중요한 연습과정에서도 그렇지만 무대자체에서도 아예 자신이 발산할 수 있는 끼를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던 연습생들이 많을 것이다. '인기'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마당에 자신을 어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속에서 말 그대로 떨어진 연습생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그런 자극적인 요소는 오히려 팬들을 더 흥분하게 만든다.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의 분량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악마의 편집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는 것도 프로그램에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친 한 연습생의 말처럼, 그들은 온전히 선고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프듀>는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프듀>속에서 연습생들의 꿈이나 가치관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열정을 상품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선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 시선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을 감지덕지 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프듀>의 성공 속에서도 가슴 한 편이 씁쓸해 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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